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지하 또는 지상 한쪽에만 두는 것은 차별”

지상과 지하에 주차장 있는 아파트에, 지상에만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마련돼 날씨, 성별, 개인 성향에 따라 누구나 동등하게 주차장 선택할 수 있어야

2020-03-10     허현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사진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장애인도 동등한 주차장 이용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전용구역을 지상과 지하에 모두 설치해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하라고 10일 권고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척추장애인 ㄱ 씨가 사는 아파트에는 지하 1층과 지상에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그러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지상에만 있고, 아파트 출입구로부터 15m가량 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비가 오는 날에는 옷이 모두 젖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ㄱ 씨는  “지상과 지하에 모두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지상에만 있는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지하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시공사 책임”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대표는 “장애인이 지하보다는 지상을 선호한다는 판단에서 지상에만 주차장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 지역 군수는 “아파트 관련 조례를 준수했고, 장애인 편의시설 적합판정을 받았으므로 관련 법령 위반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상과 지하에 주차장이 조성된 아파트에 지하에만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장애인등편의법’ 제3조, 제17조 제1항 등을 위반하여, ‘헌법’ 제11조에 보장된 피해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공동사용 시설물로 아파트 거주자 또는 방문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로 보행 장애인도 날씨, 성별, 개인 성향에 따라 동등하게 지하나 지상 주차장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 밖에 인권위는 해당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 위치한 일반주차구역이 지상주차장에 위치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보다 출입구·승강설비가 더 가깝다는 점도 지적했다. 비와 눈이 오는 날에는 지상보다 지하 주차장 이용이 편리하다는 점도 제시했다. 아울러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지상과 지하에 분산 설치하는 데 과도한 부담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아파트 소유자 대표와 관리자는 지상과 지하에 모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지상 또는 지하 한쪽에만 설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애인 편의시설 상세 표준도’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보건복지부장관에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