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표류한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요구, 문재인 정부로 향해

장애인정책 통합기구로 유명무실한 조정위, 실질적 대체 기구 위한 토론회 다시 가져

2019-04-05     박승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가 3일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전혜숙 국회의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및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으로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박승원 기자
 

10여년 이상 주목받지 못한 중앙정부 기구로서 장애인정책 콘트롤타워를 상설화하자는 주장이 문재인 정부로 향했다. 관계 부처 간 의견을 조정하고 정책 이행을 감독∙평가하기 위해 만든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아래 조정위)가 형식적인 회의체기구에 그쳐 대통령 산하의 국가장애인위원회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가 3일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전혜숙 국회의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및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으로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중앙정부 기구로서 장애인정책 콘트롤타워 상설화 요구는 2005년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 정화원 국회의원이 17대 국회에서 ‘장애인기본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대통령직속 장애인위원회 설치에 관한 규정을 넣었지만,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않았다. 2014년 19대 국회에서 최동익 국회의원이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이 역시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그리고 현재 20대 국회에 와서 장애인계 요구를 담아 발의한 2개 법률안인 ‘장애인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안(2017. 1. 24. 양승조의원 대표발의)’과 ‘장애인기본법안(2017. 5. 24. 이종명의원 대표발의)’ 내용 중에도 국가장애인위원회 관련 규정이 담겼다.

- 다양하게 퍼진 장애인 관련 부서들, 통합기구로 제대로 역할 못 하는 조정위

한국의 장애인복지업무 주무부서는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다. 하지만 직업재활, 고용 및 노동 관련은 고용노동부, 교육과 관련해서는 교육부 등에 장애인 관련부서가 있다. 그 밖에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국토교통부, 정보접근권 보장은 행정안전부 등 업무 내용에 따라 여러 부처가 관련이 있다. 

이에 우주형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교수는 “장애인 관련업무는 모든 생활영역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각기 담당 주무부서가 달라질 수 있다”라며 “결국, 장애인 업무의 통일성과 연계성이 떨어져 업무 처리 중복에 따른 낭비와 비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 행정서비스를 받는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는 혼란과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2018년부터 시작한 현행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에 의하면, 5대분야, 22개 중점과제, 70개 세부과제로 구성해 이를 수행하는 소관부처만 12개다.

현실적으로 주무부서인 복지부의 통합∙조정 기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별도로 수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1999년 장애인 조정위(당시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가 생겼다. 이 위원회는 △ 장애인 종합정책 수립 △ 관계부처 간 의견 조정 △ 정책이행 감독∙평가(장애인복지법 제11조 제1항)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우 교수는 “조정위는 지금까지 1년에 1~2회 정도 회의를 여는 형식적인 운영을 해 왔기에 통합적인 조정기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이어서 “복지부가 장애인복지조정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부터 검토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복지부가 장애인정책 소관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각 부처와 대등한 위치에서 총괄∙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단순 취합 기능을 하는 것에 머무르기 쉽다”라고 지적했다.

그 예로 작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보장 문제가 불거질 때 복지부와 노동부가 지금까지도 해결점을 찾지 못한 사례를 들었다. 우 교수는 “공급자 중심의 행정전달체계 안에서 장애 당사자는 파편화된 정책 내용에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정책이 부서 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 이용자에게 돌아간다”라며 주의를 줬다.

우주형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교수가 발언하는 모습. 박승원 기자
 

- 우주형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교수, “문 정부, 장애인정책 공약에 따라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주요 과제로 선정해야”

국가장애인위원회를 세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구성’은 위원장 한 명과 상임위원 두 명을 포함한 15명을 이룬다(상임위원 가운데 한 명 이상, 위원 전체 중 과반수는 장애인으로 한다).

‘운영 및 권한’에 관해서는 ‘정부조직법’ 제2조 규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그 소관사무를 수행한다. 소관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행정기관∙공공단체 그밖에 관계기관에 대해 자료∙정보 제공이나 의견 제출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받은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 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국가장애인위원회 설립 효과로는 △ 장애인복지 전달체계 일원화로 수요자 중심 행정서비스 토대 마련 △ 장애인계 의견수렴과 의사소통 선진화 토대 구축 △ 장애인 관련 정책 통합∙조정 기능 실질화로 능동적 복지, 포용적 복지 토대 마련 △ 장애인 정책 수행 효과성∙효율성 제고 △ 국제적 요구에 걸맞은 장애인복지 전달체계 구축을 들었다.  

우 교수는 문 정부의 장애인정책에 관해 “‘제5차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계획’을 시작했지만, 콘트롤타워를 설치하는 전달체계 개선정책은 포함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라면서도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가운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포함하고 있어 그중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를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하면 실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병기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이 발언하는 모습. 박승원 기자
 

- 권병기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 “국가장애인위원회 구성에 중앙행정기관 장 둬야, 행정위원은 정부 논의 필요”

권병기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국가장애인위원회 토의를 갖는 기본 문제의식에 관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부서인 복지부로서 송구스럽지만, 입장표명이 쉽지 않다”라며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를 위해 참고할 사항에 관해 이야기했다.

먼저, 국가장애인위원회 설립을 위한 구성에 대해 중앙행정기관 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제안한 국가장애인위원회에는 중앙행정기관 장이 포함되어있지 않다. 그럴 경우 오히려 국가장애인위원회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보다 오히려 격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 있을 수 있다”라고 짚었다.

두 번째로 발제문에서 제시한 국가장애인위원회 성격은 행정위원회와 자문위원회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자문위원은 말 그대로 자문 기능을 주로 하는 위원이며, 행정위원회는 현재 대통령 소속으로 개인정보위원회와 규제개혁위원회 두 가지밖에 없다. 하지만 문 정부 들어서서 행정위원회 부분은 더는 신설하지 않기로 의사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론자들의 요구는 자문위원뿐 아니라, 예산을 사전심의하고 수립 및 시행을 비롯해 감독하는 행정위원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행정위원은 정부조직법상 부분이어서 정부 전체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문상필 전국장애인위원장은 “토론회 의견을 모아 현 정부에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행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면서 “다가오는 17일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를 위한 기자회견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국가장애인위원회를 만들기 위한 로드맵을 문 정부의 남은 임기 기간인 3년을 1차로 잡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