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점자지도', 어디까지 왔나

국토부, 2014년부터 점자지도 제작...올해로 3년차 "3D 프린팅 기술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에 초점"

2016-08-09     최한별 기자
수능 선택 사회 과목 중에는 '세계지리'가 있다. 서울맹학교에는 2015년 이전까지 '세계지리'를 선택하는 학생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대입 수능시험때는 몇 명의 학생이 '세계지리'를 선택했고, 1등급을 받은 학생도 나왔다. 점자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점자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공간에 대한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는 지도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으나, 한국 시각장애인들에게는 2014년 이전까지도 '다른 세상 이야기'에 불과했다. 시각장애인에게 공간 정보를 제공할 수단이 부족함을 인지한 국토교통부는 점자지도 제작에 착수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지도
그리고 3년차인 2016년, 올해도 어김없이 점자지도 제작이 진행된다. 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16 점자지도 제작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점자지도 제작 방향을 공유하고, 전문가와 당사자들로부터 조언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이번 사업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는 '새한항업'과 '올포랜드' 측은 올해에는 기술적인 측면과 더불어, 시각장애인이 생활에서 실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 연구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는 세계지도와 한국 지도, 서울 지도 제작에 그쳤지만 올해는 전국 광역 시도와 제주도 점자지도까지 제작한다. 또한, 최근 상용화가 확대되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 가정에서 누구든 점자 지도를 인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를 디지털화 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촉각을 통해 공감각적 인지를 돕기 위한 점자지도뿐 아니라, 핸드폰 어플 등을 활용해 음성으로 횡단보도, 볼라드, 음향신호기 등 보행시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중이다. 전국 맹학교 인근 점자지도를 만들어 학생들이 지도 읽기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지도
 
이러한 계획에 대해 시각장애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착수보고회에 참석한 이승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팀장은 "시각장애인의 사회활동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점자지도는 또 다른 가능성과 상상력을 열어주는 문이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 성과가 보이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반드시 엄청난 성과가 나타날 거라고 확신한다"고 사업의 중요성을 평가했다.
 
정문수 전북맹아학교 교감은 "얼마 전, 학교에서 10년동안 근무하신 시각장애인 당사자 선생님께 학교 주변 촉지도를 드렸더니, '이 학교를 10년동안 다니면서도 우리 학교 주변에 이 건물이 있는지를 이제야 알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점자 지도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 교감은 "최근에는 3D 프린터가 상당히 상용화되어 개인도 20만원 정도면 3D 프린터를 구매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굳이 보급량을 늘리지 않더라도 누구든 원하는 지역의 점자지도를 프린트해볼 수 있도록 지도 소스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움도 많다. 박성호 새한항업 GIS사업부장은 "지도를 직접 사용할 시각장애인들에게 실효적인 결과물을 내놓고 싶은데, 워낙 욕구가 다양하다보니 어떤 방식이 가장 적절할지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점자를 UV 방식(종이 위에 투명한 코팅을 입히는 방식)과 천공 방식(종이를 눌러 반대편 면으로 점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방식) 중 어떤 방식으로 제작할지부터, 음성 안내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제작할지 아니면 표준안을 제작해 사업자들에게 제공할지, 3D 프린트 제작을 위해 지도를 디지털화할 때 마주하는 기술적 어려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착수보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보급량 확대, 점자 지도 제작을 맹학교에서 복지관으로까지 확대, 교육부 특수교육지원센터와의 공조, 음성 정보 제공으로 서비스 확대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용관 국토지리정보원 지리정보과 시설사무관은 "점자 지도의 필요성 때문에 하루빨리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싶긴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하고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시도해보는 중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더욱 유효한 결과물을 내기 위한 과정으로 봐 주시고, 많은 의견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2016 점자지도 제작 착수보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