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성기 형성수술 없어도 남→여 성별정정 가능하다
성전환 여성에 대한 성별정정 판결은 국내 최초 희망법, “성전환자 인권 신장에 큰 기여...여전한 ‘생식능력 제거’ 요구는 재고해야”
2017-02-16 최한별 기자
지난 14일,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재판장 신진화)은 외부 성기 형성 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 여성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하는 것을 허가했다. 외부 성기 형성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 남성(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의 경우 2013년 3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성별정정 허가 결정을 처음으로 한 이래 같은 취지의 결정이 다수 있었다. 그러나 성전환자 여성의 경우 외부 성기 형성수술 없이 성별정정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2006년 성전환자 성별정정을 허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은) 외부 성기 수술을 마치지 않으면 성별정정 허가를 명시적으로 불허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된다.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자기결정권과 충돌하게 될 우려도 있다"라며 허가 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아래 희망법)' 측은 16일 논평을 통해 "본 결정은 성별정정에 있어 외부 성기 요구의 부당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일반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희망법은 "특히 본 결정은 수술 자체의 위험성이나 한계보다는 성별정정을 받지 못한 성전환자가 구체적 현실 속에서 겪는 사회적, 경제적, 인격적 고통 등에 보다 초점을 두고 이에 비추어 성별정정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성전환자의 인권 신장에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대법원 결정 및 예규의 의의를 자세히 분석하여 외부 성기 수술 요구의 위헌성을 다시금 확인하였다는 점"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희망법은 다만 이번 결정에서 성별정정 요건 중 '반대 성의 신체를 갖추는 것'의 결정적 요소를 '생식능력의 제거'로 본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평가했다. 희망법은 "이미 유럽 및 남미에서는 성별정정에 있어 생식능력 제거 등 외과수술을 요구하지 않는 국가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비춰봤을 때, 생식능력 제거 요건을 당연한 것으로 보는 이번 결정 및 대법원의 태도는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