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과거사법 통과 촉구하며 국회 지붕에 올라

피해생존자 최승우 씨, 국회 의원회관 지붕에… 지난해 고공농성에 이어 두 번째 20대 국회의 끝자락, 진상규명 위한 과거사법 개정안 통과 절실해

2020-05-06     이가연 기자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이 2017년 11월 7일부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최승우 씨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법(아래 과거사법) 개정을 촉구하며 다시 국회 지붕 위로 올라갔다.

지난 5일 어린이날 오후 3시경, 국회 정문에서 911일째 노숙 농성을 하던 최 씨가 국회 의원회관 출입문 지붕 위에 올라 과거사법 개정 통과를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최 씨가 국회 지붕 위에 올라간 건 처음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7일, 그는 국회의사당 6번 출구 캐노피에 올라가 과거사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고공 단식농성을 벌였다. 최 씨가 지붕 위에 올라간 지 15일째(11월 22일), 과거사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날치기 통과를 이유로 재논의를 요구했고, 결국 과거사법은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농성 24일째(11월 29일), 최 씨가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캐노피 위에서 내려왔다.

최 씨가 다시 지붕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의 시작인 과거사법 개정이 요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 씨를 포함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아래 피해생존자 모임)은 6일, 성명서를 통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형제복지원에서 송두리째 빼앗긴 어린 시절을 되찾고 싶다”라며 어린이날에 지붕 위에 올라가야만 했던 간절함을 호소했다.

피해생존자 모임은 정신장애인 폐쇄병동인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비극을 두고 “형제복지원 문제가 철저히 해결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규명했다. 또한, “수용시설에서의 비리, 폭력 및 인권침해는 민주화가 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은 트라우마가 재발한다”라고 토로했다.

재단법인 진실의 힘을 포함한 33개의 시민단체들도 6일 성명서를 통해 20대 국회에 과거사법 개정안의 즉각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이 매번 눈앞에서 좌절되었다”며 “20대 국회에서도 야당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좌절될 때마다 여당은 피해생존자들에게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패스트트랙을 통한 다른 법안들만 본회의를 통과했을 뿐 과거사법은 다시 뒷전으로 밀려났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약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과거사법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사법을 20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으며 새 원내대표들이 여야에서 선출되는 대로 다음 주라도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26명의 범여권 국회의원들 또한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형제복지원과 같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을 위한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미래통합당에 법안 처리에 적극 참여하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미래통합당은 지난해 국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과거사법 개정안 통과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