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탈 수 없는 관광객 수송차량, ‘편의시설 설치해야’
인권위 “장애인에게 수치심 줄 수 있는 인적서비스 제공, 정당한 편의 아니야”
지난 2016년 3월 6일,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민호 씨는 대구 비슬산자연휴양림에 가서 반딧불이 전기차를 이용하려 했으나 결국 탑승조차 못 했다. 전기차에 휠체어 승강설비가 없었던 것이다.
대구·경북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이 씨는 그해 4월 15일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8주년 맞이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통해 관광객 수송차량에 휠체어 승강설비 도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에 접수했다.
비슬산자연휴양림은 대구시의 출자로 2014년 설립된 시설관리공단이 관리·운영하고 있다. 자연휴양림 내에선 수송차량을 제외한 일반 차량의 운행이 금지된다. 관광객 수송을 목적으로 하는 전기차와 투어버스가 운영하고 있으나 여기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갖춘 차량은 없다.
진정 1년 후인 지난 3월 31일, 인권위는 휴양림엔 관광객 수송차량에 승강설비 장착 등의 편의제공 방안을 마련하고, 대구시 달성군수엔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해당 차량은 저상버스가 아니며 별도의 휠체어 승강설비가 장착되어 있지도 않아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고, 이들을 위해 제공되는 대체수단도 없다”면서 “수송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매표소 입구에서 대견사 진입로까지의 비교적 경사도가 심한 5.8km 거리를 휠체어를 타고 스스로 또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는 것 이외에 해당 구간을 이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휴양림측이 장애인의 수송차량 승·하차를 위해 인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하반신마비 등의 장애인을 잘못 안거나 업을 경우, 신체에 무리를 주거나 신체에 착용한 의료기구 탈착 등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승·하차 과정에서 조력자가 실족할 경우 조력자와 장애인 모두 부상당하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러한 방식은 다른 이용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시되어 해당 장애인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기에 인적서비스를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 씨는 “인권위의 권고가 ‘헌법’ 제11조에서 명시하는 ‘모든 영역에서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에서 명시한 재화·용역 등의 제공에서의 차별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