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운행 방해하는 불법행위 때문에 손해 입었다” 주장

지난 3월 이동권 투쟁 현장.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승차해 지하철 한 칸을 점거하고 열차 내에 현수막을 붙였다. 현수막에는 '장애인 이동권 즉각 보장하라'라고 적혀있다. 사진 하민지
지난 3월 이동권 투쟁 현장.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승차해 지하철 한 칸을 점거하고 열차 내에 현수막을 붙였다. 현수막에는 '장애인 이동권 즉각 보장하라'라고 적혀있다. 사진 하민지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의 ‘지하철 타기’ 이동권 투쟁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비마이너가 10일 입수한 소장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2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소장에 “피고들(장애인)은 2021년 1월 22일부터 11월 12일까지 7차례에 걸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열차 내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승하차를 반복하여 시위를 하는 등 원고(서울교통공사)의 열차 운행을 방해했다”며 “(장애인은) 교통 방해 행위, 업무 방해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승차 운임의 감소분 상당의 금원(열차가 정상운행 됐다면 벌어들였을 요금) △반환 금원(열차 지연으로 승객에게 환불해 준 요금) △이동권 투쟁 시 투입된 인력의 인건비 등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장애인들에게 3천만 1백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했다.

지연손해금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에 붙는 이자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들이 ‘불법적’ 이동권 투쟁을 해서 지하철 운영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붙은 3천만 1백 원에 대한 이자도 같이 청구한 것이다.

게다가 “추후 원고(서울교통공사)는 위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계산하여 청구취지 확장하고자” 한다고 명시했는데, 이는 장애인이 끼친 손해를 정확히 계산해서 변론 중에 손해배상액을 더 늘리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서울교통공사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액수는 3천만 1백 원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이동권 투쟁 현장. 한 장애인 활동가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개정 수용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지하철 타기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지난 6월 이동권 투쟁 현장. 한 장애인 활동가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개정 수용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지하철 타기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그러나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의 손해배상 청구 압박에도 이동권 확보를 위한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필순 전장연 기획실장은 “올해가 이동권 투쟁 20주년이다. 20년간 싸워서 서울시 전체 지하철역 283개 중 261개 역사(92.2%)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올해 7월 21일 기준). 서울시가 ‘2022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100% 설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앞으로도 투쟁할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연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2022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100% 설치 △2025년까지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을 약속했다. 장애인의 끈질긴 이동권 투쟁 끝에 얻어낸 약속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2022년 예산 편성 시 구산역, 남구로역, 복정역, 까치산역 엘리베이터 공사비는 편성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다음 해까지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은 파기된다.

저상버스 도입 약속 이행도 불투명하다. 서울시의 ‘제3차 서울시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따르면, 올해 저상버스 도입률은 75%(5345대)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나 현재 도입률은 65.6%(4307대)에 불과하다. 올해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마저 삭감됐다. 서울시가 다음 해 도입을 계획한 저상버스 수는 650대지만 예산은 467대만 편성됐다.

6일 오전, 장애인 이동권 선전전 소식에 혜화역 2번출구 엘리베이터가 안내문과 함께 봉쇄되어 있다. 사진 전장연
6일 오전, 장애인 이동권 선전전 소식에 혜화역 2번출구 엘리베이터가 안내문과 함께 봉쇄되어 있다. 사진 전장연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6일, 장애인의 ‘불법시위’를 막겠다며 혜화역 엘리베이터를 폐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은 이에 반발하며 9일 서울교통공사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현재 장애계는 매일 오전 8시 혜화역에서 서울시의 약속 이행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이동권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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