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는 없는 이용제한, ‘장콜’에는 왜 있나” 인권위 진정

경기장차연, "특별교통수단 이용제한 규정은 장애인 차별"

2018-08-14     최한별 기자
14일, 경기장차연은 경기도 장애인 콜택시 이용제한 규정이 장애인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가 장애인콜택시(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이용 제한 규정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경기도 31개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14일 오후 1시, 인권위 1층 로비에 모인 경기장차연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교통수단은 경기도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임에도, 일반 대중교통에는 없는 '이용수칙 위반 시 이동 제한'을 두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경기도에는 31개 지자체가 있는데, 지자체마다 다른 운영기준과 이용수칙을 적용하고 있다. △예약 취소 △차량 도착 시, 즉시 탑승하지 않는 행위 △운전자에게 예약자 인증코드 및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는 행위 △휠체어 고정장치 등 안전장치 사용을 거부하는 행위 △상담원 및 운전자에 대한 폭언·폭행·성추행·성희롱 등의 행위 △과도한 음주로 승·하차 및 운행을 위험하게 하는 행위 등을 하는 경우, 장애인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특별교통수단 이용을 하지 못한다.

지자체들은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항"이라며 이용제한 사유를 특별교통수단 운영 지침이나 조례에 넣고 있으나, 경기장차연은 이것이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경기장차연은 "지하철 연착 때문에 예약했던 차량을 제시간에 탑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장애인은 이용제한을 당하고, 날씨가 아무리 덥고 추워도 제시간에 차를 타기 위해 한 시간씩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선다"라며 "비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요구되지 않는 것들이 장애인에게만 요구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비장애인이 대중교통 이용할 때, 짐이 많다고, 술을 많이 마셨다고, 여러 사람이 탄다고, 혹은 지역 밖으로 나가는데 병원에 가는 게 아니라고 탑승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그런데 장애인에겐 대중교통과 다름없는 특별교통수단이용에 이러한 제약을 둔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 활동가는 "경기도는 무척 넓은 생활권이고, 인접한 지역과 서울을 연결하는 버스노선이 활성화된 지역"이라며 "그러나 저상버스가 거의 도입되어 있지 않아 100% 도입 전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운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특별교통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문 활동가는 "그런데 이러한 특별교통수단의 이용을 막는다는 것은 장애인, 특히 경기도에 사는 장애인에게 아무 데도 가지 말라는 말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김용란 경기장차연 집행위원장은 "이용제한의 본질은 특별교통수단이 충분하지 않은 문제"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니 이용자를 거르고 걸러 수요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정기영 경기장차연 이동권위원회 위원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는 장애인 1, 2급 인구(200명당 1대)를 기준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지자체 조례에 따라 임산부나 노약자 등 다른 교통약자도 사용 가능하다"라며 "현재로서 법정대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별교통수단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이러한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대표는 "장애인들이 이동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열심히 투쟁했다. 그 투쟁의 결실로 우리의 당연한 권리인 이동권이 겨우 보장되나 했더니, 아직도 우리의 자유로운 이동은 먼 이야기이다"라며 "장애인도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해야 할 일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면, 이는 기본적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김 대표는 "경기도 지자체들이 침해하고 있는 우리의 권리를 묵과하지 말자. 우리의 이동권은 당연한 권리, 우리의 인권이라는 걸 분명히 알리자"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장애인 당사자 50여 명이 참여해 특별교통수단 이용제한 규정에 대한 폐지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집단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경기장차연 회원들. 약 50여명이 참석했다.
경기장차연 회원이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