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국가 수치,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92조의6 삭제한 개정안 발의

1만 2207명 시민 입법 청원 4개월 만에 겨우 발의 의원 수 충족

2017-05-25     갈홍식 기자

김종대 정의당 의원 등 10명의 의원들이 25일 군형법 92조의6을 삭제한 군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과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이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연 모습.

최근 동성애자 군인 A 대위가 유죄 판결을 받는 데 적용됐던 군형법 92조의6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사회적으로 거세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이러한 성소수자, 시민들의 요구를 담은 군형법 개정안을 25일 국회에 발의했다.
 

군형법 92조의6은 ‘군인 및 준군인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경우 징역 2년 이하의 형벌에 처한다’라는 조항이다. 이러한 조항은 성관계시 합의와 무관하게 남성 동성애자 군인을 처벌하는 데 사용되면서 성소수자들과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성소수자단체들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군형법 92조의6 폐지를 요구해왔고, 유엔 자유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지속해서 해당 조항의 폐지를 권고했다.
 

이에 2014년 지난 19대 국회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군형법 92조의6을 삭제한 군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와 국회의원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법안 통과까지 이르지 못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성소수자 당사자들과 시민 1만 2207명은 지난 1월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법 청원을 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안 발의가 정체되는 동안 A 대위 사건이 벌어졌다. 올해 초 육군은 군형법 92조의6 위반 혐의로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했고, 24일 A 대위는 육군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의 실형을 받았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소속 의원들은 1만 여명의 시민 청원에 부응해 군형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해왔으나, 이에 동참할 의원들을 모으지 못해 발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법안을 발의하기 위한 최소 의원 수는 10명으로, 원내 6석인 정의당만으로는 법안을 발의하지 못한다. 김종대 의원은 최근 진선미,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훈, 윤종오 무소속 의원의 동참으로 이번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법안 발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군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은 “어제 A 대위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실형 선고 받고 병원에 실려가는 불상사가 있었다”라며 “같은 시각 대만 대법원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해 성소수자 인권과 존엄을 대폭 발전시켰는데, 오히려 대한민국은 동성애 차별을 넘어 희대의 처벌 사건이 벌어졌다. 성소수자 단체와 연대해서 오는 6월 국회에서 문명국가의 수치인 동성애 처벌 조항을 반드시 폐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도 “세계적인 추세는 성소수자 권리를 보장하는 것인데 한국은 거꾸로 간다. 여태껏 제대로 적용되지도 않았던 사문화된 조항 찾아내 (성소수자들을) 기어이 색출하고 처벌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와 국제 기준에 역행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군 인권 개선 차원에서도 군형법 92조의6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이 조항을 존속시키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수치라는 점을 국회의원들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늘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은 “A 대위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형을 받았을 때 A 대위의 어머님의 심정을 생각하니 참담함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라며 “더는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10명의 의원들이 힘 써달라. 성소수자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더 많은 정치인들이 법안 통과에 나서달라.”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