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장애인교원 배제하는 원격교육 기본법?
원격교육활성화기본법안, 장애인야학 학생은 대상조차 안 돼 원격교육 초기부터 장애인 소외 지적했지만, 여전히 계획 없어 “장애인 원격교육 지원·정당한 편의제공·접근성 보장 등 보완해야”
원격교육을 활성화하는 기본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장애계가 장애학생과 장애인교원을 배제하지 않는 보완 입법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2일 오후 2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등은 서울 대학로 유리빌딩 4층에서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 보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월 28일, ‘원격교육에 대한 기본적 사항과 함께, 학생에게 질 높은 원격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의 근거와 원격교육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의 역할에 대해 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아래 기본법)’을 발의했다. 지난 23일에는 공청회도 진행되어 법안 통과 준비가 한창이다.
그러나 해당 기본법에는 장애학생과 장애인교원을 위한 지원 계획이 매우 부실한 실정이다. 법안에는 원격교육 활성화 및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원격 교육 기기 등 인프라 지원과 디지털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한 책무 규정 등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지원 내용은 제3조 ‘학생이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할 것’과 제4조 ‘장애학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취약계층이 원격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가 전부다.
정승원 장애학생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시각장애학생으로서 온라인 수업에서 어떤 것들이 불편했는지 (학교나 교육부에) 수없이 지적해왔지만,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전혀 나아가지 않았다”라며 “정보·콘텐츠 접근성은 취사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사안이다. 이번 기본법에서도 단순히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닌, 장애학생에게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장애인교원이 겪는 원격교육에서의 배제도 지난 1년간 꾸준히 지적되었지만, 기본법에는 장애인교원에 대한 지원 내용도 미흡하다. 김헌용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조 위원장은 개학 첫날인 오늘, 학교가 아닌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착잡해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3월 말, 코로나19로 모든 교원이 분주하게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던 시기에 장애인교원들은 교육청 단위의 원격수업 계획 수립 시 장애학생 및 장애인교원의 정보접근권 보장 방안 수립을 요청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 그 어느 곳에서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라며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가 있는 교사와 학생은 원격수업에서 소외되고 있다. 교육부의 원격수업 플랫폼들은 웹 콘텐츠 접근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며, 원격 수업 참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편의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기본법에는 장애인평생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성인 장애학생이 지원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근옥 사단법인 선 변호사는 “장애인평생교육기관을 아예 배제해 원격교육에 필요한 도구·인력지원 등 법에 명시된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을 교육기관에 포함하는데, 기본법은 학력인정 교육시설로만 한정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박경석 전장연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이 변호사의 의견에 동의하며 “학령기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을 교육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박 의원의 몰염치한 태도에 매우 불쾌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초기 지하철을 건설할 때 장애인을 배제한 차별의 역사 때문에 지금도 장애인들은 지하철 이용이 힘들고, 접근성과 편의성을 구축하는 데 많은 갈등이 있다”라며 “기본법이 코로나 시대 새로운 교육의 시대로 가기 위한 기본적 토대를 위한 법안인 만큼, 장애학생과 장애인교원, 성인 장애학생의 권리가 충실히 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기본법(안)에 △장애인 원격교육 지원 및 차별금지, 정당한 편의제공 관련 조항 추가 △원격교육시스템 및 원격교육콘텐츠 등에 대한 장애접근성 보장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을 원격교육기관에 포함 △장애인교원의 원활한 원격교육 참여를 위한 편의지원 및 원격교육 여건 조성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