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사냥’하는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 소송, 대규모 대리인단 꾸려졌다
민변 소속 75명 변호사 힘 모아… “동성애 범죄화, 이젠 끝내야”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소송을 위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이 대규모 대리인단을 구성하고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제청 사건(헌재 2017헌가16)에 관해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는 12일 오전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애 범죄화를 이젠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위헌제청된 사건은 군대 동기 병사 2명이 생활관뿐만 아니라 휴가 중 자택에서 한 합의에 의한 성접촉까지도 군 검찰관이 군형법 제92조의6을 적용해 기소한 사건이다. 지난해 6월 이들이 전역하면서 보통군사법원은 이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이송했고 검사는 피고인들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인천지법은 위헌제청 결정문에서 위 조항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2월 직권으로 헌재에 위헌 심판을 제청했다. 이로써 군형법 제92조의6은 2002년, 2011년, 2016년에 이어 4번째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게 됐다.
이번 대리인단 단장인 이석태 민변 전 회장은 “위 조항에 대한 위헌 논의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해당 조항이 우리 사회 성소수자 인권을 본질적이고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 성소수자 인권 신장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기에 대규모 위헌소송 대리인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의견서에서 “이 사건 법률 조항의 개정 전 조항들에 관한 헌재 결정들은 동성 군인간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판단이었다. 과거 성폭력 범죄가 친고죄였던 당시, 수사단계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여 성폭력 처벌 조항을 적용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비친고죄인 군형법상 추행죄를 우회적으로 적용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 사건은 성폭력 범죄가 아닌 동성간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을 문제 삼아 기소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리인단은 “‘동성애 범죄화 조항’으로서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와 위헌성을 이전 결정과는 달리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성소수자의 평등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평등권을 보장하는 군대에 관해 대단히 중요한 법적·사회적 의미를 가진다”고 무게를 실었다.
대리인단은 “앞으로 최선을 다해 논리정연한 의견 개진과 함께 관련 국내외 판례,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 권위 있는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의견 등을 제출해 나가고자 한다”면서 “헌법재판소에서 최대한 신중하고도 객관적이며 진지한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판단해 줄 것과 공개변론 등 심사숙고가 가능한 기회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엔 육군보통군사법원이 군형법 92조의6을 적용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한 동성애자 군인 A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이 조항은 국내외에서 또다시 크게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대리인단은 “최근 이슈가 된 육군 성소수자 군인 색출 수사는 군대 내 동성애 범죄화 조항인 군형법 제92조의6을 근거로 이루어졌다”면서 “야만적인 ‘게이 사냥’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이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요 국가들은 성소수자 군 복무를 적극 지원하고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 한국 역시 평등과 인간 존엄을 존중하는 군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 소송 대리인단엔 민변 소속 변호사 75명이 대거 참여했으며,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20여 명도 대리인단으로 전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