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정책은 2009년 오세훈 시장이 최초 시행
시설에 살던 장애인들이 투쟁으로 거둔 성과
박경석·박재동이 ‘서울시 관선 이사’라는 것도 가짜뉴스
전장연 “탈시설운동을 정파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편집자 주] 지난 1일 조선닷컴에 탈시설장애인의 죽음과 관련된 가짜뉴스([단독] 넉달만에 욕창으로...脫시설 사업으로 ‘독립’한 장애인의 쓸쓸한 죽음)가 보도됐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가짜뉴스를 근거로 지난 12일 JTBC 썰전라이브에서 탈시설을 왜곡했습니다. 비마이너는 세 번에 걸쳐 조선닷컴 기사를 팩트체크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총 4회, 6편의 기사를 통해 탈시설을 둘러싼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① 탈시설 가짜뉴스 조선닷컴 팩트체크  
- 탈시설장애인이 빌라에 홀로 방치되다 사망했다?
- 민주당·전장연이 장애인을 시설에서 내쫓았다?
- 탈시설운동가를 탈시설피해자로 둔갑, 유족 “왜곡 말라”
② 탈시설 예산이 전장연 수익사업?
③ 중증발달장애인은 자기결정권 없으니 탈시설 안 된다?   
④ 거주시설에 사는 것도 ‘선택’이다?

2009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보장을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한 모습. 인권위 외벽에 “오세훈 시장은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 보장 약속을 지켜라!”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김유미
2009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보장을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한 모습. 인권위 외벽에 “오세훈 시장은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 보장 약속을 지켜라!”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김유미

- 탈시설 정책은 민주당과 전장연의 합작품? 오세훈 시장이 최초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19년말이었다. 시설이 사람들을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는 2013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총 938명의 장애인을 시설에서 내보내는 탈시설 시범사업을 벌였다. (중략) A씨의 시설 관리 법인에도 서울시가 내려보낸 관선 이사가 들어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대표와 좌파 만화가 박재동씨 등이었다.” (조선닷컴 기사 중에서)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09년 오세훈 시장 시절이다. 향유의집(구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 거주하던 한규선 씨(현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소장) 등 8명은 비리와 횡령으로 얼룩진 법인을 고발한 후 시설 문을 박차고 나와 오세훈 시장에게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2008년 3월, 한규선 씨는 오세훈 시장에게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이건 사회사업이 아닙니다. 절대 사회사업이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은 좋은 일 한다고 하겠지만 우리(장애인)는 모두 상품입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사육되어 온 것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키우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사람은 먹고 싸는 것만으로 산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사육당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장애인도 느낄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꿈도 앞날의 희망도 없는 삶! 우리에게는 나의 삶을 선택 할 권리조차 허용되지 않는, 이것이 바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현실입니다.”

2009년 8월, 서울시가 발표한 탈시설 정책 보도자료. 사진 서울시청 누리집 캡처
2009년 8월, 서울시가 발표한 탈시설 정책 보도자료. 사진 서울시청 누리집 캡처

이 같은 투쟁으로 서울시 탈시설 정책의 기반이 마련됐다. 오세훈 시장은 2009년 8월, ‘서울시 전국 최초로 장애인 생활시설 입소에서 사회정착까지 맞춤형 지원’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장애인 전환서비스 지원센터 신설 △체험홈 및 자립생활가정 도입 △장애인거주시설 신규 설치 시 30인 이하 적용을 발표했다. 이는 2013년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 1차 계획(2013~2017)’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탈시설 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탈시설 정책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박원순 전 시장의 탈시설 정책은 오세훈 시장부터 시작된 탈시설 정책의 연속선상에서 시행됐다.

2009년 6월 4일, 마로니에공원에서 농성을 시작하는 마로니에 8인의 모습. 앞에는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쟁취! 오세훈 시장은 약속을 지키십시오”라는 현수막이, 뒤에는 “더이상 장애인을 시설 속에 가두지 마십시오. 이곳에서 당신들과 함께 살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김유미
2009년 6월 4일, 마로니에공원에서 농성을 시작하는 마로니에 8인의 모습. 앞에는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쟁취! 오세훈 시장은 약속을 지키십시오”라는 현수막이, 뒤에는 “더이상 장애인을 시설 속에 가두지 마십시오. 이곳에서 당신들과 함께 살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김유미

- 박원순의 서울시가 내려보낸 ‘관선이사’? 관선이사는 이사회가 비정상일 때 시·도지사가 파견하는 것

서울시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박재동 만화가를 서울시 관선이사로 내려보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관선이사는 사회복지사업법 22조의3에 따라, 법인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선임하는 ‘임시이사’다.

2008년, 향유의집에 거주했던 장애인들이 석암재단(현 프리웰)의 비리·횡령을 고발한 이후,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일가족이 줄줄이 실형선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비리세력을 옹호하던 최측근이 다시 법인 이사장으로 선임되어 그가 시설 원장, 사무처장 등을 자기 편으로 채워 넣기 시작했다. 이후 새로 들어온 이사진들이 이에 반발하며 전원사퇴하자 서울시는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2012년에 임시이사회가 구성됐는데, 서울시는 비리세력의 최측근을 다시 이사회에 파견했다. 이를 둘러싸고 이사진이 전원사퇴를 하는 등 또다시 내홍이 일어났다. 이런 두 번의 임시이사회 해산 끝에 2013년, 공익이사진이 정이사회를 구성하게 된다.

즉, 조선닷컴 기사에 언급된 박경석 대표와 박재동 만화가는 이때 이후 정이사회에서 정식으로 추천된 정이사다. 박경석 대표와 박재동 만화가가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의 서울시가 내려보낸 이사라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서울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지난 9일,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조정신청서를 제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하민지
지난 9일,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조정신청서를 제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하민지

이런 허위사실에 대해 탈시설운동을 하는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아래 발바닥행동),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9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바닥행동은 “조선닷컴은 간단한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박원순 전 시장과 민주당을 엮어, 탈시설 정책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정책인 것으로 왜곡했다. 하지만 탈시설권리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협약) 19조에 천명돼 있다. 협약을 비준한 한국은 특정 정당, 정파와 상관없이, 매우 느리지만 탈시설 정책을 시행해 왔다”고 말했다.

발바닥행동은 이 같은 조선닷컴 기사 내용을 지적하며 “기사는 ‘좌파’라는 정치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며 이사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모든 게 전장연의 주장이고 민주당의 정책’이라며 사안을 짜깁기하고 왜곡해 정파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이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탈시설권리를 정파적인 이슈로 몰아가는 조선일보 규탄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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