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10명 중 6명은 차별 경험… 인권위 “대책 필요”
재학 시 67% ‘교사들한테 성소수자 비하 발언 들었다’ 성별 정정 8%… 신분증 제시 꺼려져 관공서 방문·투표 불참
트랜스젠더 10명 중 6명은 지난 1년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와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가 9일 발표됐다. 실태조사에는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이 온라인으로 설문에 참여했다.
- 트랜스젠더 10명 중 6명, 차별 경험
응답자의 65.3%가 지난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적이 있었다. 구체적 차별 이유는 △트랜스젠더 정체성 또는 성별표현 65.3%(384명) △성별(성차별) 53.1%(312명) △키와 몸무게를 포함한 외모 40.0%(235명) △성적 지향 38.4%(226명) △나이 22.3%(131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SNS를 포함한 인터넷(97.1%), 방송·언론(87.3%), 드라마·영화 등 영상매체(76.1%)를 통해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발언과 표현 등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가족이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34.4%(203명), 반대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25.7%(152명), 지지하지도 반대하거나 무시하지도 않는 경우가 16.2%(96명)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성별 정체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의 22.3%(132명)는 전환치료(자신이 정체화하는 성별이 아닌, 출생 시 지정된 성별로 살아가도록 강제하기 위한 치료) 목적의 상담 또는 치료를 권유받은 경험이 있고, 11.5%(68명)는 실제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았다.
- 재학 시 67% ‘교사들한테 성소수자 비하 발언 들었다’
이들은 학교와 직장에서도 차별적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다닌 경험이 있는 584명 중 92.3%인 539명이 성소수자 관련 성교육 부재,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교복 착용 등 힘들었던 경험이 한 가지 이상 있다고 답했다. 특히 교사들의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은 67%,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도 21.3%에 달했다.
구직 활동 경험이 있는 469명 중 268명(57.1%)이 성별 정체성과 관련하여 구직 포기 경험이 있었다. 남자/여자답지 못하다는 반응(48.2%), 주민등록번호에 제시된 성별과 성별표현의 불일치(37.0%), 출신학교 등을 기재해야 하는 지원서류 제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일상에서도 불편을 감수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40.9%(241명)가 성별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하고, 39.2%(231명)가 화장실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음료를 마시지 않거나 음식을 먹지 않았다. 37.2%(219명)가 멀더라도 남녀공용 또는 장애인화장실, 인적이 드문 화장실을 이용했고, 36.0%(212명)는 화장실 이용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관공서를 이용하면서는 공무원 등 직원으로부터 모욕적이거나 불필요한 질문을 들은 경험(12.5%, 62명)이 있고, 10.1%(50명)는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지 않는 추가 서류나 절차를 요구받았다.
군복무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공동 샤워시설 이용 시(58.3%), 성소수자 비하 발언 및 이를 용인하는 문화(54.6%), 성별 정체성이 알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52.8%)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또한, 관심사병으로 분류되거나(29.5%), 성희롱 또는 성폭력(12.4%)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은 경험이 있는 157명 중 15.9%(25명)가 경찰 및 검사에게 성별 정체성과 맞지 않는 호칭(18명), 모욕적 발언(17명), 독립되지 않은 공간에서 조사하여 성별 정체성이 알려짐(7명) 등 성별 정체성 관련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접근성도 좋지 않다. 전체 응답자 중 164명은 지난 12개월 동안 의료기관에 방문할 필요가 있었으나 포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적이 있는 303명 중 5.3%(16명)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당했다.
- 성별정정 8%… 신분증 제시 꺼려져 관공서 방문·투표 불참
이런 어려움에도 성별정정을 했다는 응답자는 8%(47명)에 불과했다. 현재 법적 성별정정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답은 4.7%(28명)이었다. 성별정정 과정에서 성전환 의료적 조치와 관련한 요건 갖추기, 서류 준비 및 작성, 정확한 정보 찾기, 법원 심리과정, 가족들 반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성별정정을 시도하지 않은 86%(508명)는 의료적 조치 비용, 법적 절차, 건강상 부담 등의 이유로 성별정정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성별정정을 하지 않아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하는 관공서 방문을 꺼리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응답자의 19.5%(115명)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들 가운데 신분증 확인으로 출생 시 법적 성별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거나(27명), 신분증 확인으로 현장에서 주목받는 것이 두려워서(26명)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 트랜스젠더는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라며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의 법제와 정책과 비교해 트랜스젠더 인권보장을 위한 국내의 법, 제도, 정책이 미흡하다”라고 지적하며,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