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자녀에 대한 미국의 신탁제도에 대해

공동신탁, 평생에 걸쳐 전문가가 운영 등 장점 한국도 장애인신탁제도를 근거로 새로운 제도 마련해야

2011-03-04     전현일 국제발달장애우협회 회장

안녕하십니까? 국제발달장애우협회(IFDD) 전현일입니다. 얼마 전 여러분께 발달장애 자식을 둔 부모의 사후 계획으로써 신탁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신탁제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시기 위해서는 현행 세법상의 장애인신탁제도에 관한 내용을 우리 가정과 발달장애라는 장애의 특성을 고려해서 새롭게 제도화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신탁제도가 미국에서 어떤 형태로 쓰이고 있는지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미국의 보충 욕구 신탁 (Supplemental Needs Trust)

 

미국의 발달장애 자식에 대한 정부혜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필요성이 인정될 때 받는 혜택, 즉 장애인의 소득이나 재산이 일정 한도 미만인 경우(추가 안정비, 주 의료보험), 그리고 다른 하나는 수혜권리에 속하는 혜택, 즉 당사자와 은퇴하는 부모의 과거 직장경력, 나이(사회안정 장애보험, 연방 의료보험)에 준한 혜택이다.

 

과거에는 부모가 장애 자식에게 유산을 주려고 하면 두 가지 방법뿐이었다. 하나는 장애자식에게 직접 유산을 주는 것이다. 이 경우는 수혜 자격 재산인 2,000달러를 대개 넘게 되므로 정부 혜택과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재산관리 면에 우려되는 점이 많게 된다.

 

다른 방법은 장애 자식의 몫을 다른 자식에게 상속하게 해서 그가 장애 형제를 돌보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종종 애초의 의도대로 장애 자식의 평생을 보장하지는 못하게 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법으로 가능하게 되었는데, 다름 아닌 보충 욕구 신탁이다. 이 신탁은 대개 부모가 생전에 설정하며, 신탁의 실효는 부모 생전 또는 사후에 시작되게 할 수 있다. 신탁의 자산은 자식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 쓰이며, 정부 혜택에 추가하거나 중복되면 안 된다. 장애 자식의 사후, 잔여 신탁 자산은 신탁 설정 시에 결정하며, 애초 신탁 자산이 장애 자식 소유(예, 상속재산, 보상금, 등)가 아닌 한, 정부에 자식이 생전에 받은 의료혜택을 환급할 의무가 없다.

 

이러한 신탁은 부모가 개별적(Individual Trust)으로 설정하거나, 비영리 단체가 여러 부모의 신탁을 공동(Pooled Trust)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공동신탁(Pooled Trust)

 

공동신탁은 장애 자식에게 정부보조 이외에 필요한 기금을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마련하는 방법이다. 부모나 식구가 공동신탁에 넣은 자산은 공동신탁 내에서 별도의 계좌에 들어가게 된다. 모든 계좌를 합친 거대한 액수가 하나의 기금으로 투자하고 운영된다. 각 계좌의 금액과 수혜자에게 쓰이는 액수가 별도 회계장부로 기록된다.

 

이러한 공동신탁의 소득은 각 계좌의 크기의 비율에 따라서 배분된다. 예를 들어 어느 계좌가 총 공동신탁액수의 10%일 경우, 그 계좌에 총 신탁소득의 10%(운영비 제외)가 가게 된다.

 

공동신탁은 대개 신탁내의 공동계좌에 대한 평상 업무와 운영을 한다. 이러한 업무에는 장애자식을 위해서 돈을 실제로 전달하고, 그 계좌의 상세한 운영 내역을 기록하고, 정부기관이나 기타 에이젠시에 보고업무를 수행하고, 세금보고와 그 프로그램 전반적인 운영을 보고한다. 프로그램 관리인은 가족을 도와서 장래의 계획을 하는 가족 상담에 상당한 시간을 쓴다.

 

공동신탁은 비영리 단체가 설정하거나 운영한다. 이러한 비영리 단체는 장애와 관련된 단체들의 감시 감독을 받고 밀접한 유대관계를 유지한다. 장애단체들이 이러한 공동신탁의 이사진이나 기타 결정기관에 관여한다.

 

공동신탁은 통상 은행, 신탁회사, 기타 금융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어떤 공동신탁은 은행을 운영위원으로 삼거나, 투자 담당자 또는 공동 운영위원으로 하기도 한다.

어떤 공동신탁프로그램은 수혜자의 권익옹호 업무를 위해 케어 코디네이터를 고용한다. 코디네이터가 하는 일은 다양할 수 있으나, 그가 수혜자를 주기적으로 직접 방문하고, 수혜자에 관한 미팅에 참여하고, 수혜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일을 한다. 통상 그 수혜자의 신탁계좌에서 방문시간에 대해 지급한다.

 

잘 운영되는 공동신탁프로그램에서 시행하는 이러한 모든 업무를 사설신탁에서 가족이 장애식구의 평생에 걸쳐서 수행하는 것이 대개는 어려울 수도 있다.

 

공동신탁의 장점

 

▷ 부모가 개별신탁을 설정할 때 누가 그 신탁을 맡아 운영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공동신탁의 경우, 장애인의 평생에 걸쳐 신탁을 운영해줄 전문가와 자원봉사위원이 마련되어 있다.

 

개별 신탁을 운영하던 사람이 사망하거나, 원거리로 이전하거나, 어떤 이유로든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을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공동신탁은 어느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지속성을 보장한다.

 

공동신탁의 제반 서류는 변호사와 이 방면의 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구상하고, 서비스 제공기관이 그 서류의 적법성을 확인하게 된다.

 

은행이나 신탁회사는 그 액수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지 않으면 신탁운영을 받아주지 않는다. 은행에 따라서 그 액수가 상당히 클 수가 있다. 그렇게 막대한 기금이 어려운 부모는 공동신탁에 가입해서 자식에게 적절한 신탁을 갖출 수 있다.

 

공동신탁의 직원이나 자원봉사 운영위원은 대개 장애에 대한 전문가이거나 장애인과 접촉해본 경험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자원봉사 이사진은 법적인 면, 금융 면에 전문가들이어서 장애식구의 권익을 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공동신탁프로그램은 대개는 은행, 신탁회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신탁기금 운영에 그러한 금융기관의 전문지식을 이용할수 있다.

 

공동신탁의 가장 중요한 이점은 신탁운영을 전문적으로 하며, 기금 분배 후 필요한 보고서류를 정확히 작성 유지한다는 것이다.

 

공동신탁의 단점

 

가족이 신탁기금의 분배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 신탁은 부모와 가족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만 분배의 합법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신탁기금이 어떻게 투자되는지 가족이 직접 관여할 수 없다. 공동신탁은 안전한 투자를 원칙으로 한다.

 

공동신탁 프로그램에 가입 후 탈퇴하려면 이미 지급한 수수료, 가입금을 잃어버리게 된다.

 

장애 당사자 사망 후 잔여금의 일정부분을 공동신탁에 증여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운영을 맡은 비영리 단체는 이 증여금을 신탁자산이 모자라는 장애인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다. 신탁은 잔여금을 높이기 위해서 장애인에게 분배되는 금액을 적게 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신탁운영은 철저히 장애인의 권익만을 위주로 해야 한다.

 

한국의 제도와 비교

 

미국의 제도가 한국의 현행 세법상의 장애인신탁제도 내용과 크게 다른 점은, 세금 면에서 한국에서는 5억 원 까지 증여세가 면제되지만, 미국의 신탁 기금에는 그 크기에 상관없이 아무런 세금이 없고, 신탁기금 운영에 따른 이윤이 발생한 경우 그에 대한 세금만 매년 지급하면 된다.

 

한국에서 증여세가 부과되는 이유는 신탁의 재산이 장애자식에게 증여된 재산으로 간주된다는 의미인 반면, 미국의 장애인 가족을 위한 신탁법에서는 신탁자산은 장애인의 재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발달장애인의 실제 재산이 2,000달러 미만이면, 그를 위한 상당한 신탁자산이 있다 하더라도 해당하는 공적서비스와 혜택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신탁 용도에 있어서, 미국에서는 정부혜택과 중복되면 안 된다는 엄격한 규정이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러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제소견으로, 한국의 장애인신탁제도를 근거로 발달장애자식을 가진 가정과 그 자식의 상황에 걸맞은 새로운 신탁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