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의 이름으로 승리할 것” 복직·명예회복 투쟁 계속된다
공대위, 유가족과 함께 변희수 하사 소송 절차 이어가기로 트렌스젠더가시화의날 앞두고 국방부·육군 향해 ‘집중 행동’
“우리는 변희수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많은 이들의 삶에 용기로 다가섰던 변희수의 환한 웃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기갑의 돌파력으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변희수의 굳은 의지를 이어나갈 것이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문 중)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며, 앞으로 변 하사의 복직 소송과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15일 오전 10시 30분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앞으로의 활동과 복직 소송 진행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제전역 후 계속된 소송·투쟁… 첫 복직소송 변론 앞두고 사망
지난 2019년 6월, 6군단 5기갑여단에서 근무하던 변희수 하사는 최초로 군인권센터에 방문했다. 방문 당시, 그녀는 이미 호르몬치료를 진행 중이었으며, 부대는 변 하사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변 하사는 부대로부터 수술목적의 국외여행을 승인받은 뒤 같은 해 11월, 해외에서 수술 후 귀국해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 진료를 받았다. 이후 12월 26일, 변 하사는 청주지방법원에 성별정정을 신청하고 여군으로서 군 복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육군본부는 변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며 작년 1월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강제 전역 판정을 내렸다. 군인권센터 등은 심사가 열리기 전, 긴급히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강제전역 조치를 막기 위한 긴급구제를 신청해, 인권위가 이례적으로 긴급구제 결정을 육군본부에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 하사는 작년 2월, 청주지방법원이 성별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여성으로 성별이 인정됐다. 이와 함께 육군본부에 강제전역 취소 요청을 하며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작년 7월 기각됐다. 따라서 변 하사는 작년 8월 전역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엔에서는 작년 7월 변 하사의 강제전역 인권침해를 우려해 시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적법절차에 따른 강제전역’이라는 답변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도 작년 12월 강제전역에 대해 인권침해 결정을 내렸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오는 4월 15일 마침내 전역처분 취소 행정소송 변론 기일이 지정되었지만, 재판을 앞두고 변 하사는 지난 3일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4일, 변 하사의 장례식에는 천 여 명의 시민들이 조의를 표했다. 온·오프라인에서는 변 하사를 추모하기 위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공대위의 활동경과를 보고하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임 소장은 “공대위는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 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로 재출범한다. 오는 27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3월 31일)’을 앞두고 국방부와 육군에 우리의 분노와 요구를 전하는 집중행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이 복직소송 이어나갈 것… 죽음 막기 위한 연대는 계속된다
더불어 공대위는 오는 4월에 예정된 행정소송 1차 공판 또한 이어나간다.
유형빈 변호사는 “변 하사의 유가족이 소송을 이어받아 법원에 전역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곧 유가족과 함께 법원에 소송 수계 신청을 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소송을 알렸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변 하사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 소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대리인단의 의지다. 변 하사의 부모님 또한 어렵게 마음을 정했다”라며 “국방부는 객관적인 신체상태로만 전역처벌사유를 판단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객관적으로만 판단하면 아무런 신체장애가 없다. 또한 국방부에는 반인권적 조항들이 남겨져있다. 국회와 정부가 시급히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에는 제주퀴어공동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한 김기홍 트랜스젠더 인권활동가가 사망했다. 변 하사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연이은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작년 여름, 변 하사는 생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아래 차제연)가 평등버스로 충북을 방문할 당시, 우연히 만나 함께 버스에 올라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투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장예정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한 달여 간 우리는 혐오와 차별로 사람을 많이 잃었다. 정부와 국회는 현재 시민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이 죽음들에 침묵하는 정치를 매섭게 질타하는 말임을 직시해야 한다”라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입법을 촉구했다.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는 “장례식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세상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친구와 동료들을 보며 어째서 우리는 또 장례식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나 하는 한탄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라고 밝혔다. 이어 “변 하사의 의지를 이어받아 겪지 않아도 됐던 그 많은 안타까운 일들을 겪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겠다”라며 앞으로 변 하사의 명예회복과 복직 투쟁에 함께 할 것을 결의했다.
따라서 공대위는 국방부와 육군에 변희수 하사에 대한 사죄와 그의 복직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사법부에는 소송 수계 신청을 인용하고 부당한 전역 처분 취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