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사기, 오히려 발달장애인 휴대폰 개통 제약으로 
투표보조 요구하다가 투표 못하고 쫓겨나기도
시설장애인 80%인 발달장애인 탈시설 권리 보장해야

집회 참가자가 '발달장애인을 시설에 가두지 말아라!'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집회 참가자가 '발달장애인을 시설에 가두지 말아라!'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집회 참가자가 '발달장애인들도 다양한 일자리를 늘려달라. 발달장애인들도 최저임금을 늘려달라'라는 손피켓을 들고 엄치를 치켜세우고 있다. 사진 강혜민
집회 참가자가 '발달장애인들도 다양한 일자리를 늘려달라. 발달장애인들도 최저임금을 늘려달라'라는 손피켓을 들고 엄치를 치켜세우고 있다. 사진 강혜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발달장애인 수백 명이 모여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을 촉구했다.

한국피플퍼스트는 20일 오후 1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권리보장 촉구대회를 열었다. 한국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권리옹호 모임이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외쳤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권리가 침해되고, 차별당하는 일은 빈번하다. 

통신사 사기 피해가 대표적이다. 통신사 대리점에선 발달장애인의 휴대폰, 태블릿 PC, 인터넷 등을 무리하게 개통시켜 발달장애인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한 발달장애인 명의로 21개의 휴대폰이 개통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피해로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통신사는 가해 판매자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고, 장애인의 휴대폰 개통을 제한하고 나서 논란이 됐다. 

김정훈 경남피플퍼스트 활동가가 발달장애인을 상대로하는 통신 사기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그 뒤로는 수어통역사가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김정훈 경남피플퍼스트 활동가가 발달장애인을 상대로하는 통신 사기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그 뒤로는 수어통역사가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김정훈 경남피플퍼스트 활동가는 “통신사에 한국피플퍼스트가 문제제기하면서 발달장애인도 혼자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도록 지침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보호자와 함께 오라는 곳이 많다”라며 “발달장애인이 보호자 도움 없이 혼자서 통신사와 계약할 수 있도록 알기 쉬운 계약서와 설명서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통신 사기를 당한 발달장애인 구제 대책과 사기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은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투표를 혼자서 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받을 수 없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얼마전 치러진 20대 대통령선거부터 모든 장애유형에 투표보조를 허용한다고 지침을 변경했으나 투표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요구하다 투표소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다. 

김기백 피플퍼스트성북센터 활동가는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은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하며, 투표보조와 그림투표용지,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 모의투표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지금껏 발달장애인은 투표용지가 글로만 써 있어서 너무 어려워 투표하지 못했습니다. 선거공보물도 너무 어려운 글로만 되어 있다 보니 누가 자신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지 알지 못한 채, 친구나 가족, 친척, 지인 같은 사람들이 찍으라는 대로 찍어왔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했는데도 정말 화가 납니다. 더 화나는 것은 투표장에 가서도 발달장애인은 투표보조를 받을 수 없다고 하여, 투표를 못한 채 집으로 와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것이 발달장애인 참정권의 현실입니다. 발달장애인도 시민이고, 성인입니다. 누구나 가지는 참정권을 보장해주십시오. 공적조력인 배치와 알기 쉬운 선거자료, 그림투표용지, 모의투표 실시를 요구합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왼쪽에서 두 번째)의 공연도 펼쳐졌다.  문윤경 대구피플퍼스트 활동가(제일 오른쪽)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 허현덕
야마가타 트윅스터(왼쪽에서 두 번째)의 공연도 펼쳐졌다.  문윤경 대구피플퍼스트 활동가(제일 오른쪽)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 허현덕

전국 거주시설 장애인은 3만여 명, 이 중 80%가 발달장애인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의 탈시설 권리에 대해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종교단체와 시설에 장애인자녀를 맡긴 부모들이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을 반대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 지원이 부족해 위험하다는 논리다. 

문윤경 대구피플퍼스트 활동가는 지역사회 지원을 핑계로 발달장애인을 계속 시설에 가두려는 사회를 규탄하며,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가두어놓고 자유롭게 살 수 없다면 그것은 바로 감옥입니다. 그런데 탈시설로드맵에서는 시설에서 나오고 싶다고 의사표현을 한 장애인만 탈시설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지역사회에서 나올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이 행복하게 살아야 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장애인은 사람이 아닙니까? 왜 부모들이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겁니까? 제발 발달장애인의 말에 귀 기울이십시오. 시설에 있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나와 자유롭게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사람을 만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루빨리 탈시설지원법이 통과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장애인권리예산이 제대로 책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애인권리 예산은 장애인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할 수 있는 기반인 지역사회를 만드는 예산, 거주시설 장애인이 탈시설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예산을 뜻한다. 

김대범 서울피플퍼스트 활동가는 “예산 없이는 권리도 없다. 발달장애인도 참정권, 생존권, 주거권, 노동권이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발달장애인을 직접 만나서 어떤 권리를 어떻게 반영할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김대범 서울피플퍼스트 활동가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김대범 서울피플퍼스트 활동가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이날 모인 발달장애인들은 정부를 향해 ‘발달장애인 권리 요구안’을 낭독했다. 

발달장애인 권리 요구안

하나, 더 이상 감옥 같은 생활시설에 발달장애인을 가두지 마라
하나, 발달장애인에게 오래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달라 
하나, 발달장애인에게 활동보조시간을 필요한 만큼 늘려 달라 
하나, 대한민국은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여가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하나, 발달장애인도 길을 잘 찾을 수 있게 알기 쉬운 안내 표지판을 만들어 달라
하나, 대한민국은 장애인 연금을 올려 달라! 많이! 엄청 많이! 
하나, 모든 발달장애인에게 성폭행이나 구타를 하지 말라 
하나, 우리들이 노력하고 일한 만큼 월급을 달라 
하나, 대통령은 발달장애인과 자주 만나서 대화하라 
하나, 발달장애인도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
하나, 발달장애인에게 이해하기 쉬운 공보물과 그림 투표용지를 제작해달라

이날 모인 발달장애인들은 정부를 향해 ‘발달장애인 권리 요구안’을 낭독했다. 아래 현수막에는 '예산없이 권리 없다. 장애인 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라'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 강혜민
이날 모인 발달장애인들은 정부를 향해 ‘발달장애인 권리 요구안’을 낭독했다. 아래 현수막에는 '예산없이 권리 없다. 장애인 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라'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 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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