염전노예 사건 밝혀진 2014년부터 시작된 강제노동
7년간 외출·임금 없이 새벽3시부터 밤 11시까지 노동착취
더욱 교묘하고 악랄해진 수법, 아직도 13명의 피해자 남아있어
장애계 “사건 방치한 지역경찰 못 믿어… 경찰청이 직접 수사해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28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새롭게 밝혀진 신안 염전노예 사건을 형사고소하고, 경찰청에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건의 대리인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또 다시 반복된 염전노예 악몽, 복지부동,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28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새롭게 밝혀진 신안 염전노예 사건을 형사고소하고, 경찰청에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건의 대리인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또 다시 반복된 염전노예 악몽, 복지부동,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신안 염전노예 사건이 벌어진 지 7년, 또 다른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생존자가 나타났다. 장애계는 경찰청의 직접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28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새롭게 밝혀진 신안 염전노예 사건을 형사고소하고, 경찰청에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피해생존자 박 아무개 씨가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기자회견에 피해생존자 박 아무개 씨가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 2014년부터 7년간 외출·임금 없이 강제 노동… 더욱 교묘해진 수법

경계성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 박 아무개 씨는 염전노예 사건이 밝혀진 지난 2014년, 직업소개소를 통해 신안군 증도면 ㄱ 염전 ㄱ 영업사가 운영하는 염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박 씨는 지난 7년 동안 새벽 3시부터 밤 11시까지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박 씨는 취업 당시 약 140만 원의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작년에는 월 200만 원으로 임금이 올랐다. 그러나 염전주인 가해자 장 아무개 씨는 사업장 사정을 이유로 연말에 한꺼번에 임금을 지불한다고 약속한 뒤, 단 한 차례도 주지 않았다. 

장 씨의 수법은 교묘하고 악랄했다. 그는 박 씨와 은행으로 동행해 임금 상당액을 박 씨의 계좌에 입금한 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박 씨가 현금으로 곧바로 출금하게 시켜 임금을 현찰로 되돌려 받는 방식을 이용했다. 게다가 박 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에게 담배를 비싼 값에 되팔았으며, 담뱃값과 생활비 등으로 정산금을 전부 소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박 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에게 지역상품권이 나왔지만, 그마저도 장 씨가 가져갔다. 

염전에서는 외출·외박은 허용되지 않았다. 장 씨는 1년에 한두 차례 5인 1조의 감시하에 단체 외출 하는 것 외에는 노동자들이 그 어떤 외출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박 씨는 염전주에게 피부에 소금독이 올라 아프다고 호소했지만, 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치아가 다 빠지고 소금독이 오른 상태로 중노동을 감당해야 했다. 가해자 염전주는 박 씨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조차 하지 않았다. 

피해자 박 씨는 온 국민이 이 사건을 알아야한다며 당당히 카메라 앞에 섰다. 박 씨는 “그곳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해 정말 힘들었다. 너무 일이 힘들어서 하던 일도 그만두고 나왔다”고 증언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노동부 장관이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할지 모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국가가 꼭 조치 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박 씨의 대리인 최갑인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박 씨의 대리인 최갑인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 산 타고 탈출한 피해생존자, 아직도 그 염전에 13명의 피해자 남아 

박 씨는 지난 5월, 산을 타고 염전을 탈출해 울산에 사는 누나와 매형의 도움으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에 진정했다. 박 씨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13명의 노동자가 아직도 염전에 있다. 대부분은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이고, 그중 1명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박 씨가 어렵사리 염전에서 빠져나와 진정을 제기했음에도, 노동청은 사건을 서둘러 종결해버렸다. 목포지청 근로감독관은 가해자의 말만 듣고 박 씨에게 400만 원으로 합의를 유도했으며, 합의문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해주기까지 했다. 또한 박 씨에게 합의문을 복사해 가해자에 보내라고 하여 박 씨가 재전송하자, 피해자 조사도 하지 않은 채 합의한 것으로 종결시켰다. 이에 박 씨는 명확한 사건 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위해 가해자인 염전주를 형사고소하게 됐다. 

박 씨의 대리인 최갑인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변호사는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에 대한 노동력 착취는 형법 상 상습준사기죄에 해당하며,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그리고 근로기준법을 명백히 위반한다. 또한 외출을 허용하지 않은 행위는 형법 상 감금죄에 해당한다. 사건이 중대하지만 목포지청에서는 합의를 종용했고, 지역 경찰은 초기에 학대를 서둘러 조사하지 않았다. 더 이상 지역 노동청과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 경찰청 중대본부수사과가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경찰청의 직접 수사를 강력히 촉구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28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새롭게 밝혀진 신안 염전노예 사건을 형사고소하고, 경찰청에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28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새롭게 밝혀진 신안 염전노예 사건을 형사고소하고, 경찰청에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 국가에 재발 방지 책임… 가해자, ‘노동착취 인신매매’로 처벌받아야

지난 2014년 신안 염전노예 사건이 밝혀졌지만, 그 뒤 염전에서는 더욱 교묘하게 노동력 착취와 감금이 이뤄지고 있다. 신안 염전노예 사건의 국가손해배상 소송을 이끈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2014년에도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에 책임을 촉구했지만, 2021년 또다시 발생했다”라며 “수많은 착취사건의 피해자 중에는 지적장애인이 많지만, 여전히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가 제대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염전노예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국가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에는 인신매매 혐의도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형법 상 인신매매 조항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매매’의 범위를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어, 노동착취 인신매매가 인정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 4월 20일,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오는 2023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그동안 염전에서 수많은 인신매매가 있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이유는 가해자가 인신매매로 처벌받지 않기 때문”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유엔인신매매의정서에 따르면, 노동착취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속이거나 강제력을 행사해 은닉하는 것 또한 인신매매로 정의한다. 염전노예 사건은 임금체불 뿐만이 아니라 인신매매 사건으로 처벌해야 한다. 지금도 염전에 있는 13명의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어서 찾아 구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대리인단은 △염전 지역 인권 실태 전면 재조사 △정기적인 민관합동조사 △관계자 엄중 문책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경찰청 중대본부수사과의 직접 수사 △가해자 엄중 처벌 등을 요구하며, 경찰청에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생존자 박 씨의 대리인단이 고소장을 들고 경찰청을 향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피해생존자 박 씨의 대리인단이 고소장을 들고 경찰청을 향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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