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AA CRPD 대표단의 투쟁일지 ①]
이동조차 쉽지 않은 장애인들, 국제투쟁 떠나는 이유
다른 나라의 장애인권리 투쟁을 알고 싶었다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을 알리고 싶었다
장애해방 세상 만들기 위한 기반 다진 북미 투쟁

[편집자 주] 지난 6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북미 AA(Against Ableism, 비장애중심주의 철폐) CRPD(장애인권리협약) 대표단’을 파견했다. 20여 명의 장애인·비장애인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6월 8일부터 20일까지 미국과 캐나다를 순회하며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 현실을 알리고 미국과 캐나다와의 국제적 연대 기반을 다졌다.

이번 북미 투쟁은 UN CRPD 당사국 회의가 열린 미국 뉴욕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있고 대형 시설 폐지 등 탈시설 운동과 전장연 캐나다지부의 국제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토론토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표단이 왜 북미로 떠났는지, 북미에서 무엇을 느끼고 돌아왔는지 그 여정을 생생히 듣고 기록하고자 다양한 단원의 이야기를 6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우리는 왜 머나먼 북미로 갔을까? / 박철균
②-1 특별함을 거부한다 / 김준우
②-2 평범함을 선택한다 / 김준우
③ ‘시설 있는 사회’에서 투쟁할 힘을 얻다 / 박초현
④ 국제연대의 초석, 캐나다지부를 소개합니다 / 영서
⑤ 두렵지만 뜨거웠던 나의 첫 “투쟁!” / 권선화
⑥ 미국·캐나다에서 마주한 자립생활 운동의 현장 / 정동은

“전장연 근황. 캐나다 감(우리들보다 해외 더 잘 감)”
“해외 현지 흑인들한테 존나 처 맞았으면”
“돈도 많네요”
“의사상자나 군필자의 직계 가족 빼놓고는 장애인 혜택 주면 안 됨”

최근 트위터(현재 ‘X’로 불리고 있지만)에 ‘전장연’이라 검색하면 맨 위에 보이는 게시물들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아래 전장연)가 2024년부터 국제투쟁을 하면서 혐오·비방하는 게시물이 부쩍 늘었다.

전장연의 활동을 싫어하고 깎아내리기 바쁜 사람들은 “이동권 투쟁한다면서 사실은 우리보다 해외 이동 잘하고, 돈도 많다”는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 비하는 결국 “장애인의 이동권은 비장애인보다 열악하다. 장애인은 이 사회에서 비장애인인 자신보다 돈을 벌기 어려우니 해외 이동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를 본인의 혐오를 통해 인정하는 역설을 실토할 뿐이다.

쉽게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르게 장애인은 국제투쟁을 할 때 비행기를 타든, 버스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훨씬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당사자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전동휠체어의 배터리가 항공기에 탑승이 가능한지 아닌지 항공사와 실랑이를 벌여야 하고, 비장애인보다 먼저 탑승구에 가서 별도 이동수단으로 대기하고 탑승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보다 비장애인의 탑승을 우선시하는 항공사와 으레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2024 파리 패럴림픽 투쟁 중 베를린에서 활동지원사가 장애인 당사자의 비행기 하차 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공항 직원이 공항 경찰까지 부르며 강압적으로 대응했다. 그로 인해 당사자는 비행기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활동가들과 투쟁해야 했다. 올해 북미 투쟁에선 와상장애인에게 요금의 몇 배나 되는 비즈니스석을 활동지원사 역시 똑같이 지불하라고 요구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출국 전날까지 투쟁을 이어가야 했다.

해외 현지를 갔을 때도 어딘가로 이동하거나 투쟁 활동을 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뉴욕 지하철은 휠체어 탑승 가능 역이 많지 않은 데다 탑승 가능 역내 시설도 열악하고 길을 헤매기 쉬웠다. 시외고속버스도 ‘장애인 탑승 가능 리프트가 고장이 났다’거나 ‘본인이 작동을 하기 어렵다’고 휠체어 장애인을 배제하고 떠나려 했고, 그때마다 버스를 잡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국에서처럼 싸워야 했다. 가장 먼저 뉴욕에서 몬트리올로 버스를 타고 출발했어야 할 팀이 ‘이동권 투쟁’을 하느라 가장 늦게 출발하고, 새벽 1시가 돼야 도착할 수 있었다.

리프트가 고장 났다는 이유로 시외고속버스 탑승을 거부당한 북미 AA CRPD 대표단이 긴급행동을 벌이고 있다.(왼쪽) 8시간 30분이나 투쟁한 끝에 리프트가 작동되는 버스가 도착해 탑승할 수 있었다.(오른쪽) 사진 전장연
리프트가 고장 났다는 이유로 시외고속버스 탑승을 거부당한 북미 AA CRPD 대표단이 긴급행동을 벌이고 있다(왼쪽). 8시간 30분이나 투쟁한 끝에 리프트가 작동되는 버스가 도착해 탑승할 수 있었다(오른쪽). 사진 전장연

그럼에도 상황을 다 이해하는 동료에게도 이런 질문을 으레 받는다. “고생한 건 알겠는데, 굳이 해외에 가서 생고생을 하고 비싼 개인 비용 부담으로도 모자라서 모금도 어렵게 하며 국제투쟁을 할 필요가 있니?”

전장연은 알고 싶었다. 탈시설 법안을 통과한 나라, 장애인 자립생활 활동이 먼저 이뤄진 나라, 장애인의 이동권 등 주요 권리가 보장되었다는 나라에 가서 확인하고 싶었다. 전장연보다 먼저 가열차게 투쟁을 펼치며 권리 보장을 만들었던 해외 단체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 패럴림픽 투쟁을 진행했던 노르웨이, 독일, 파리, 일본 특사단 투쟁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장애인 단체, 인권운동단체 및 진보정당을 만났다.

올해도 미국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 토론토에서 탈시설 운동, 자립생활 운동, 빈민 운동, 시민사회 운동을 펼치는 수많은 단체를 만났다. 뉴욕에선 미국의 탈시설운동단체 DRI를 통해 미국의 탈시설운동을 비롯한 장애인운동이 트럼프 정부의 예산삭감으로 어려움에 처한 것을 확인했고, 미국의 대표적 장애인운동 단체인 DIA를 만나 미국 내 장애인이동권과 한국의 장애인운동을 조우하며 함께 활동할 방안을 고민했다.

주먹을 불끈 쥐며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북미 AA CRPD 대표단과 DIA. 사진 전장연
주먹을 불끈 쥐며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북미 AA CRPD 대표단과 DIA. 사진 전장연

캐나다 몬트리올에선 장애인 인권운동단체 RAPLIQ(라플리크)를 만나 안락사 이슈가 장애인의 권리 및 생존에 어떻게 위협으로 다가오는지 함께 소통하기도 했다. 때로는 한국의 장애인운동보다 진취적인 상황을, 때로는 예상외로 어려움에 봉착한 경우를 듣게 되고, 이후에도 국제 연대를 같이 만들어 가기로 했다. 앞서 언급한 캐나다의 RAPLIQ는 ‘김진수 열사 1주기 및 마로니에 탈시설 장애인 합동추모제’에 연대추모영상을 보내기도 했고, 전장연에 가입하고 싶다고 적극적 대시(?)를 하고 있다.

전장연은 알리고 싶었다. 한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천주교 세력이 탈시설권리를 탄압하고 있고,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400명을 정리해고하는 등 장애인 권리 약탈을 끊임없이 벌이고 있다는 것을 해외 시민에게 알리고 싶었다.

이번 북미 투쟁에선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박초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가 UN CRPD 당사국 회의에 참여하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탈시설 권리의 약탈을 알려 나갔고, 투쟁을 통해 만난 국제 장애인 단체와 교류 활동을 펼치며 국제 행동 속에서 함께 한국의 장애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고민을 나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뉴욕에서 진행된 UN CRPD 당사국 회의에 참여하여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뉴욕에서 진행된 UN CRPD 당사국 회의에 참여하여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국제 항공 이동에 있어서 장애인 차별 규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본부에 찾아가서 직접 장애인 이동권 보장 행동을 펼치기도 했다. 쉽게 무시되고 배제 받기 쉬운 장애인의 이야기를 국제투쟁 속에서 처절할지언정 굴하지 않은 채 얘기하고 싶었다.

전장연은 혐오와 배제, 차별을 넘어 2025년에도 북미 투쟁을 무사히 마쳤다. UN 뉴욕본부 앞에서, 시외버스 탑승 투쟁에서, 뉴욕 타임스퀘어 앞 다이인(die-in) 행동을 통해서 장애인의 권리는 투쟁을 통해 직접 쟁취한다는 것을 또 확인할 수 있었다. 2025년 국제투쟁을 통해서도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장애인의 해방된 세상을 더 넓게 만들어 가기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

북미 AA CRPD 대표단이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본부에 찾아가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직접행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전장연
북미 AA CRPD 대표단이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본부에 찾아가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직접행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전장연
북미 AA CRPD 대표단이 뉴욕 타임스퀘어 앞 다이인(die-in)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북미 AA CRPD 대표단이 뉴욕 타임스퀘어 앞 다이인(die-in)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앞으로 북미 AA CRPD 대표단에 참여한 여러 활동가의 이야기를 보게 될 것이다. 다양한 활동가의 이야기가 모으고 모아져 이 국제투쟁이 한국의 장애인운동에 있어 커다란 성과가 될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New Citizenship! Against Ableism! 비난과 혐오보단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자! 앞으로의 국제투쟁에도 더 크고 넓게 함께 해요!

 

필자 소개

박철균 북미 AA CRPD 대표단 집행위원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실장. 2002년 효순·미선 사건 촛불시위에 함께 하면서부터 진보적 시민사회정당운동에 함께 했고, 2015년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장애인운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가 어느 곳에서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고 있고, 현실로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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