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장애인들, 이동권 보장 요구하며 서울시청 별관 기습 점거
시청,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 요구하며 찾아가자 문 닫고 막아서 장애계 “서울시 도로교통실장 면담할 때까지 기다릴 것”
“버스를 탈 수 있었으면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고향에 내려갔겠죠.”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장애인들이 서울시에 장애인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서울시청 별관을 기습 점거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등을 비롯한 장애인들은 설 명절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별관을 기습 점거했다. 서울시청 별관에는 도시교통실, 교통정책과, 버스정책과 등 서울시의 장애인이동권 관련 정책과 예산을 계획하는 부서가 모여 있다.
장애인들은 이날 서울시 도로교통실 실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별관을 찾았지만, 문 앞에서부터 입장을 거부당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별관 건물에 진입하려 하자, 서울시청 직원과 경찰들이 문 앞에서 이들을 가로막아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했다.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은 장애인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충돌 끝에 장애인들은 겨우 별관 건물에 진입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장차연은 지난 1월 21일 서울시 도시교통실장 면담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1월 22일 이동권 쟁취 버스타기 직접행동을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별관 건물에 겨우 들어온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은 “여기 온 사람들 중 버스타고 온 사람 손 들어봐라.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아무도 없다. 저상버스를 기다리면 아주 가끔씩 오는 바람에 약속을 지키기도 힘들다. 게다가 장애인들은 임대료가 저렴한 곳에 사는데, 그런 집은 대부분 언덕 꼭대기에 있다. 마을버스를 타야 하지만 현재 마을버스에 저상버스는 도입되지 않았다”라며 서울시의 장애인 이동권을 규탄했다.
서울장차연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가 도입해야 할 904대의 저상버스 중 580대(국비 324대를 제외)에 필요한 220억 원 규모의 예산이 삭감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올해까지 서울시가 ‘제3차 서울시 교통약자편의증진 계획’을 통해 약속한 저상버스 75% 도입 목표는 물거품이 될 위기이다.
저상버스뿐만 아니라 올해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계획도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문애린 서울장차연 대표는 서울시가 지하철 장애인이동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를 지키기 위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계획대로라면 서울시는 올해 서울시 지하철 1동선 미설치 23개 역사 중 올해 공사를 추진할 13개 역사에 대해 200억 규모의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 서울시 본예산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올해 공사가 예정된 13개의 역사는 5호선 마천·강동·종로3가, 6호선 구산·봉화산·상월곡·새절, 7호선 청담·남구로·광명사거리·수락산·고속터미널, 8호선 복정역이다.
현재 서울장차연 등은 서울시에 △2022년까지 지하철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2025년까지 시내버스 저상버스 100% 도입 △장애인단체이동버스 ‘장애인버스’ 10대 도입 △마을버스에 저상버스 100% 도입 계획 수립 △특별교통수단 운영 수도권 전역 확대 등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청 별관을 점거한 이들은 서울시 도로교통실 실장과의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같은 시각 서울장차연 소속 활동가들은 서울시에 ‘장애인이동권 선언’ 완전 이행을 촉구하며 4호선 당고개역에서 서울역까지 ‘지하철·버스타기 1차 직접행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