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재단, 후원금 불법 전출 사과는커녕 노조 압박”
노조 “후원금 5000만 원 불법 전출 사과가 우선” 용산장복, 2월 1일 급식소 폐쇄 공고… 조리사 실직 위기
대한성공회유지재단 산하 구립 용산장애인복지관이 후원금 불법 전출에 대한 사과는커녕 공익제보한 노동조합 측을 도리어 압박하자 노동조합이 규탄에 나섰다.
30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장애인복지관(아래 용산장복)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와 복지관 노동자, 이용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후원금 불법 전출에 대한 공식사과를 요구하면서 노조탄압을 위한 식당 폐쇄를 규탄했다. 2009년 개관한 용산장복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에 물리치료실, 바우처언어재활실, 미술치료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면 이용자 규모는 대략 50여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는 용산장복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재단법인 대한성공회유지재단(아래 성공회재단)에 ‘더함축제’ 후원금 5,000만 원을 용산장복 후원금 통장으로 반환하라는 내용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동안 용산장복은 더함축제 후원금을 용산장복의 후원금 계좌에 보관하지 않고 성공회재단에 보내왔다. 권익위는 성공회재단에 300만 원의 과태료와 시설 회계책임자 등 관련자들의 인사조치에 대해서도 명령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성공회재단이 후원금 전출에 대한 사과는커녕 식당폐쇄로 노동조합을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치환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성공회 지회장은 “성공회재단은 자신들이 용산장복을 위해 써달라고 주민들이 모은 후원금을 엉뚱한 곳으로 보내놓고도 진정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도 않았다”며 “오히려 문제 제기한 노동조합 측이 성공회재단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공회재단의 후원금 불법 전출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용산장복 사회복지사 김호세아 씨의 공익제보가 결정적이었다. 김 씨는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용산장복 조합원이다. 김 씨는 “내부고발자가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어제도 복지관 최고관리자가 직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노동조합을 지목하며 '부모와 이용자를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러나 용산장복을 위해 후원금을 내신 분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장애인의 복지가 기만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외부에 신분이 노출되고 직장에서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고 토로했다.
현재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조합원 ㄱ 씨는 2009년부터 용산장복에서 조리사로 10년간 일했다. 그런데 용산장복은 그동안 급식소 운영이 불법이었다며 오는 2월 1일 자로 폐쇄하겠다고 공고하면서 ㄱ 씨는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 식수인원 50인 이상의 집단급식소 운영을 위해서는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데, 용산장복은 신고하지 않은 채 운영해왔다.
ㄱ 씨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2010년 성공회재단이 용산장복을 위탁 운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성공회재단은 ㄱ 씨의 직급을 기능직3종(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가이드라인 6급)에서 고용직(현 7급)으로 강등했다. 이때, 성공회재단은 과거 ㄱ 씨가 쓴 계약서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지침을 위반한 것처럼 속여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했고, 이에 임금을 환수하기까지 했다는 게 ㄱ 씨의 주장이다. 이후 ㄱ 씨는 여러 차례 직급을 회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용산장복은 식품위생법상에 따른 영양사 고용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영양사 없이 조리사 ㄱ 씨 혼자서 70~100인의 식사를 준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ㄱ 씨는 “그동안 영양사 가이드라인은 지키지도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 가로막고 있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10년간 다닌 직장인데, 이렇게 한순간에 내몰릴지 몰랐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해냈다.
이용자의 부모도 식당 폐쇄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용자 어머니는 “설 전날 우연치 않게 식당이 폐쇄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식수인원이 50명이라고 하기에 식당 이용자를 49명으로 줄여서라도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복지관 관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용자들은 어디에서 식사를 해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복지기관을 위탁받은 민간 사회복지재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오장록 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그동안 민간 사회복지재단이 국가에 업무 위탁을 받아서 복지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마치 개인 소유처럼 자신들이 봉사하고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용산장복도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피해는 이용자와 직원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지역사회와 노동자를 위한 운영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성공회재단과 용산장복을 향해 △불법전출 비리 공식 사과 △일방적인 식당 폐쇄 철회 △조리사 ㄱ 씨의 직급 회복을 요구했다. 또한 용산구청에는 성공회재단의 위탁운영을 철회하고 직접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직후 용산장복 관장과 면담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