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도시’라던 세종시, 장애인평생교육 예산 0원

평생교육 예산 18억 8천만 원 이 중 장애인평생교육 예산 전무 세종시 장애인 1만 명인데 장애인평생교육 시설은 달랑 1개

2021-04-12     하민지 기자

세종시의 ‘장애인평생교육’ 관련 예산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아래 세종장차연)에 따르면 세종시교육청의 올해 ‘장애인평생교육’ 예산은 0원이다. 독서문화진흥 등 평생교육 예산은 약 18억 8천만 원이 책정됐지만 이 중 장애인평생교육 관련 예산은 전무하다. 또한 세종시민 중 장애인은 약 1만 2천 명이다. 전체 시민(약 34만 명)의 3.5%를 차지한다. 그러나 세종시의 장애인평생교육 시설은 달랑 1개뿐이다.

세종시는 지난 2월, ‘평생학습도시 세종’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2021년 평생교육진흥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장애인평생교육을 발전·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시설과 예산 지원이 거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교육부 정책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19년 12월 13일에 열린 제17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장애인평생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세종시는 장애인평생교육 관련 정책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제2의 수도’, ‘행정도시’라 불리면서 정부 정책의 기조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세종장차연,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아래 전장야협) 세종지부(준)는 12일 오전 11시, 세종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교육청 장애인평생교육 지원 조례 제정 △세종시 장애인평생교육 시설 신규 설치 및 지원 등을 요구하며, 최교진 세종시교육청 교육감이 면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세종장차연, 전장야협은 세종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교진 교육감과의 면담을 촉구했다. 사진 전장야협

- 장애인 교육 불모지, 세종시

장애인은 학령기 교육에서 소외돼, 비장애인과의 교육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김삼섭 세종장애인야학 준비위원장은 “보건복지부가 2017년에 진행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중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사람이 약 55%다. 장애인 절반이 중졸인 상황이다. 또한 전체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약 40%다. 하지만 장애인은 0.2%밖에 안 된다. 차별의 역사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준비위원장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며, 필요한 기술·지식·정보를 얻게 하는 야학을 만들고 싶다”며 최교진 교육감이 이 같은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태훈 세종장차연 상임공동대표는 세종시가 장애인 교육의 불모지라고 비판했다. 강 상임공동대표는 “제2의 수도라 불리는 세종시에는 장애인평생교육 시설이 거의 없다. 우리는 세종시가 이름값 하게 만들 것이다. 중증장애인에게 교육권은 삶 그 자체다. 장애인을 고립의 길로 내몰지 말고 누구나 받고 싶은 교육을 받으며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최 교육감을 향해 촉구했다.

박경석 전장야협 이사장 또한 중증장애인의 교육권을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최 교육감이 최중증장애인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교육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행정수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장차연, 전장야협은 기자회견 이후 최 교육감과 면담하고 ‘장애인평생교육 보장 요구안’을 전달했다. 최 교육감은 요구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장차연, 전장야협 활동가들이 최교진 교육감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 전장야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