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장애인콜택시 공공운영’ 앞두고 장애인-노동자 이간질하나?
세종시·공사 ‘채용절차 수용해야’ 전제조건 달아 정규직 전환 시 ‘고용승계’ 강조하는 정부 입장 무시? 채용절차 빌미로 ‘노조 솎아내기’ 우려도
세종시 장애인콜택시 누리콜 공공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세종도시교통공사(아래 공사) 운영을 앞두고, 세종시와 공사가 ‘채용 절차’를 빌미 삼아 장애인과 노동자를 갈라치기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세종시에서 장애인콜택시는 유일한 장애인의 이동수단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장애인콜택시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등 대부분의 특별광역시에서 장애인콜택시를 공공운영하며, 이용요금기준을 대중교통요금으로 삼는 것도 ‘장애인콜택시는 대중교통’이라는 시각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종시는 공공운영은커녕 방만한 민간위탁으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받아 왔다. 세종시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간 장애인콜택시를 세종시 지체장애인협회(아래 지장협)에 민간위탁했다. 수탁업체가 한 번도 바뀌지 않았으니 사실상 독점 운영이다. 그간 전 지장협 회장과 사무처장이 비리를 저질러 해촉되기도 했으며, 장애인이용자에 대한 운전원의 성폭력 사건 의혹도 제기되었으나 어떠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세종시 장애인콜택시는 ‘예약콜’로만 운영하며, 당일 필요할 때 이용하는 ‘즉시콜’은 불가능하다. 차량대수(현재 17대)도 실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예산도 매년 고작 1~2억 원 증액됐을 뿐이다. 그러다 지난 한 해 세종시 장애계의 투쟁으로 9억 4000만 원가량 대폭 증액되어 올해 예산은 23억 1000만 원이 책정됐다. 운전원의 고용 불안도 심각하다. 1년 혹은 3년 단위로 공모를 통한 수탁기관 선정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노동자들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이다.
이러한 사정은 세종시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제2차 세종특별자치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2017~2021)’에는 세종시 민간위탁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별교통수단 체계적 운영을 위해 이동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이를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운영할 공공운영기관으로 ‘세종도시교통공사’를 명시했다. 또한 “민간위탁에서 공공기관으로 운영주체 이관 시, 관련 직종 종사자 고용승계 등 기존 운영단체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달랐다. 장애계와 운전원들이 ‘세종시 교통약자이동권보장 및 공공성강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꾸려 세종시에 공공운영을 촉구하며 1인시위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세종시와 공사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 세종시·공사, 대책위에 ‘채용절차 수용해야’ 전제조건 달아
지난 6일, 세종시와 공사, 대책위는 올해 특별교통수단 민간위탁공모를 앞두고 2차 협상을 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세종시 건설교통국은 장애계의 공공기관 직접 운영 요구에 대해 “현재 세종시 여건상 수용하기 쉽지 않다”면서 “세종시 산하 공공기관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지속적 업무영역 확대로 기존 조직의 안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세종시는 “장애인콜택시를 향후 3년간 민간에 위탁해 2021년 6대를 증차, 서비스 개선 등을 실현하고 위탁 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평가한 뒤 공공기관 직영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면서 또다시 공공운영을 3년 뒤로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애계의 요구로 이번 민간위탁 공모에는 공사도 참여한다. 그러나 공모 참여가 곧 공사가 수탁기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설령 공사가 맡게 된다고 해도, 세종시는 공사가 3년간 ‘하는 것을 보고’ 이후에 직영기관을 공사로 확정할지, 다른 산하기관에 맡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걸림돌이 하나 더 있다. 이중현 건설교통국 교통과 사무관은 “현재로서는 (다른) 민간위탁보다 공사로 갈 가능성이 더 있다”고 밝히면서도 ‘전제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공사가 요구하는 채용절차다. 현재 공사는 기존 운전원과의 형평성, 채용절차의 공정성 확보를 이유로 인성검사, 운전실기테스트 등 기존 공사 운전원에 준하는 채용절차와 급여체계에 따를 것을 대책위에 요구하고 있다.
이중현 사무관은 “장애인콜택시는 장애인 수송업무이니 범죄능력 조회, 음주능력 여부 등 최소한의 검증절차가 필요하다. 그동안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다 보니 이를 검증하지 못했다.”면서 “이제까지 이런 거 없이 들어왔으니 공사로 들어온다면 최소한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위 측은 이러한 채용절차가 언뜻 합당해 보이나 이제까지 세종시의 무책임함은 희석한 채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위협하는 요구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태훈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제까지 지장협이 공공성을 사유화하며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세종시에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했으나 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세종시는 지장협 감사를 했다고 하는데 감사 결과 공개도 하지 않는다.”면서 “이제까지 방치해놓고 ‘고용문제 때문에 공공운영 못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을 운전원에 부과하고, 문제의 책임이 있는 세종시와 지장협은 어떠한 책임도 안 지겠다는 태도”라고 반박했다.
이어 “운전원에 대한 친절교육, 장애인권교육 등 인적개선은 필요하다. 그래서 민간위탁협약서에 이에 대한 정규교육을 명시했다.”면서 “3년간 민간위탁이니 3년간은 고용승계하고 3년 후 공사가 직영운영할 때 정규직 채용절차를 밟자고도 제안했으나 공사가 거부했다.”고도 밝혔다. 또한, 공사가 제시한 인성검사가 문제제기를 하는 노조원들을 걸러내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대책위는 2019년 6월, 세종시가 만든 ‘용역근로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 협의 결과’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 근로자의 전환을 원칙으로 하되, 직무분석 및 근무성적평가, 결격요인 등 최소한의 평가절차를 거쳐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문재인 출범 이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민간위탁 정책 방향을 점검하기 위한 정부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한다. 2019년 국무조정실은 이러한 내용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민간위탁으로 고용된 종사자의 고용안정, 처우개선에 관한 바람직한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고용승계의 중요성은 앞서 지적했듯, ‘제2차 세종특별자치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2017~2021)’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 세종시, ‘노동자들이 반대해서 공공운영 못한다’며 노조 핑계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장애계는 7일, 세종특별자치시청에서 누리콜 운영 공공화 쟁취를 위한 5차 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누리콜 공공운영을 촉구하며 25일째(7일 기준) 세종시청 앞에서 농성 중이다. 당시 결의대회에서 이상무 현 공공운수노조 지도위원은 세종시와 공사가 장애인이용자와 운전원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공사는 수탁이 결정되지도 않았으면서 채용조건부터 이야기한다. 그걸 본 노동자들은 ‘내가 지금까지는 일할 수 있었는데 공사로 가면 일할 수 없게 되나? 그런데 내가 굳이 찬성해야 해?’하며 불안해한다. 이렇게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해서, 그들이 공사로 가는 걸 반대하는 것처럼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세종시와 공사는 ‘장애인단체가 요구한 것을 노동자들이 반대해서 못한다’고도 이야기한다. 이처럼 세종시는 현재 장애인과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노조와 비노조를 이간질하고 있다.”
이 지도위원은 “현 사안은 비정규직 고용 보장과 공공성 확대 강화라는 정부 방침에 의한 거다. 세종시가 이제까지 해야 할 일을 안 해서 발생한 일”이라면서 “이곳까지 와서 투쟁하고 농성하게 만든 이춘희 세종시장이 사과부터 하고 공공운영 약속을 확약하라”고 촉구했다.
결의대회 후 이들은 세종시 건설교통국과 다시 면담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이들은 이춘희 세종시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계속 농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