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이대준 씨, 간암으로 15일 사망

선감학원대책위 부회장으로 누구보다 진상규명에 앞장서서 활동 암 투병에도 국회 직접 찾아 피해생존자로 ‘폭력의 역사’ 증언

2020-01-15     강혜민 기자
2017년 5월 27일, 선감도에서 열린 선감학원 추모제에서 이대준 씨가 과거 선감학원에서의 일들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로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해 온 이대준 씨(만 61세)가 15일 간암으로 사망했다. 고인은 2017년 7월 15일부터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해왔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만들어진 부랑아 수용소다. 해방 이후엔 경기도가 운영권을 이어받아 폐쇄되는 1982년까지 직접 운영했다.

고아로 자라온 고인은 8살(주민등록 기준) 무렵인 1966년에 선감학원에 수용됐다. 선감학원에서 배고픔과 폭력, 강제노동, 감금 등을 견디며 9년을 살았다. 열여섯 번의 탈출 시도 끝에 겨우 선감학원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후 고인은 부랑인 수용시설을 전전하다가 성인이 된 후에는 뱃일, 운전학원 강사, 버스 기사 등의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고인의 이야기는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에도 담겼다.

2010년대 중반부터 선감학원이 재조명되면서 고인은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로 누구보다 진상규명에 앞장서 왔다.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설립된 선감역사박물관 개소식에서도, 선감학원 추모제에서도 그는 낯선 사람들에게 선감학원에서 자행된 폭력의 역사를 증언했다. 고인은 암 투병 중인 지난해 9월에도 선감학원 진상규명을 담은 법안 발의를 알리는 국회 기자회견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도 증언자로 참석해 국가폭력에 대한 정부 책임을 촉구했다. 

2019년 9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강제수용 등 인권침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대책 마련 토론회’에 참석한 이대준 씨의 모습. 사진 허현덕

김영배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15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갑작스러운 고인의 죽음을 원통해 하며 “우리 아우들 중 가장 열성을 가지고 활동하던 사람으로, 자기가 처한 입장을 조리 있게 잘 표현해주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너무 고마웠다”며 고인을 기억했다.

김 회장은 “지난번에도 더불어민주당을 찾아가 ‘20대 국회에서 과거사법 통과가 안 되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고 말했었다. 법 제정이 되어도 명예회복까지 몇 년이 걸리는데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서 피해자들이 인간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데 이를 이루지 못하고 한 사람, 한 사람 떠나는 게 감당하기 힘들다”면서 “선감학원 생존자들은 나이도 많고 다들 어렵게 살고 있는데 죽고 나면 배·보상, 명예회복이 무슨 소용이냐”고 한탄했다.
 
또한, 김 회장은 “선감학원, 형제복지원 등 국가폭력을 당한 사람들은 모두 심리적으로 불안한데 고인의 죽음으로 피해생존자들이 받을 충격이 많이 염려된다”고도 전했다. 

고인의 빈소는 인천적십자병원 202호로, 발인은 17일 오전 5시 30분이다. 장지는 인천가족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