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도구로 왜곡된 통합학급 담임 가산점 제도

전교조 인천지부, "올해 문제 심각… 가산점 제도 폐지해야" "상처받고 전학 가거나 학교 부적응 문제 발생"

2011-03-10     홍권호 기자

새 학년을 맞아 인천시내 학교에서 통합학급 담임교사 배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은 통합학급 담임을 해당 학교의 주요업무부서 부장교사들이 겸임하는 데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통합학급 담임에게 부여하는 승진 가산점 제도의 취지가 왜곡되고, 특수학급 학생들뿐만 아니라 통합학급의 일반학생들에게 피해가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제도는 장애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통합학급으로 분류, 담임을 맡은 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는 제도이다. 원래 이 제도는 장애학생이 있는 반의 담임을 맡기 꺼리는 교육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장애학생이 있는 반을 맡는 담임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는 것 자체가 장애아동을 보는 차별의식에 기인한다는 점과 승진 가산점 때문에 담임을 맡은 부작용 등 때문에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폐지됐다.

 

지난 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아래 전교조 인천지부)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인천시내 13개 학교에서 이와 유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고, 특히 올해 이런 문제들이 불거져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반 배정이 끝난 상태에서 특수학급 학생의 학급을 특정한 부장교사의 반으로 이동시킨 학교가 있었고, 3개 중학교에서는 교무, 연구(학력), 학생부장이 담임을 겸임하기도 했으며, 학생부장이 담임 업무를 겸임하면서 학생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면서 생활지도계원을 늘린 예도 있었다.

 

또한 특수학급 담당교사가 특수학생들을 둘씩 묶어서 학급배정을 하는 것이 옳다는 전문적 의견을 냈는데도 학 학급에 한 명씩 배정해 여러 교사가 통합학급 담임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하거나, 교무부장이 담임을 겸하면서 담임 업무를 다른 교사에게 떠넘기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중학교의 장애인권교육 모습.

 

이에 대해 전교조 인천지부는 “주요부서 부장교사들이 담임을 겸하겠다는 이유 중에는 통합학급 담임에게 부여하는 승진가산점이 있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라고 지적하고 “만약 이 승진 가산점 때문에 통합학급 담임을 맡는다는 우려가 사실이라면, 이런 비교육적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통합학급 담임 가산점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교조 인천지부는 당장 가산점 폐지가 어렵다면 시 교육청 통합 교육 운영지침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장교사들이 통학학급 담임을 맡지 않도록 할 것 △중증이 아니면 특수학급 학생을 한 명씩 나누어 통합학급을 늘리지 말 것 △중장기적으로 모든 교사가 특수교육관련 연수를 받도록 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동안 초등학교는 부장교사가 학급 담임을 맡는 것이 구조상 흔한 일이어서 이런 우려가 적은 편이었고, 중학교는 순회교사가 많아 담임을 맡을 사람이 부족하면 학년 부장이 가끔 담임을 맡은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무리하게 주요업무부서 부장교사가 담임을 맡는 경우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교조 인천지부는 조사 결과 올해 이런 현상이 다수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초·중학교에 비해 담임을 맡을 인원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면서도 이런 현상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체질을 개선해 담임교사를 서로 하고 싶은 분위기로 만들어야 한다”라면서 “법정 교원정원수의 확보, 담임교사의 잡무 경감, 출산·육아휴직자로 인한 담임교사 공백에 대한 대책 수립, 기간제 교사의 담임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연수, 멘토링 제도의 시행, 업무중심이 아닌 배움과 생활교육 중심으로서의 학교 체계의 개혁, 학교 부장교사 수의 합리적인 재조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 김광백 간사는 “통합학급 담임에게 부여하는 가산점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요구는 몇 년 전부터 해왔고, 전국적으로도 점차 이 제도를 폐지하는 추세”라고 설명하고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여전히 ‘그러면 누가 통합학급을 맡겠느냐?’라면서 이를 폐지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 간사는 “통합학급을 맡은 부장교사가 전혀 학급에 신경을 쓰지 않고 이에 항의하는 부모에게 ‘업무가 많아 할 수 없다’라는 답변을 해 상처받은 부모가 아이를 전학시키는 사례도 있고, 특히 1,2학년 때 이런 일이 벌어지면 장애학생들은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하고 “올해에도 가산점 제도 폐지를 재차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