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딸 입시부정부터 특수학교 님비논란까지

[2016년 결산 ⑧] 잊어서는 안 될 2016년 결정적 순간들

2016-12-31     하금철 기자

2016년의 마지막 날이다. 앞서 비마이너가 보도한 올해의 주요 이슈를 결산해보면서 장애인-소수자운동도 정말 2016년을 숨가쁘게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2016년 결산> 기사를 통해서 비마이너가 주목한 2016년 핵심 뉴스를 7가지 주제로 정리해 소개했다. 하지만 이 7가지 주제로 담지는 못했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2016년 결정적 순간들이 너무나 많다. 이 중엔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다수다. 2017년엔 이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길 바라면서, 모두가 행복한 새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2017년엔 Happy New Year~!

나경원 의원 딸 성신여대 입시부정 사태

나경원 의원 딸의 성신여대 입학 부정 의혹을 다룬 뉴스파타 방송 화면 갈무리.

2016년 3월, 때 아닌 나경원 의원 딸 입시부정 논란이 제기됐다.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가 3월 17일 보도를 통해 제기한 이 의혹은 장애계는 물론이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나 의원의 딸이 2012년 성신여대 실용음악과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입시 과정에서 ‘자신은 나경원 의원의 딸’이라고 신분을 노출하는 등 부정행위를 했고 실기 면접 준비도 소홀히 했지만, 학교 측은 다른 학생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편의를 제공해 결국 합격시켰다는 것이었다.

<뉴스타파>는 성신여대와 나 의원 사이의 부적절한 커넥션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나 의원 딸의 면접 심사위원장이었던 이병우 교수는 나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됐고,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이 나 의원 딸이 응시한 해에 새로 생겼다는 점, 그리고 이후 성신여대가 비리사태로 곤경에 처하자 나 의원의 보좌진을 했던 이가 재단 이사로 선임되어 심화진 총장의 해임 위기를 모면케 했다는 것 등이었다.

보도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자 나 의원은 즉각 반박문을 내고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힌 날”이라면서,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휠체어를 빼앗고 일반인처럼 걸어보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장애인의 입학전형은 일반인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뉴스타파>의 보도를 반박했다.

그러나 나 의원의 반박은 해당 전형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평가받았어야 할 다른 장애학생들의 입장에선 납득하기 힘든 것이었다. 또한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장애학생의 교육권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한 ‘배려’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인식은 ‘배려’나 ‘특혜’가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애인도 차별없이 교육받을 기회를 요구한 결과 얻어진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의 역사를 무시한 발언이었다.

비마이너는 이 논란이 단지 한 정치인 자녀의 입시비리 문제로 끝나지 않고, 장애학생 교육권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게 하고자 시도했다. 이 때 나 의원에게 공개편지 형식으로 쓴 기사는 비마이너 역사상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나 의원은 의혹 자체를 부인하며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이런 문제제기는 성역 없이 나와야 하고 이를 발판 삼아 장애인 교육권 향상을 위한 논의도 더 진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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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공론장에 넘쳐난 장애 비하 발언

2016년은 어느 때보다 정치적인 한 해였다. 정치적 사건도 많았지만 대중들의 정치참여도 가장 활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양한 정치적 발언과 의사 표시 와중에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과 노골적 혐오 발언들이 적잖이 나왔다. 이런 발언은 일반 네티즌들이 하기도 했지만, 유명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기도 해 큰 실망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자신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거나 비판하려는 대상을 향해 ‘정신장애’ 또는 ‘발달장애’와 같은 표현을 써서 공격하는 행태가 빈번했다. 최근 유력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에 대해 왜곡 보도하는 조중동과 종편 언론들을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기면서 “수준 낮은 일베만 보면 짝짝이 눈에 정신지체아 되는 수가 있어요”라는 전형적인 장애비하발언을 하면서 뭇매를 맞았다. 이 시장은 곧 문장을 수정하고 사과했지만, 이 시장의 다른 소수자를 빗댄 비하 발언은 이후에도 종종 논란이 됐다.

정치적 공론장 내의 장애 비하 발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에 들어서면서 더욱 눈에 띄었다. 대통령 연설문을 최순실이 대신 써줬다는 사실, 그리고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통령의 사생활 문제가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를 ‘정신장애’, ‘발달장애’라고 조롱했다. 이런 발언은 때론 심리학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신빙성 있는 말처럼 퍼져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상대방을 비판/비난하기 위해 특정 인구집단을 비유로 들면서, 이 인구집단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 선입견과 자신이 비난하고자 하는 대상을 뒤섞어버린 전형적인 장애혐오 발언이었다.

우장창창 강제집행에 반대하는 노들장애인야학 학생들 (사진출처 : 노들장애인야학 페이스북)

장애혐오발언은 때론 장애인은 무능력하고 자신의 의사를 스스로 표현할 능력이 없는 존재라는 선입견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건물주 ‘리쌍’에 의해 수년 간 장사해오던 가게에서 권리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된 곱창집 ‘우장창창’에 연대의사를 밝힌 장애인들에 대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우장창창’이 ‘장애우’를 이용해 언론플레이를 한다거나, “장애인들이 저 상황을 제대로 알고 저러는 걸까? 저 장애인들은 ‘리쌍 파이팅!’이라고 적힌 종이 들게 하고 인증샷 찍자고 해도 그대로 사진 찍을 것”이라는 등의 말들이 난무했다.

이런 비하/혐오 발언들은 결국 장애인은 정치적 공간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존재로 보는 것들이다. 시민이 진정한 정치의 주체로 서야 할 과제가 주어진 2017년, 우리는 이런 혐오발언들을 뚫고 장애인도 당당한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는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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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애인운동, 국제연대와 만나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 위한 장애인계의 투쟁이 몇 해째 계속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곳곳에서 점거와 농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올해 6월 27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된 세계사회복지대회 현장에서도 그랬다. 개막식에 나타난 올라온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오직 축사를 하는 것만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이날 기습시위를 통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에는 신속한 진압과 퇴거로 응답했다. 전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사회복지 종사자들 앞에서 한 장애여성 활동가는 행사 진행요원들에 의해 사지가 붙들린 채 끌려나오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세계사회복지대회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촉구하는 기습시위에 국제 사회계는 ‘연대’로 답했다.

그러나 이 광경을 지켜 본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은 “복지의 주체여야 할 이들이 이렇게 쫓아내선 안 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며 한국 정부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대회 폐막식에 이들을 특별연사로 초대했다. 개막식에서 불청객이었던 장애인들이 폐막식에선 특별손님이 된 것이었다.

개막식에서의 폭력 진압 논란은 영국의 가디언(Guardian) 등 주요 매체에도 보도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여러 나라의 사회복지계 인사들은 한국의 장애인운동과의 연대를 약속하기도 했다. 한국의 장애인운동은 그동안 정부로부터는 받아보지 못했던 관심과 연대의 손길을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온 이들로부터 받게 된 것이다.

세계사회복지대회 개막식과 폐막식의 이 상반된 풍경은 아마도 2016년 장애인운동에 있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아니었을까?

▷ 관련기사- 세계사회복지대회 현장서 "장애등급제 폐지하라"...외면하는 정진엽 장관- 세계사회복지대회 ‘폭력적 진압’...국제사회는 ‘연대’로 답하다- 무참하게 끌려나간 장애인 활동가, 폐회식 때 ‘특별한 손님’으로 초대되다- 굳게 닫혔던 세계사회복지대회의 문을 열어젖힌 사람, '레아 마글라질릭‘

특수학교 CCTV 설치 논란
2016년에는 특수교육 현장에도 이슈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특수학교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수교육법 개정안 논란이 있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1일 발의한 이 개정안은 일명 ‘한음이법’이란 이름을 달았다. 올해 초 한 특수학교 통학버스에서 장애학생 박한음 군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으나 초기 대응이 미숙해 결국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이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안이었다.

개정안은 故박한음 군의 부모가 청원하고 일부 장애인부모단체에서도 제정을 촉구하면서 힘을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특수교사들은 이 법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CCTV는 사고 발생 후 증거자료로서만 효력이 있을 뿐 사고를 예방할 수 없고, 특수교육현장의 실정과 맞지 않아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또한, 교육현장에 CCTV를 설치한다는 것은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한다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개정안을 발의한 권칠승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이런 반대 댓글이 수 천개가 달리면서 논란이 증폭되었다.
이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17년에는 열린 논의를 통해 바람직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 관련기사- ‘한음이법’ 논란...특수학교 CCTV는 약인가 독인가?- 광주 세광학교 학생회, “특수학교 CCTV설치 반대한다”- 전국 특수교사 97.4% “특수학급 내 CCTV 설치 반대”

대체 언제 끝나나? 그 놈의 ‘님비’

2015년 하반기 님비 논란을 빚었던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의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가 1년 넘는 갈등을 끝내고 올해 12월 15일 개소했다. 지역주민들은 애초에 “중학생과 발달장애인은 공존할 수 없다”, “장애인시설을 반대하지 않지만 우리 동네에만은 안된다”라는 극단적인 구호까지 내걸며 반대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의 오랜 설득 끝에 마음의 문을 열고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과 함께 사는 길을 받아들인 것이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에는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설치보다 더 큰 과제, 특수학교 증설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지난 2002년 경운학교가 세워진 이후로 15년이 되도록 서울에는 특수학교가 증설되지 못해, 장애학생의 원거리 통학, 과밀학급 문제가 전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4월 20일에 강서, 강남, 중랑 지역에 각각 1개소 씩 특수학교를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첫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강서구 (구)공진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해 특수학교를 신설하고자 했던 계획은 국립한방의료원을 지어야 한다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연말에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반대여론몰이가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특수교육은 2016년 큰 산을 넘었지만, 이처럼 앞으로는 더 큰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수학교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민들의 편견을 극복하고 지역사회 안에 안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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