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각장애인 이용 시설 점자블록 설치 허술...보행 안전 위협
선형 점자블록 부적정 설치 29곳, 보행 장애물로 인한 불편 19곳
서울 시내 시각장애인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 주변에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아래 한시련)는 최근 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 맹학교, 시각장애인단체 등 시각장애인 이용 시설 44개소와 주변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등을 연결하는 보도의 편의시설 실태를 14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44개소 중 선형 점자블록이 적정하게 설치되지 않은 곳은 65.9%인 29곳에 이르렀다. 점자블록을 아예 설치하지 않은 곳이 2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주로 보도가 끊어져 생활 도로로 이어지는 곳들이었다. 이외에 점자블록이 노후화 된 곳이 4곳, 접근로까지 점자블록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곳이 1곳이었다.
보행 장애물로 인해 보행이 불편한 곳도 43.2%인 19곳이나 됐다. 점자블록 좌우에 장애물이 있어 보행에 필요한 유효폭을 확보하지 못한 곳이 11곳으로 가장 많았고, 볼라드, 전신주 등이 점자블록 앞을 막은 경우가 4곳, 노점상이 점자블록을 점거한 곳이 2곳, 택시 및 버스승강장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곳이 2곳이었다.
한시련은 이러한 실태의 원인으로 선형블록 설치 기준이 부실한 서울시 ‘보도공사 설계시공 매뉴얼’을 꼽았다. 매뉴얼은 보도의 유효 폭이 2.0m 이상이고 보도 좌우에 위험 요소가 없을 경우 시각장애인이 통행 방향을 잡는데 필요한 거리만큼만 선형블록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 일정한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기준이 없어, 현장에서 자의적으로 점자블록을 설치하지 않거나, 점자블록을 짧게 설치할 우려가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장애물을 피하도록 유도할 경우, 유도 경로가 복잡한 경우 혹은 시각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 주변의 도로에는 선형 점자블록을 연속으로 설치하도록 정한 국토교통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도 어긋난다.
한시련은 “현재의 보도공사 매뉴얼은 보도를 직접 이용하는 당사자를 위한 매뉴얼이 아닌 설계 시공사, 지자체 관리자들을 위한 매뉴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라며 “행정 편의주의식의 검증되지 않는 내용으로 시각장애인의 보행 기준선을 재단하며 관리 운영을 등한시하는 실태는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시련은 “선형블록 설치가 생략된 생활도로는 차선과 보도와의 경계가 없어 시각장애인들 뿐만 아니라 보행약자들의 안전에 취약함이 많다”라며 “도로 한쪽 면에 보행자 전용 통로와 점자블록을 설치함으로써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생활도로를 보행하는 노약자들 또한 경로를 이탈하여 차로로 들어가거나 각종 보행 장애물 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