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웰 거주인 15명의 자립생활 거점, 지원주택 27일 개소
독립적 주거환경과 발달장애인 서비스 지원 함께 제공 입주 당사자, 주거 계약 주체 못 되는 등 한계도 있어
사회복지재단 프리웰 산하 시설 거주인 15명이 자립생활을 시작할 서울 양천구 소재 지원주택이 27일 개소했다.
지원주택은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민간아파트나 원룸, 임대주택 등 독립적인 주거 환경에서 생활하되, 외부 실무자가 발달장애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주거 형태다. 이로써 장애인의 사회통합과 자율적인 일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면서도 발달장애인이 놓이기 쉬운 고립과 위험을 방지할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프리웰은 지난 11월 서울시가 진행하는 지원주택 시범사업에 선정돼 SH공사로부터 8채의 임대주택을 지원받게 됐다. 5채의 임대주택에는 유소년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해맑은마음터 거주인 9명, 3채의 임대주택에는 성인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누림홈 거주인 6명이 입주한다. 임대주택 1채당 2~3개의 방이 있어, 입주자들은 각자 개인 방에서 살 수 있다. 지난 12일부터 이사를 준비해온 입주자들은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배치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또한 프리웰은 지원주택과 가까운 곳에 통합 지원센터를 세워 입주자들이 원하는 경우에 서비스를 지원하거나, 입주자간 교류의 장으로 활용한다. 향후 입주자들이 자립생활에 익숙해질 경우 법인이나 시설에서 지원하는 서비스 양을 차차 줄여갈 예정이다.
이날 개소식에는 입주 당사자들과 프리웰 직원, SH공사 관계자들이 참여해 입주를 축하했다. 누림홈에서 입주한 당사자들과 직원들은 외부 손님들을 위해 집들이를 준비하기도 했다.
최근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입주자 박민호 씨는 “이번에 지원주택에 입주하게 되어 기쁘다. 우리끼리만 있으니 불안하기도 하지만, 자립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선 기분”이라며 “앞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해 장애 아동들을 위한 사회복지사가 되려고 한다”라고 자립생활 계획을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입주자 최원영 씨도 “그룹홈을 나왔을 때 두려움도 있었지만, 다른 의미로는 설렌다. 두려움보다는 사회로 나가는 기쁨이 더 크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이날 개소식에서는 축하와 동시에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지원주택을 입주자들에게 직접 제공한 것이 아닌, 시설을 통해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원주택 입주자들도 공식적으로는 시설에서 퇴소하지 못한 상태라 활동지원서비스나 소득 지원 등 자립생활에 필요한 공적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문병수 해맑은마음터 원장은 “자립생활의 최소 조건은 자신의 집을 본인이 직접 계약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원주택의 계약 주체는 (프리웰) 시범사업단이었다”라며 “입주자들이 앞으로 직접 집을 계약할 기회가 늘어났으면 한다. 서울시도 이를 뒷받침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숙경 프리웰 이사장도 “지원주택은 근거리 지원과 독립적 사생활 보장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LH와 서울시는 그룹홈을 중심으로 발달장애인 주거를 제공할 뿐, 지원주택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성재 SH공사 주거복지본부 차장은 “법적인 근거가 부재한 탓에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주거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장애인 당사자들과 직접 계약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