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이 10년간 쓰레기 분리수거로 모은 수천만 원 횡령한 친형, 불기소한 검찰

‘잠실야구장 장애인 노동착취’ 불기소한 검찰, 장애계 인권위 진정 불기소처분 결과 통지도 하지 않아 피해자는 3개월 지나서 알게 돼

2019-08-01     박승원 기자

‘잠실야구장 장애인 노동착취’ 혐의를 받고 있는 친형에게 불기소처분을 내리고 결과를 피의자에게 통보하지 않은 검찰을 장애인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아래 연구소)는 7월 31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불기소 처분한 검찰을 강하게 규탄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7월 31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잠실야구장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을 규탄하며 인권위에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박승원

지난해 3월, 지적장애 ㄱ 씨가 서울 잠실야구장 옆 적환장(쓰레기를 모아두는 곳)에 있는 컨테이너에 살면서 10년이 넘도록 쓰레기 분리수거를 강요당하며 학대받는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서울 송파경찰서는 노동착취 혐의로 고물상 업주와 ㄱ 씨의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수당, 월급 등을 따로 보관하거나 유용한 혐의로 친형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아래 서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연구소가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친형은 2006년 피해자 명의로 보장급여를 신청해 통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작년까지 총 188회에 걸쳐 급여 및 수당 6,800여만 원을 횡령했다. 또한, ㄱ 씨를 잠실야구장 적환장에 보내 급여통장을 관리하면서 1,400여만 원을 주지 않고 가로챘다. 게다가 2016년부터 작년까지 매달 총 34차례 지급받은 기초생활수급비 및 장애수당 1,800여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하기도 했다.

ㄱ 씨는 서울장애인인권센터의 도움을 얻어 친형을 경찰에 고소하고, 고소장에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에 진술할 때도 피의자에 대한 처벌의사를 재차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4월 26일 친형의 횡령에 대해 기소를 유예하고, 장애인복지법 위반에 관해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피해자 및 고소인의 지위를 가진 ㄱ 씨에게는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아 ㄱ 씨는 최근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형사소송법 제258조에 따르면 검사는 불기소 처분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 등에게 취지를 통지해야 한다.

왼쪽부터 염형국,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사진 박승원

진정 대리를 맡은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고소사건에서 처분결과를 통지하지 않은 것과 피해장애인을 의사무능력자로 취급해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심각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염 변호사는 “고소인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처분결과를 통지해 주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 위반이자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다”라면서 “‘돌봐주었다’는 가해자의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피해자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처벌 의사를 묵살하고 고소를 부정한 것은 헌법상 평등권의 침해이자,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이다”고 꼬집었다.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또한 “신안 ‘염전노예’ 사건 이후 5년도 더 지났다. 여전히 장애인은 한국사회의 사각지대에서 학대와 노동착취 속에 방치되어 있으며, 이번 인권위 진정 배경이 된 잠실야구장 사건 또한 마찬가지”라며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임을 전했다. 이어 “검사에게 피해자의 지적장애는 고소인으로서 의사능력을 의심스럽게 하는 요소였으나, 10년이 넘도록 부당한 대우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조차 없던 피해 증거로 인정받지는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조 변호사는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 결과와 기본적인 형사사법절차 고지 누락은 사회의 정의를 수호해야 할 검사가 평소 장애인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질 때 어떤 태도와 판단을 하는지 보여주는 본보기”라며 “검찰의 자기성찰과 인권위의 바른 판단을 구한다”라고 촉구했다.

강다영 충현복지관 사회복지사는 “피해자는 과거 17년 동안 고된 학대피해로 현재 팔이 올라가지 않고 자다가도 잠을 자지 못하는 등 아직도 많이 힘들어한다. 갑자기 깜짝 놀라거나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여 지속해서 치료하고 있다”라며 “그런데도 피해자를 보살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검찰을 보며 우리나라 법이 누굴 위해 존재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발달장애인 보호체계와 인권이 무너졌다. 피해자가 잃어버린 인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재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장애인 인권을 외면한 검찰은 각성하라”라며 △잠실 야구장 사건 담당 검사 징계 △잠실 야구장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 전면 재수사 △장애인 수사 절차 전면 재검토와 검사 인권교육 실시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