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여중생 집단성폭행 고교생 16명, '보호처분'

재판부, "중한 범죄이지만 합의 등 고려해 보호처분" "중대한 사건에서는 합의했어도 양형에 고려않는 판례있다" 지적

2011-02-22     홍권호 기자

지적장애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고등학생 16명이 대전지법 가정지원으로 송치됐다.

 

이에 따라 가해 고등학생 16명은 앞으로 가정지원 소년부의 판단에 따라 소년원 등 시설에 위탁하거나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 장·단기 보호처분 등을 받을 전망이다.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22일 이번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과연 항거불능 상태에 이를 정도로 정신지체 상태였는지에 대해 법원에서도 전문가를 위촉해 의견을 들었다”라면서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피해자가 정신장애가 있고, 피고인들이 그 사실을 알면서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여럿이 공동해서 나이 어린 정신지체 3급 피해자를 간음하고 성추행한 것은 엄중한 형사처벌이 필요한 중한 범죄”라면서 “피고인들의 경력과 가정상황, 여러 환경을 고려할 경우 일반 성인범과 같이 형사처벌이 바람직한지, 보호처분이 가능한지 재판부도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합의가 이뤄지고, 피해자의 가족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데다 피고인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비행전력이 없었던 점을 고려한다”라면서 “피고인들이 소년이고, 그들의 부모가 성폭력 상담 교육을 받고, 사회봉사활동을 한 점을 고려했을 때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인정된다”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와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이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적장애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가해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

 

이번 판결에 대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윤경 교육팀장은 “재판부가 ‘엄중한 형사처벌이 필요한 중한 범죄’라면서도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크게 고려해 보호처분을 내린 것 같다”라면서 “하지만 이 정도로 중대한 사건에서는 합의했더라도 양형에 반영하지 않는 판례들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육팀장은 “현재 이번 판결에 대해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장애여성공감 등 여러 단체에 자문을 요청해놓았다”라면서 “내일 오후에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지역 고등학생인 이들 16명은 지난해 5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지적장애여중생(14세)을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건물 남자화장실로 유인해 성폭행하는 등 같은 해 6월 20일까지 한 달여간 집단 성폭행했으나 불구속 기소돼, 장애의 특성을 악용한 범죄에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