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까지 부러뜨려 줄까”, “가스실에 넣어야”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혐오발언들
장애인활동가들 무방비로 당해… 상황 심각
박경석 따라다니며 생중계 하기도
일부 보수 장애인단체는 전장연에 사과 요구

ㄱ 씨가 유진우 활동가에게 “다리도 한 번 부러뜨려 줘? 팔도 한 번 부러뜨려 줘?”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 MBC뉴스 캡처
ㄱ 씨가 유진우 활동가에게 “다리도 한 번 부러뜨려 줘? 팔도 한 번 부러뜨려 줘?”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 MBC뉴스 캡처

혜화역 출근길 선전전 스티커와 현수막이 훼손되고 커뮤니티와 SNS에서 혐오발언과 욕설이 쏟아지는 등 장애인권리예산 투쟁 중인 장애인활동가들이 일상적 ‘테러’를 겪는 가운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직접적인 폭력 또한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 젊은 남성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사무실에 찾아와 “불을 지르겠다”, “팔마저 부러뜨리겠다”고 협박했다. 지난 23일에는 전장연 후원회원 신규가입 1260여 건이 쏟아졌는데, 개인정보를 아무 거나 입력한 허위가입이었다. “엿이나 먹어라”, “장애인들 가스실에 넣어야 한다” 등의 폭언이 적혀 있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향한 직접적인 공격 또한 매우 심각하다. 박 대표는 지난 2월, 페이스북 메시지로 “모가지를 썰어주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또한 상체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자전거로 박 대표를 따라다니며 인터넷 생중계를 하는 것 같은 사람도 있었다.

박경석 대표가 받은 메시지. “박경석 영감 씨발년아 모가지 썰어줄테니까 각오해”, “하나님 아버지 부디 저 장애인 단체 사탄마귀들에게 불지옥을 보여주소서”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장연
지난 2월 박경석 대표가 페이스북으로 받은 메시지. “박경석 영감 씨발년아 모가지 썰어줄테니까 각오해”, “하나님 아버지 부디 저 장애인 단체 사탄마귀들에게 불지옥을 보여주소서”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장연

-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는 혐오테러… 활동가들 “무서워 얼어붙었다”

지난 2월, 육안상 젊은 남성으로 추정되는 ㄱ 씨가 전장연 사무실에 찾아왔다. 당시 ㄱ 씨를 상대했던 김필순 전장연 기획실장에 따르면, ㄱ 씨는 대뜸 사무실에 들어와 ‘대표 나오라고 해라. 대표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그때 전장연 공동대표들은 보건복지부와의 면담이 있어서 세종시에 가 있던 상황이었다.

김필순 기획실장은 “빠른 시일 내에 정부가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도록 저희가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ㄱ 씨를 달랬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니네 어떻게 해버리겠다. 불도 지를 수 있다. 나 같은 사람들 많으니 조심해라. 또 찾아올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기획실장은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놀랐지만 놀란 티를 낼 순 없었다. 그가 더 위험한 행동을 할까 봐 부드럽게 달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나가고 나서 사진촬영, 녹음 등 증거를 남긴 활동가가 있는지 확인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다들 무서워서 얼어붙는 바람에 녹음조차 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곧 이어 ㄱ 씨는 1층으로 내려가 그곳에 있던 장애인 활동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밖에 있었는데 뒤에서 누가 나를 쳐다보며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를 쳐다보니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ㄱ 씨는 유진우 활동가를 향해 반말과 욕설,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너 동영상에 나오더라, 시발새끼야? (지하철 시위는) 언제까지 할 거야?”라고 말했다. 유 활동가가 “기획재정부가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할 때까지 하겠지요”라고 말하자 ㄱ 씨는 “야, 병신새끼야 재밌어? 팔도 부러뜨려 줘?”라고 했다. 유 활동가가 “장애인 비하발언입니다”라며 그만할 것을 요청했지만 ㄱ 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 활동가는 “무서워서 더 이상의 대응을 할 수 없었다. 그냥 당하고만 있는 와중에 지나가던 시민이 그 사람과 싸웠다. 철도노조 조끼 입은 분들이 와서 ‘장애인 투쟁의 역사를 아는데 당신 그렇게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 했고 한 시민은, ‘저항권과 집회의 자유가 있다. 장애인 투쟁으로 당신이 혜택을 보게 될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모두와 싸우며 계속 나를 공격했다”고 기억했다.

허위 후원회원 가입 테러 화면. “전장연에 하고 싶은 말”에 “장애인 시위할 거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 끼치지 말고 조용히 밖에 나가서 해라. 지하철에서 사람들 막으면서 선량한 시민들 막지 마라. 장애인 인식만 더 안 좋게 만드는 전장연 엿이나 먹어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장연
허위 후원회원 가입 테러 화면. “전장연에 하고 싶은 말”에 “장애인 시위할 거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 끼치지 말고 조용히 밖에 나가서 해라. 지하철에서 사람들 막으면서 선량한 시민들 막지 마라. 장애인 인식만 더 안 좋게 만드는 전장연 엿이나 먹어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장연
허위 후원회원 가입 테러 화면. “전장연에 하고 싶은 말”에 “정신병까지 있으신 특별한 장애인들은 가스실로 몰아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씨발년들아 니들 덕분에 우생학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선량한 출퇴근 방해하지 않는 장애인들조차 지하철에서 도움을 주기를 거부하게 된 것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Thank you”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장연
허위 후원회원 가입 테러 화면. “전장연에 하고 싶은 말”에 “정신병까지 있으신 특별한 장애인들은 가스실로 몰아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씨발년들아 니들 덕분에 우생학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선량한 출퇴근 방해하지 않는 장애인들조차 지하철에서 도움을 주기를 거부하게 된 것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Thank you”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장연

지난 23일에는 후원회원 신규가입 1260여 건이 갑자기 쏟아졌다. 박철균 전장연 조직국장이 확인해 보니 대부분 개인정보를 아무렇게나 쓴 허위가입이었다. “이름 이재명, 생년월일 880808, 계좌번호 12345678” 등이 적힌 허위가입으로 회원가입란이 도배됐다. 이메일 주소에는 ‘fuckyou@gmail.com”이라 적혀 있었으며 “선량한 시민 막지 마라. 전장연 엿이나 먹어라” 등 욕설이 있었다.

혐오발언이 적힌 신규가입건도 있었다. 이름에 ‘우생학’을 적은 한 사람은 은행명에 “장애인이 없는 사회의 은행”, 예금주명에 “화학적 중성화”라고 적었다. 또한 “장애인은 가스실로 몰아넣어야 한다. 너희들 덕분에 우생학 공부했다”며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발언을 일삼았다.

- 박경석에게 따라붙는 젊은 남성들… 보수 장애인단체 맞불집회 열기도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향한 직접적 공격 또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박 대표는 지난 2월 16일, 한 누리꾼으로부터 메시지 수십 개를 받았다. 그는 박 대표를 향해 “모가지 썰어줄 테니까 각오해. 죽여버리고 싶다”라며 협박과 욕설을 일삼더니 갑자기 “하나님 아버지, 장애인단체 사탄마귀들에게 불지옥을 보여달라”며 기도문을 보냈다.

22일, 젊은 남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오른쪽)이 삭발투쟁 현장에서 활동가들을 괴롭히고 있다. 사진 이슬하
22일, 젊은 남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오른쪽)이 삭발투쟁 현장에서 활동가들을 괴롭히고 있다. 사진 이슬하
박경석 대표를 따라다니며 인터넷 생중계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사진 전장연
23일 밤, 박경석 대표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욕설을 한 사람. 그의 상체에는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으며, 그는 박 대표를 따라다니며 인터넷 생중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전장연

박 대표를 향한 폭력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삭발투쟁식 현장에 젊은 남성으로 보이는 ㄴ 씨가 찾아와 삭발투쟁을 폄하하는 말을 하며 박 대표를 공격했다. 박 대표는 “삭발투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했지만 ㄴ 씨는 현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며 활동가들을 괴롭혔다.

23일 밤에는 퇴근하는 박 대표 뒤로 상체 가슴 쪽에 카메라를 부착한 사람이 따라 붙었다. 젊은 남성으로 보이는 ㄷ 씨는 자전거를 타며 박 대표를 뒤쫓았다. 장애인콜택시(아래 장콜)를 타러 내려온 박 대표는 ㄷ 씨를 따돌리기 위해 인근 공원을 한 바퀴 돌았지만 ㄷ 씨는 끈질기게 쫓아왔다.

박 대표에 따르면 ㄷ 씨는 박 대표를 따라다니면서 인터넷 생중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표는 “촬영하면서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내가 장콜을 타고 나서야 그를 따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의 맞불집회 현장. 그들이 세워놓은 컨테이너 두 동이 보인다. 사진 전장연
보수단체의 맞불집회 현장. 그들이 세워놓은 컨테이너 두 동이 보인다. 사진 전장연

일부 보수 장애인단체의 공격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날, 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이룸센터 농성장 앞에 컨테이너 두 동을 쌓아 올렸다. “이룸센터 정상화를 촉구하는 계영배(‘가득 차면 넘치는 잔’이라는 뜻으로, 장애인이 권리를 주장함에 있어 넘침을 경계하라는 뜻) 하우스”라는 현수막을 걸고, 전장연 투쟁에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하는 중이다.

21일 오후 12시경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회원 200여 명이 이룸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전장연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안 좋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전장연은 대국민 사과하라’, ‘전장연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차별금지법 빨리 제정돼야” “단단한 연대의 힘 필요”

이 같은 폭력으로부터 활동가들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 폭력에 직면 중인 활동가들은 차별금지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균 조직국장은 “차별금지법이 빨리 제정돼서 이런 폭력과 차별 행위에 대한 규제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명희 전장연 활동가 또한 “전방위적인 사회인식 개선을 통해 폭력이 잘못됐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차별금지법이 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 단단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답한 활동가도 있었다. 박경석 대표는 “혼자가 아니라, 더 단단한 연대의 힘으로 함께 손잡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순 기획실장도 “폭력에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를 독려하기 위해 서로 연대하며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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