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듣고 말하는 혁명이 일어났다"
10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국제심포지엄 열려 이스라일 시·청각중복장애인 날라갓 극단 아니다 탈 대표 참석
▲11일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열린 ' "ABLE" ARTS 가능성의 예술로 함께하다' 국제심포지엄. |
장애인 등 소외계층 문화예술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실질적인 정책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집행위원회는 11일 늦은 3시 30분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제10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국제심포지엄 ''ABLE' ARTS 가능성의 예술로 함께하다'를 열고 이스라엘 시·청각중복장애인 극단 '날라갓(Nalaga'at)'의 성공적 운영사례를 통해 장애인 예술 및 예술활동에 대한 한국의 현실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스라엘의 시청각중복장애인 극단 날라갓 대표 아디나 탈 씨. |
아디나 탈 대표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고쳐 360석을 갖춘 우리만의 극장을 가지게 되면서 일주일 세 차례 공연했고, 시·청각 장애인들을 고용한 카페도 열어 지금까지 20만 명 관객이 센터를 방문했다"라면서 "과거에는 인생을 살면서 도움만 청하던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듣고 말할 수 있는 혁명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날라갓 극단의 수익창출과 운영방식에 관한 질문에 대해 아디나 탈 대표는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8%에 불과해 레스토랑과 카페, 공연 표 판매를 통해 운영 예산 중 70%를 자체적으로 충당한다"라면서 "매 공연 75%의 관객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매주 1,000명의 관객이 오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재정이 충당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장애인극단 운영의 문제점과 장애인예술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병태 책임연구원은 "현재 장애인 문화복지 증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경기·인천·고양 등 지역의 문화재단이 지원하고 있으나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4~5% 정도인 점을 고려한다면 장애인 문화 예술 복지를 위한 지원금 규모는 형평성 측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병태 책임연구원. |
전 책임연구원은 "2008년 2월 개정된 문화예술진흥법 15조2의 내용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규정을 제시하고 있지만, 임의 규정에 불과해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라면서 "장애인문화예술 활동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진흥법을 의무사항으로 개정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전 책임연구원은 "장애인이 직접 문화예술 강사로 선발되어 장애인을 가르칠 수 있게끔 문화 예술교육 지원법 개정 역시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이진희 단장은 "장애여성이 예술을 한다는 것은 타인에 의해 이야기되던 몸에 대한 역사를 직접 써내려가는 것이며, 정상성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거부의 의미를 담고 있다"라면서 "장애인예술이 재활과 치료 등 장애 극복 차원의 접근이 아닌 하나의 예술 영역으로서 접근해야 하고, 장애여성이 표현하는 예술의 정치적, 미학적 방식이 존중되며 새롭게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단장은 장애인극단 지원에 대해 "한국의 단기적 지원정책으로는 장애인예술가나 단체가 성장하기가 어렵다"라면서 "일자리창출에 중심을 둔 사회적 기업은 수익이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문화예술단체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어도 대부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장애인이라 직접적인 지원을 받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날라갓 극단 아디나 탈 대표, 네덜란드 DAM 신체 극단 도리트 바인탈 예술감독, 주식회사 D&G 스타 김은경 대표 등이 참여해 3시간에 걸쳐 장애인 및 소외계층의 문화예술의 현주소와 실질적 정책 방안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