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처벌' 유일한 법조항, 군형법 추행죄 폐지 입법청원운동 돌입
유엔자유권위원회도 폐지 요구...“1만인 입법청원운동 시작합니다”
5일,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아래 군인권네트워크)’ 등 인권 단체들은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를 위한 1만인 입법청원운동 시작을 알렸다.
군형법 제92조의 6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2008년부터 국내에서는 이 조항에 대한 폐지 요구가 높아졌고,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아래 유엔자유권위원회) 역시 2015년, 해당 조항의 폐지를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11월 5일까지 조항 폐지 이행 상황을 유엔자유권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같은 국내외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잠잠하다. 20대 국회에서는 입법 움직임이 전혀 없고, 헌법재판소 역시 2002년, 2011년에 이어 2016년에도 이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이에 군인권네트워크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부정적이고 경직된 태도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의식은 달라졌다. 성소수자 시민권과 평등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음은 물론, 이에 대한 참여 요구도 높아졌다”라며 “시민들의 의식과 상관없이 성소수자의 인권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며 매우 절박한 심정으로 1만인 입법청원운동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한가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조항 적용례를 보면, 이성애자가 성소수자에 대해 성폭력을 가하는 경우 성소수자 역시 처벌한다. 피해자도 ‘즐겼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반대로 합의에 의한 성관계의 경우에는 성소수자만 처벌한다”라며 “성소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피해자임에도 처벌받는 조항은 헌법에 명시된 ‘법 앞의 평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군은 동성간 성행위는 ‘군기’와 ‘전투력’을 감소시킨다는 이유로 해당 조항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석진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활동가는 “어떤 연구 사례를 통해서도, 동성애가 군기를 해치거나 전투력을 약화시킨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활동가는 “이 조항으로 인해 처벌받는 사례도 1년에 한 건 내외”라며 “실효성도 없는 조항 때문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의 헌법적 권리, 즉 과잉금지원칙, 성적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형법 제92조의 6은 고도로 통제되는 집단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의 진정한 원인은 제쳐두고, 성소수자의 정체성에만 폭력의 원인을 두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며, 고도로 통제되는 장애인 거주시설이나 감옥, 군대 등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경직된 위계질서 안에서 가해자가 우월적 지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조적인 원인은 해결하려 하지 않고,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범죄시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일침했다.
군인권네트워크는 ‘세계 인권의 날’인 12월10까지 입법청원서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명운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