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영 의원 “거주시설 장애인, 60년 더 기다려야 하나?” 정부 질타

최혜영 의원, 탈시설 정책 추진 위한 대정부 질문 현 정부 정책으로는 2080년에나 탈시설 실현… “장애인 60년 기다려라?” “중앙정부가 탈시설 정책 전환 천명하고, 강력한 의지 보여야” 주문 권덕철 복지부 장관 “올해 장애인 정책 핵심은 장애인 탈시설”   

2021-04-21     허현덕 기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1일,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장애인 수용정책을 탈시설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를 향해 탈시설 정책 이행을 촉구했다. 국회 영상자료 캡처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1일,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장애인 수용정책을 탈시설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를 향해 탈시설 정책 이행을 촉구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탈시설 정책에 공감을 표하며 “오는 8월로 계획된 탈시설로드맵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남기 부총리는 거주시설 학대문제 원인을 ‘종사자의 잘못된 인식’이라고 짚거나,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탈시설에서 중요한 점을 ‘장애인 당사자 의사’라고 답해 여전히 장애계와의 큰 온도차를 보였다.   

- 최혜영 의원 “시설 정책 자체가 국가에 의한 제도적 학대” 지적 

장애인 100중 1명, 지적장애인 10명 중 1명은 장애인거주시설에 수용돼 있다. 본회의에서 최 의원은 “장애인 학대 중 38%가 집단 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데, 이 중 거주시설 비중이 62%다. 거주시설 장애인의 71%가 휴대폰을 갖지 못하고, 통장·신분증도 시설이 관리해 거주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거주시설에 한 번 입소하면 10년 이상 거주하는 경우가 58%, 20년 이상은 2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를 향해 최혜영 민주당 국회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 국회 영상자료 캡처

최 의원이 거주시설의 학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묻자, 홍남기 부총리는 “거주시설은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곳’인데, 종사자와 운영자의 (장애인) 인식이 따르지 못해서 장애인학대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점이 우선 개선되어야 한다”라며 “두 번째는 시설중심 장애인 보호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최 의원은 장애인 시설수용 정책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짚으며, 장애인을 집단으로 모아 분리하는 것 자체가 차별임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좋은 거주시설, 나쁜 거주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시설 위주의 장애인 정책은 사실상 국가에 의한 제도적 학대라고 할 수 있다”라며 “시설수용 정책은 장애인이 먼저가 아닌 국가의 자원 절감이 우선인 정책”이라고 짚었다. 

정부의 지지부진한 탈시설 정책도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42번에 ‘장애인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을 담았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탈시설 정책이 없었던 지난 4년간 거주시설 수는 1484곳에서 1534개로 늘었다. 최 의원은 “지난 4년간 거주시설 입소 장애인(2251명)이 퇴소 장애인(843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본인이 원하지 않은 입소율도 6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 권덕철 장관 “탈시설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인 당사자 의사” 

최 의원은 지난 2019년 장애인 탈시설 민관협의체에서 논의되었던 △탈시설 지원체계 구성안 △탈시설 단계별 서비스 △탈시설 10년 로드맵 등의 내용이 현재까지 발표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탈시설 정책 의지 여부를 물었다.

이에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탈시설 정책 전환에) 공감하고 적극 추진하겠다. 현재 탈시설 정책을 추진할 때 어떤 방향과 지원체계를 담을지, 고심하고 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준비, 생활지원, 일자리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금껏 정부는 ‘탈시설’ 정책을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의 일부로 여겼다. 또한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탈시설이라는 용어를 거부하고, 계획했던 중앙탈시설지원센터마저 ‘중앙장애인자립지원센터’로 명칭을 정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정부의 이런 (소극적) 접근 방식으로는 현재 3만 명의 거주시설 장애인이 모두 지역사회에 나오려면 2080년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장애인에게 앞으로 60년을 더 참으라고 하는 거냐?”라고 질타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 국회 영상자료 캡처

권 장관은 “아니다. 스웨덴·캐나다의 사례를 봤을 때 30여 년이 걸렸다. 우선은 장애인이 살 수 있는 여건을 갖춰서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이 탈시설 정책에 대한 명확한 의지와 탈시설로드맵 발표에 대해 확인을 요구하자, 권 장관은 “지난 상임위에서 말했듯이 올해 복지부 장애인 정책의 핵심은 탈시설이다. 8월 중에는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하고, 지자체와 함께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탈시설지원법)’ 제정 중요성도 강조됐다. 탈시설지원법은 최 의원의 대표발의로 지난해 12월 10일 발의된 바 있다.

최 의원은 “탈시설은 단순히 시설 밖으로 나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보건·의료, 일상생활, 소득, 일자리, 교육 등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계획이 요구된다. 이러한 계획에 대한 근거를 담은 탈시설지원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라며 “탈시설 정책은 관계부처와의 상시적이고 유기적인 협의가 필수적이다. 중앙정부가 탈시설 정책 전환에 대해 강력히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이는 모든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일이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