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오세훈 당선되자마자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무산 시도?
간담회 통해 LH신뢰 하락·재산권 침해 내세워… ‘민간개발’ 주장 LH사태 알린 서성민 변호사 “민간개발? LH사태를 편의에 맞게 이용하는 격”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자마자, 국민의힘에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무산시키려는 시도와 함께, 민간개발을 유도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14일 오전 국민의힘 부동산시장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지하 2층에서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아래 소유주대책위)와 쪽방촌 재정비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보겠다며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송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자 부동산시장 정상화 특위 위원장, 권영세, 태영호,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헌법상 재산권 침해 주장하면서 ‘토지공개념’은 검토조차 안 해
권영세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지난 2월 초에 발표된 공공주택사업의 향방이 크게 달라지니 선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유세할 때마다 적극 호응해주어 감사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권 의원은 “공공주택 개발에 대해 동자동 지역주민들이 말이 많다. 우리나라는 요즘 아주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너무 소홀히 한다. 운동권 출신들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헌법상 재산권 보장은 기본인데,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재산권이 지켜지지 않고 무시하는 식의 계획으로 마구잡이 추진하는 건 독재정권이나 다를 바 없다”라고 비난했다.
소유주대책위도 “사유재산이 보장되는 국가에서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팔고 싶으면 팔고 쓰고 싶으면 써야 하는데, 왜 정부가 합법이라는 미명하에 우리의 재산권을 박탈하나. 가격을 매길 권한도 없이 감정평가사가 정한다”라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토지는 휴대폰이 아니다. 계속 무한정 생산해낼 수 있는 재화가 아닌,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공적 재화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토지에 대해 일반적인 재산권과는 달리 공공성에 기초한 ‘토지공개념’을 두고 있다. 따라서 토지재산권은 헌법 제122조를 통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헌법 제35조에서는 국가가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주도의 위헌성을 검토하겠다던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보상 절차 있는데도 ‘강제수용 개발’ 주장하며 민간개발 유도
나아가 소유주들은 간담회에서 공공주택특별법(아래 공특법)에 의한 개발은 ‘강제수용 개발’이라며, 서울역 동자동 공공주택지구 개발 계획을 전면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유주대책위 측은 “과연 20%의 쪽방 공익이 동자동 전체의 재산권 침해를 상쇄할 정도로 정당한가. 한 번이라도 민간에 제대로 된 기회를 제공한 적이 있는가?”라며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권을 소유주의 재산권 침해에 비교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소유주가 거듭 제기한 ‘강제수용’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은 건물·토지 소유자에게 현 토지용도 및 거래사례 등을 고려해 감정평가 가격으로 보상하며, 거주자나 비거주자 구분 없이 사업지구 내 주택 외 무주택자에게 분양주택의 공급권을 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보상 협의 절차를 통해 보상 방안을 구체화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소유주들은 거듭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용적률과 고도제한을 공공주도 사업 수준으로 완화해 이를 민간이 개발할 수 있게 요구하고 있다. 민간주도 정비사업이 공공주도 정비사업보다 더 많은 민간분양물량을 공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소유주를 비롯한 부동산 개발 민간업자들은 공공개발 때보다 더한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동자동사랑방 등은 “건물주들이 그렇게 고대하는 민간개발을 추진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도 소유주들은 세부 정비계획을 만료기일인 작년 5월까지 제출하지 못해 기한을 넘기고 말았다”라며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지 40년이 넘도록 건물주들은 건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다. 우리 쪽방주민들은 낡을 대로 낡아버린 건물에서 강남 고급 아파트보다 높은 평당 임대료를 내며 건물주의 부동산 가치를 떠받쳐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LH 신뢰 하락으로 민간개발? “편의에 맞게 사태 이용하는 격… 문제 더 커질 수 있어”
특히 간담회 자리에서는 최근 LH 임직원들의 땅투기 의혹 사태로 공공개발에 신뢰가 떨어졌다는 말들이 나왔다. 소유주대책위 측은 “LH 공공개발은 LH사태로 인해 신뢰가 하락했으며, 누구라도 원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 임기 말에 공특법에 의한 졸속행정”이라고 손가락질했다.
윤창현 의원도 LH사태로 인해, 공공에 대한 분노가 높아졌다고 거들었다. 윤 의원은 “공공의 이름으로 헌법에 보장되는 재산권을 소홀히 하고 무시하는 건 문제가 있다. 최근 LH에서 자기네들끼리 몰래 나눠 먹는 모습을 보며, 이게 공공이냐는 분노가 높아졌다. 이제 LH사태 이전과 이후는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과 소유주들의 바람대로, LH의 신뢰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공공주택사업 대신 민간개발에 맡길 수 있을까?
지난 3월 2일, LH 임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을 폭로한 서성민 변호사는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에 대해 LH 신뢰성 하락을 이유로 ‘민간개발’을 주장하는 것은 LH사태를 편의에 맞게 이용하는 격이라고 비판한다.
서 변호사는 14일 비마이너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LH임직원의 투기로 인하여 불거진 문제들은 내부정보나 비밀을 이용한 투기가 가능한 상황에 대하여 그 해결과 대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직유관단체인 LH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했으니, 민간개발이 정답이다'라고 귀결된다면 이는 LH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보다는, 편의에 맞게 이용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LH사태로 인한 불법적 공직자 투기 문제가 공공주택 공급 및 공급기능 강화를 위한 정책 철회를 요구하거나, 이러한 명분을 약화하는데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민간개발로 진행된다면 문제가 더욱 커지면 커지지, 나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