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파탄의 끝판왕 된 2016년, 결론은 "박근혜 퇴진이 ‘복지'다"
[2016년 결산 ③] 2016년 전방위적 복지 예산 삭감, 장애인에게 칼을 겨누다
2016년 하반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던졌다. 최순실, 정유라, 삼성 등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대통령의 권력이 사적으로 사용됐다. 구조 지시를 해야 할 급박한 순간에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다는 등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충격적인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승객 300여 명이 세상을 떠난 바로 그 해, 송파 세 모녀와 故 송국현, 故 오지석 씨도 부실한 복지제도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박 대통령은 당선 초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를 약속했지만, 이들이 죽고 난 뒤에도 이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는 있는 복지예산마저 뒷걸음질쳤고,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게이트 정국이 터지기 전부터 장애인과 빈민들은 복지를 바로세우기 위해 곳곳에서 싸워왔다. 그리고 전국민이 국정농단에 분노하고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왔던 때, 장애인과 빈민들은 ‘박 대통령 퇴진이 복지’임을 선언했다.
사회적 약자 생존권 무시한 정부의 복지 예산 삭감
박근혜 정부는 2016년 내내 복지 예산 삭감을 밀어붙였다. 지난 3월부터 정부의 재량지출을 10% 줄이겠다고 밝혔고, 지난 8월에는 재정이 소요되는 법률의 제정을 제한하는 ‘재정건전화법’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김포경찰서와 사회보장정보원이 장애인 활동지원 이용자들과 활동보조인 부정수급을 색출하는 등 이른바 ‘복지 누수’를 막기 위해 복지 수급자들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흐름도 계속됐다. 이러한 정부의 예산 축소 의도는 구체적인 복지 예산을 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복지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회보장기본법 26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복지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정리 작업을 진행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자체 복지 분야 예산은 지난해 2117억 원에서 올해 1356억 원으로 35.9% 삭감됐다. 저소득층 예산은 997억 6300만 원에서 705억 7400만 원으로 29.3%, 장애인 예산은 지난해 252억 900만 원에서 224억 7100만 원으로 10.9% 깎였다.
실제로 드러난 피해만 보더라도 인천시는 중증장애인 3명에게 지원하던 활동지원 24시간을 지난 2월부터 하지 않기로 했고, 경기도 고양시, 포천시, 서울 성북구 또한 활동지원 24시간, 신규 대상자에 대한 활동지원을 중단했다. 게다가 충청남도 천안시의 경우 활동지원 24시간 예산으로 3억 7464만 원을 편성하고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정부가 편성한 내년 복지 예산도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국회를 통과한 보건복지부 내년 예산은 33조 7562억 원(기금 제외)으로, 올해 추가경정이 반영된 예산 33조 4079억 원보다 1.0% 늘었을 뿐이다.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9조 4223억 원으로 2.4% 인상되는 데 그쳤고, 심지어 의료급여, 긴급복지, 자활지원 예산은 201억 원, 100억 원, 249억 원씩 줄었다.
장애인 관련 예산은 1조 9205억 원으로 증가율은 2.6%에 불과했다. 장애인연금을 비롯한 소득보장 예산은 7248억 원으로 고작 0.6% 늘어났다. 활동지원 예산은 5461억 원으로 5.7% 늘기는 했으나, 활동지원 수가는 시간당 9240원으로 240원 올랐을 뿐이었다. 장애계가 요구하는 1만 1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이 수가로는 당장 활동보조인의 최저임금조차 보장하지 못한다. 그러는 와중에 장애인 탈시설과 역행하는 시설 지원 예산은 오히려 130억 원이 늘었다.
박근혜 정부는 4년 전 내세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완화 약속도 여전히 지키지 않았다. 정부가 장애등급제를 개편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6월부터 6개월간 진행한 시범사업은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확충하지 않았다. 중증과 경증 등급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실상 정부가 장애등급제를 폐지할 뜻이 없음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도 부양의무제를 그대로 둔 채 더 나쁜 방향으로 나아갔다.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 1년 후에도 광범위한 수급 사각지대는 그대로였고, 오히려 정부가 자의적으로 급여 대상자와 수준을 정하게 되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지난 1월 시행된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은 자활 소득 공제를 없애고 재산 기준을 더 엄격하게 반영하는 등 수급자들의 수급권 탈락을 조장했다.
‘복지 후퇴 주범’ 박근혜에 맞선 장애인·빈민, ‘박근혜 퇴진이 복지’
이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기 전부터 사회적 약자들을 궁지에 내몬 박근혜 정부는 정부로서 정당성을 잃었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은 살기 위해 곳곳에서 정부에 맞서야 했다. 활동지원 24시간이 끊긴 인천 지역 당사자 2명이 인천 시청에서 1인 시위를 했고, 천안 지역의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을 촉구했다. 지난 6월 장애인들은 세계사회복지사대회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고 외쳤고, 세계 사회복지사들도 이에 응답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4년간 광화문역에서 농성해온 장애인, 빈민들은 올해도 그 자리를 지키며 일상적인 투쟁을 이어갔다.
정부의 예산안이 발표된 지난 9월에는 전국의 장애인들이 청와대 앞 종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일주일간 농성을 진행했다. 장애인들은 “죽기보다 싫지만, 그래도 살기 위해” 삭발을 단행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에 장애인 생존권 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하반기에 드러난 국정 농단 사태는 정부가 최순실 등 측근과 재벌에게 수조 원의 사적 이익을 챙겨주느라 복지와 같은 공적인 이익을 내팽개쳤음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장애인들도 광장으로 나온 200만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잇따른 시국선언,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 1박 2일 노숙, 그리고 매주 주말에 이어진 범국민 집회에서 장애인과 빈민들은 박 대통령을 복지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런 박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것이야말로 ‘복지’라고 이들은 선언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 통과, 그래도 복지 바로세우는 장애인·빈민들의 움직임 계속된다
지난 12월 3일 민심에 떠밀린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 탄핵안에는 복지 파괴에 대한 책임을 거론한 내용이 없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복지 축소를 집행했던 소위 ‘부역자’, ‘동조자’들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는 복지제도 확충을 위해 노력했는데, 취약계층이 복지제도를 잘 몰라 혜택을 못 받는다’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반성은커녕 책임을 복지 대상자에게 떠넘긴 것이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내각도 사과 한 마디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탄핵을 결정한 국회조차 복지 예산을 확충하는 데에는 무관심했다.
따라서 장애인과 빈민이 천명한 ‘박근혜 퇴진이 복지’라는 선언은 박 대통령 탄핵과 퇴진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박 대통령 퇴진을 시작으로 복지 파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무너진 복지를 바로세우는 행동의 신호탄이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박 대통령 퇴진 이후 새로운 사회를 이야기하듯, 장애인과 빈민들 또한 무너진 복지를 바로세우기 위한 행동들을 전개할 것이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사회보장기본법 26조와 같은 잘못된 제도 대신 장애인권리보장법과 같은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고, 부족한 내년도 예산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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