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 반대” 외쳤던 반기문, 알고 보니 성소수자 혐오자?

TV조선 “만민이 평등하다는 거지, 동성애 지지하고 찬양하는 거 아냐” 보도 성소수자단체 “유엔 가치에 위배, 반기문은 해명하라” 촉구

2016-12-14     강혜민 기자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동성애 지지자가 아니다’라는 TV조선 보도에 대해 성소수자들이 반 총장의 해명을 촉구하며 나섰다.
 

지난 12일 TV조선은 ‘임덕규 전 국회의원이 반 총장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방송에서 임 전 의원은 “UN 입장에선 만민이 평등하다 그런 개념이지 동성애를 지지하고 찬양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런 말씀을 (반 총장이) 하셨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TV조선은 ‘임덕규 전 국회의원이 반 총장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TV조선 화면 캡처.

이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아래 행성인)는 14일 “임 전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자신의 발언과 활동을 부정하고, 그의 성소수자 인권 옹호 활동에 지지를 보낸 이들을 배신하는 셈”이라면서 반 총장에게 해명을 촉구했다.
 

유엔 사무총장 재임 동안 반 총장은 공식 석상에서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입장을 꾸준히 보여 왔다.
 

반 총장은 지난 2010년 12월 10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 및 제재 철폐’ 행사에서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차별을, 특별히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거부합니다. 누군가 성적 지향을 이유로 공격받고, 학대받거나 감옥으로 보내질 때, 우리는 반드시 이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방관할 수 없습니다. 침묵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듬해인 12월 8일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근거한 폭력과 차별 근절’에 관한 패널 참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선 “국제인권법에 따라, 모든 국가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것을 포함하여 폭력과 차별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합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2013년 4월엔 한국의 동성애 혐오와 차별에 대해 직접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유네스코가 발간한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 한국어 번역판 추천사에서 반 총장은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때문에 폭력과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나 있다”면서 “심지어 안전해야 할 학교나 교육기관 등에서조차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동성애혐오로 인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의 모국,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성애는 대개 금기시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우리 인류의 구성원인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모든 청소년을 위해, 학교를 더욱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온전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마땅하다.”라고 언급했다.
 

그 결과, 반 총장의 10년 임기를 마치는 고별 연설이 있었던 13일 유엔총회에서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성소수자 인권 옹호를 반 총장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날 서맨사 미국대사는 “성소수자(LGBTI)의 평등한 권리와 존엄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 그가 취한 입장은 무엇보다도 획기적이었다”면서 “총장직을 시작할 때 반기문은 성소수자 인권의 옹호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로 어떤 차별을 겪는지 알게 됐을 때, 이웃과 학우들에게 괴롭힘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되고,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을 거부당하고, 폭행, 심지어는 살해를 당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그는 성소수자 권리의 열렬한 옹호자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TV조선의 보도에 사람들은 반 총장이 대권을 의식한 입장 선회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이달 말로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는 반 총장은 현재 여권 차기 대선 후보 1위로 떠오르고 있으며, 내년 1월경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행성인은 “TV조선이 보도한 반기문 총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간 당신이 주창해온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지지를 거스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내 언론에 자신의 태도가 성소수자 옹호가 아니라는 해명은 당신이 몸담은 유엔의 가치와도 배치할 뿐 아니라, 다시금 성소수자를 반인권의 위협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반동성애 인증으로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은 박근혜 정권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날 행성인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왜곡된 보도를 반복하는 TV 조선에 대해서도 “성소수자 인권을 ‘찬반’ 문제나 ‘논란’의 대상으로 왜곡해 결과적으로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