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순·한태섭 씨, 제1회 탈시설장애인상 수상
탈시설장애인상은 ‘탈시설 신인상’ “탈시설은 혼자 힘이 아닌 연대로 가능해” 앞서 탈시설한 장애인들, 상 제정·기금에 앞장
제1회 탈시설장애인상 수상자로 신정순, 한태섭 씨가 선정됐다. 수상자 두 명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 원이 주어졌다.
26일 오후 7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제1회 탈시설장애인상 시상식이 열렸다. 탈시설장애인상은 감옥 같은 장애인수용시설의 삶을 정리하고 스스로 선택하기로 결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탈시설장애인에게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박김영희 장애해방열사_단 대표는 “이 상은 ‘탈시설장애인 신인상’이다”라며 “탈시설은 결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들과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는 상이다”라고 설명했다.
탈시설장애인상은 무엇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탈시설을 꺼리는 장애인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중앙정부의 탈시설로드맵 부재, 부족한 주거지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기준 등으로 탈시설 이후 자립생활이 녹록하지 않은 장애인이 많기 때문이다. 신정순, 한태섭 씨도 그렇다.
신정순(65세) 씨는 산업재해와 지병과 장애로, 20년 동안 거주시설에서 살아야 했다.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광진IL센터)에서 진행하는 동료상담, 단기체험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선뜻 시설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자칫 가족에게 짐이 될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광진IL센터의 지속적인 설득으로 지난 2018년 탈시설했다. 그러나 장애인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었고, 산업재해보험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65세가 되어 활동지원마저 삭감될 위기에 처해있다.
신정순 씨는 “몇 해 전 광진IL센터와 3.26 집회를 참여하게 됐고, 그 인연으로 탈시설을 하게 되었다”라며 “상을 받은 만큼 지역사회에서 더욱 진취적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한태섭(28세) 씨는 중학생 때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거동이 힘들어져 지속적인 병원치료를 받게 됐다. 그러나 가정불화로 어머니가 집을 떠났고, 병원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하반신 마비 증세가 악화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신망애재활원에 들어갔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성동IL센터) 활동가를 만나 자립생활 정보를 제공받아 2019년 시설에서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 관할 거주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에 제약이 많았다. 자립생활주택에도 입주하지 못하고 자립생활정착금도 지원받지 못해 성동IL센터 활동가들이 사비를 모아 주택임대 보증금을 마련했다. 수급비 대부분을 주택 임대료로 쓰고 있다.
한태섭 씨는 “탈시설해서 좋은 점은 내가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살은 쪘지만 내가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거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등 자립운동에 열심히 참여하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한편, 탈시설장애인상 기금은 앞서 탈시설했던 사람들이 힘을 모아 더욱 뜻깊다. 10년 동안 모은 수급비를 탈시설운동에 사용해달라는 ‘꽃님’ 씨의 뜻으로 상이 제정됐고, 오랜 시설생활을 끝내고 지역사회에서 살다 돌아가신 故 황정용, 故 박정혁, 故 윤은자 님의 유산 일부가 기금이 됐다. 10년 전 탈시설해 가정을 꾸린 김동림·이미경 부부도 수급비를 모아 흔쾌히 300만 원을 보탰다.
김동림 김포장애인야학 교감은 “시설에서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국 거주시설에서 인권유린을 당하고 사는 장애인들이 많다. 이들이 하루 속히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탈시설지원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여러분들과 함께 활동하며 살 수 있도록 제정된 장애인탈시설상 기금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장애인탈시설상 기금위원회는 기금 모금에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다리고 있다. 기금은 국민은행 992401-00-009659(예금주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로 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