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홈리스 외면하는 서울시, “홈리스 생존 예산 마련하라”
23일부터 서울시의회 복지예산 심의… 서울시의회 앞에서 1인시위 “주거지원, 공공급식소, 공공일자리, 지정병원 제도 개편 등 반영해야”
오늘(23일)부터 서울시의회에서 복지예산 심의가 시작되자, 홈리스 관련 단체들이 홈리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2020홈리스주거팀·인권팀(아래 2020홈리스팀)은 23일 오전 10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부실한 내년도 ‘노숙인 등’ 예산안을 규탄했다.
코로나19 속 홈리스의 생존권은 꾸준히 위협받고 있지만, 서울시의 ‘노숙인 등’ 복지 정책과 예산은 오히려 후퇴했다. 2020홈리스팀은 “서울시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노숙인 공공일자리의 근로조건을 악화하려 시도했고, 방역강화를 명분 삼아 임의시설로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의 이용 대상을 축소했다. 한편 ‘노숙인 등’을 위한 주거지원과 의료지원은 한 치의 개선이나 변화 없이 코로나19 이전에 수립된 계획대로 집행되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UN 주거권특별보고관은 “위생시설과 잠자리를 공유하는 응급쉼터(시설)는 ‘집에 머물기’와 ‘물리적 거리두기’를 선택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며, 이런 시설을 공유하는 것은 바이러스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다른 주거지원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거리홈리스와 노숙위기계층에게 임시거처 임대료를 한시 지원하는 ‘임시주거지원 사업’ 대상자 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 주거지원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서울시 임시주거지원 대상자 수는 2018년부터 내년도 예산안까지 총 900명으로 변함이 없으며, 지원개월 수 역시 3개월로 동일하다.
따스한채움터 논란 등 홈리스 공공급식소 부족해
홈리스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주거뿐 아니라, 밥 먹을 곳도 잃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코로나19로 인해 서울지역 노숙인 무료급식소의 39%가 중단되었는데 모두 민간에서 운영하는 급식소인 점이 밝혀져, 공공급식소 부족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노숙인 생활시설 및 이용시설의 급식단가를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면서, 공공급식소 확충 예산은 마련하지 않았다. 2020홈리스팀은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급식단가’가 아닌, ‘이용 가능한 적절한 급식소의 부족’”이라며 “아무리 단가를 올린다 한들, 이용할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다면 과밀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실수요를 맞추겠다고 십시일반 식으로 운영할 경우 1인당 급식단가는 자연히 내려갈 수밖에 없다”라며 노숙인 등이 이용할 수 있는 법정 기준에 따른 노숙인 공공급식소의 권역별 확충 계획이 예산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립 무료급식장 따스한채움터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코로나19로 민간 운영 급식소들이 문을 닫고 홈리스들이 따스한채움터로 몰리자, 서울시는 지난 9월부터 ‘65세 이상 이용 금지’, ‘노숙인복지법상 노숙인 등만 이용 가능’, ‘노숙이력 등 개인정보를 포함한 전자회원증 발급’ 등을 요구하고 있어, 서울시가 홈리스 정보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따스한채움터는 ‘서울시립’ 무료급식장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민간·종교기관에 장소만을 제공하고, 민간·종교기관이 사전 조리된 음식을 홈리스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이 ‘법정 기준에 따른 집단급식소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시는 단지 공간만을 제공할 뿐 따스한채움터가 사회복지사업법 상 사회복지시설 혹은 노숙인복지법상 노숙인급식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여전히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따스한채움터는 ‘급식소’가 아닌 ‘급식장’이라는 정체불명의 명칭을 이용하며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2020홈리스팀은 “식품위생법이 집단급식소 규정을 두는 이유는 급식소 이용자들의 영양 불균형 문제를 막고, 적절한 위생수준의 유지를 통한 감염성 질환의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런 점에서 ‘급식장’인 따스한채움터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방역에 취약한 장소였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노숙인 공공일자리 참여 기간 확대해야
서울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노숙인 등’ 공공일자리 참여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근로시간 감축, 평균임금 감액, 주휴수당 미지급 대상자 확대)하는 ‘노숙인 공공일자리 축소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지난 5월 당사자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지적으로 철회했다. 당시 서울시 인권위원회도 “노숙인 등 대상 공공일자리의 양적 확대 및 질적 개선조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노숙인 일자리사업에 대해 올해 대비 약 25억 6천만 원 증액 편성했다. 이에 대해 2020홈리스팀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할 때 질적 개선이 이뤄졌다고 할지 미지수”라며 “올해 문제가 됐던 ‘반일제 노숙인’ 일자리 예산은 사실상 일자리 개수만 약 60개 늘어날 뿐, 2019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1년 3개월’로 제한된 노숙인 반일제 일자리의 참여기간 역시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내년도 노숙인 전일제 일자리도 올해와 같은 규모로 예산이 편성되었으며, 작년도 예산에서 노숙인 등 일자리예산이 9억 원가량 크게 감소된 점을 고려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2020홈리스팀은 “현행 노숙인 반일제 일자리 참여 기간 및 노숙인 전일제 일자리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노숙인 지정병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어 홈리스 진료 어려워
코로나19로 인해 홈리스는 의료접근성 또한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거리홈리스 당사자는 “코로나19 이후 제가 갈 수 있는 병원이라고는 동부시립병원(노숙인 지정병원) 한 곳밖에 없다. 다른 곳들은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통제나 파스 처방 같은 것만 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숙인 의료문제는 일자리 의료문제와도 연계된다. 서울시 노숙인 특별 자활 일자리를 연장하려면 의료진단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노숙인지정병원에서는 병명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전문성과 질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일자리 연장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개탄스러워 했다.
현재 서울시 내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2차 이상 병원은 9개소에 불과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이후 대부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어 노숙인 등이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2020 노숙인 등 의료지원 사업 운영계획’에 따르면 천재지변, 재난, 기타 불가피한 상황 등 지정 의료시설에서 진료(수술 등)가 곤란할 경우, 일반 의료기관에서 진료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2020홈리스팀은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에 따른 진료공백은 이에 해당한다. 일반 의료기관에서 노숙인이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따라서 2020홈리스팀은 시울시에 △홈리스 특성을 고려한 주거 대책 마련 △홈리스 이용 가능한 공공급식소 확충 및 운영 정상화 △홈리스 공공일자리 사업 개선 △노숙인 지정병원 제도 개편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서울시 의원회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쳤으며, 다음 날까지 이틀에 걸쳐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