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일자 해명 글 올린 서울교통공사, 사과는커녕 자제만 당부
“불법 시위 딱지 매겨 지하철 봉쇄하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

6일 오전, 장애인 이동권 선전전 소식에 혜화역 2번출구 엘리베이터가 안내문과 함께 봉쇄되어 있다. 사진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6일 오전, 장애인 이동권 선전전 소식에 혜화역 2번출구 엘리베이터가 안내문과 함께 봉쇄되어 있다. 사진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금일 예정된 장애인단체의 불법시위 (휠체어 승하차)로 인하여 이용시민의 안전과 시설물 보호를 위하여 엘리베이터 운행을 일시 중지합니다. (혜화역장)’

장애인이 지하철에 진입하지 못하게 엘리베이터를 봉쇄한 서울교통공사, 서울경찰청 등이 인권위에 진정당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지난 6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의 연내 개정을 촉구하며,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예고했다. 단순히 피켓을 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활동이었다. 그런데 오전 8시경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 입구는 테이프로 둘러쳐진 채 진입할 수 없게 막혀 있었다. 온전히 휠체어 이용 장애인 활동가의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1시간 30분간 엘리베이터를 막았다. 이에 대한 항의민원은 8일 기준으로 71건에 달한다. 

이에 9일 오전 선전전에 참여했던 휠체어 이용 장애인 활동가들은 서울교통공사, 서울경찰청장, 혜화역장, 종로경찰서장, 혜화경찰서장을 장애인권리침해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했다.

9일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서울교통공사, 서울경찰청장, 혜화역장, 종로경찰서장, 혜화경찰서장을 장애인권리침해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9일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서울교통공사, 서울경찰청장, 혜화역장, 종로경찰서장, 혜화경찰서장을 장애인권리침해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교통공사는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한 주체다. 이번 조치에 7일 서울교통공사는 트위터에 장문의 해명 글을 올렸지만, 장애인 이동권 제한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한 시위는 가급적 자제’만을 당부했다. 또한 글에서 시민과 장애인을 구분하며 다시 한번 차별적인 의식을 드러냈다.

조치 배경은 지난 3일(금)자 출근길 5호선 여의도역과 공덕역에서 있었던 이동권 확보를 위한 장애인분들의 시위로 인해 45분의 운행 지연이 발생했었는데,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너무나 컸기에 공사에 많은 불편 민원이 접수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6일(월) 혜화역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예고되었고 4호선 출근길 시민들의 큰 불편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출근시간대 만이라도 부득이하게 엘리베이터를 잠정 운행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시민 불편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조치였음을 깊이 이해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중략) 

앞으로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 교통약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하겠으며, 공사에서도 엘리베이터의 운행 정지는 최대한 지양하겠습니다. 

아울러 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다수의 시민이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한 시위는 가급적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_ 지난 7일, 서울교통공사가 트위터에 올린 해명 글 중에서(▷전문 보러가기)

진정인인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민주적인 시위, 시민들과의 소통을 막으려고 엘리베이터를 봉쇄했다는 게 말이 되나. 엘리베이터를 막아 휠체어 이용자의 발을 묶은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들은 오전 8시에 혜화역에서 모여 선전전을 한 후, 지하철을 이용해 인권위에 도착했다. 지하철로 네 정류장에 불과한 짧은 거리지만, 그 시간에도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인권위로 오는 길에 두 명의 휠체어 이용 장애인 활동가와 동행했는데, 한 시민이 ‘작작 좀 하라’는 말을 했다. 휠체어이용자가 지하철을 타는 게 욕을 먹어야 하는 일인지 정말 모르겠다”라며 “비장애인 중심의 국가 정책으로 시민들도 장애인을 차별하고 멸시한다. 이번 진정을 통해서 국가뿐 아니라 시민들도 장애인에 대한 언어폭행을 하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9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9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엘리베이터를 봉쇄한 서울교통공사의 일방적인 조치는 헌법 및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위배되고, 장애차별적인 사안일 뿐만 아니라, 국가배상법 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고의적이고 일방적인 행정처리로 판단된다”며 진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인권위에 수없이 많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진정했다. 인권위는 그때마다 차별이라고 했지만 바뀐 게 없다. 지하철을 타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불법 시위라는 딱지를 매겨  엘리베이터를 봉쇄했다”라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처럼 장애인 차별이 변이가 되어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와 공개적인 사과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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