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사랑마을 사태, 수용시설의 본질을 묻다

시설의 잇따른 인권유린과 비리, 영덕군은 ‘쉿’  영덕군과 사회복지법인의 유착 의혹만 깊어져 팽팽한 시설 권력, 박탈된 장애인의 자유 

2021-04-22     박재희

영덕군은 경상북도 동북부 해안에 위치한 소도시다. 위로는 울진군, 내륙 쪽으로는 영양군과 청송군, 아래에는 포항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해안가 풍경으로 잘 알려진 이곳 영덕 화천리에는 마을 골짜기에 장애인거주시설(아래 거주시설)이 하나 있다.

영덕에는 거주시설이 딱 1곳뿐인데, 이름은 ‘사랑마을’이다. 시설의 운영주체는 사회복지법인 ‘경상사회복지재단’으로, 법인 산하에는 거주시설 외에 노인요양시설인 ‘행복마을’, ‘희망마을’ 두 곳과 장애인보호작업장이 있다. 

사랑과 행복, 희망이 넘칠 것 같은 이름이지만, 법인의 시설 사유화와 비위행위, 거주인에 대한 인권유린 실상이 알려지며 그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온갖 논란에도 경상사회복지재단은 여전히 건재하다. 공익제보자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법인이 이토록 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영덕군과의 유착관계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영덕군의 봐주기 행정 규탄한다!’, ‘무능력·무책임 영덕군청 각성하라!’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박재희

갈 곳 없던 타지에서 영덕사랑마을로, 사랑마을에서 다시 정신병원으로

영덕사랑마을은 2015년에 설립되었다. 사랑마을이 있기 전까지 영덕에는 거주시설이 없었다. 시설이 생기자 사람들이 흘러왔다. 영덕에 사는 지역민들에게 물어보니, 대개는 갈 곳이 없어 전국을 전전하다 이곳까지 왔거나 부모와 자녀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영덕사랑마을은 지역 장애인들이 필요해서 지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시설이 생기니, 어느 곳 하나 뿌리 내릴 자리 보이지 않아 떠밀렸던 사람들이 영덕으로 흘러왔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시설이고, 환경도 깨끗하다는 소문에 타지에서 영덕으로 이사 온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설의 역할은 딱 그뿐이었다. 시설이 설립된 해부터 거주인 학대와 인권유린이 끊이지 않았던 사랑마을은 거주인에 대한 격리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11월 6일, 사랑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던 거주인 ㄱ 씨가 전 시설장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되었다. 이유는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었다. 이후 같은 이유로 2016년 8월, 2017년 4월 총 세 차례에 걸쳐 포항과 청송 소재의 정신병원에 보내지기를 반복했다. 특히 시설장은 정신병원 입원기간 동안 당사자에게 시설 퇴소신청서를 작성토록 지시한 것이 알려졌다. 이는 거주인에 대한 지원 의무를 방기하고 쫓아내기 위한 명백한 유기행위다. 

이 모든 과정은 최소한의 사례회의도 거치지 않고 시설장의 독단적인 판단과 지시에 의해 진행되었다. 강제입원뿐만이 아니다. 거주인의 버릇을 고친다는 명목으로 뺨을 때리거나 하루 3시간씩 얼차려를 시킨 사실도 공익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당시 시설장은 언론을 통해 “상대하기 힘들어 훈육 차원에서 가벼운 얼차려를 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의 말처럼 사랑마을 거주인은 고유하고 존엄한 사람이 아닌 통제의 대상이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손이 많이 가거나, 통제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 사람은 ‘징벌의 대상’이 됐다. 결국 국가와 사회가 가족에게 떠넘긴 돌봄의 책임은 민간시설로, 다시 정신병원으로 향했고 시설은 이것이 ‘훈육’이라 말하며 거주인에 대한 폭력을 복지로 포장했다.  

지난 4월 1일 영덕군청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는 ‘경상사회복지재단 비리, 인권유린 비호하는 영덕군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박재희

노골적으로 법인 편에 선 영덕군, 고립되는 공익제보자

대다수 시설문제처럼, 영덕사랑마을 인권유린 역시 공익제보자의 내부고발에 의해 알려졌다. 거주인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등 인권 문제가 내부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자, 2019년 8월 공익제보자는 시설장을 고발했다. 시설노동자의 위치에서 원장을 상대로 고발에 나선다는 것은, 앞으로 벌어질 탄압과 괴롭힘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예상대로 시설장과 법인은 공익제보자의 대응에 즉시 반응해 공격을 시작했다. 언론과 지역사회에 제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흠잡기식 물타기로 본질을 호도하며 공익제보자를 고립시켰다.

그러나 법인과 시설을 지도·감독해야 할 영덕군은 고통받는 공익제보자와 거주인 곁에 없었다. 오히려 법인 편에 서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2017년 정신병원 강제입원 건에 대해 경상북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장애인학대로 판정했음에도 영덕군은 행정조치를 계속 미루며 시설장이 사퇴할 시간만 벌어줬다. 지역사회의 비판이 계속 거세지자, 영덕군은 뒤늦은 시설장 교체 처분만 내렸다. 반복된 거주인 학대 사실에 대해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행정처분도 내리지 않았고, 드러나지 않은 인권유린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영덕군과 법인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경상사회복지재단은 수년째 법인 이사장에 의한 비리와 산하시설 인권유린이 지속되고 있는데, 영덕군은 어느 사건 하나 단호하게 대처한 적이 없다. 법인 이사장의 직원 허위채용을 통한 부정수급이 2건이나 발각되었을 때도, 행복마을에서 노인 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을 때도, 법인 측이 영덕사랑마을 시설장을 부적격자로 반복 채용해 부실운영과 거주인 인권침해를 야기했을 때도 영덕군은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감독기관인 영덕군의 방관 속에 공익제보자는 좁은 지역사회 안에서 온갖 2차 가해와 낙인에 내몰렸고 거주인에 대한 인권유린은 반복해서 벌어졌다.

유착의혹은 경상북도의 법인 지도점검 결과가 드러나면서 더욱 짙어졌다. 2019년 1월 경상북도의 법인 점검에서 20건이 넘는 각종 부당행위와 예산 부적정 집행이 발각되었는데, 이 중에는 노인장기요양급여에서 영덕군수와 국회의원, 공무원과 관계된 각종 경조사비용이 지출된 것이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영덕군의 묵인과 조직적인 비호가 없다면 설명되지 않는 행위이다.

그리고 최근 영덕사랑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은 영덕군이 시설 내 약자들과 법인세력 중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지난 3월 24일, 영덕군 소속 공무원 ㄴ 씨가 장애인학대조사를 위해 영덕사랑마을을 방문한 조사관에게 고성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며 조사를 방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ㄴ 씨는 영덕군에서 장애인이나 노인복지가 아닌 아동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영덕사랑마을의 인권지킴이와 운영위원인 동시에 법인 인사위원으로 시설 운영 전반에 개입하고 있었다. 이는 영덕군의 법인 감싸기와 유착 논란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 속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공무원 한 명의 일탈행위로 볼 수 없다. 공무원 ㄴ 씨가 보인 태도는 영덕군이 법인 편에서 시설의 조사를 적극적으로 저지할 목적으로 밖에는 도저히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5일 영덕경찰서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는 ‘영덕사랑마을 장애인학대조사 방해! 범죄시설 홍호! 영덕군 공무원 고발 및 철저한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박재희

영덕사랑마을 사태가 보여주는 ‘수용시설’의 본질

이토록 법인과 영덕군의 유착의혹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영덕사랑마을에서 또다시 거주인 학대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영덕사랑마을 시설장이 발달장애인 거주인을 대책 없이 시설 밖으로 내보낸 사건이 보도되었다. 당사자는 퇴소 후 세 차례 실종되었다가 인천에서 발견되었는데, 마지막 발견 당시는 이미 집단 구타로 온몸을 다치고 가진 돈을 갈취당한 뒤였다. 몇몇 시설노동자들이 여러 차례 지역사회 정착에 필요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영덕군도 시설장도 이를 묵살한 것이 드러났다. 결국 퇴소 후 방치된 3개월 동안 당사자는 전국 여기저기를 떠돌다 학대에 내몰린 채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은 법인 측이 신임 시설장을 부적격자로 채용해 투입한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시설장 ㄷ 씨는 ‘퇴소는 당사자의 자립 요구와 행동문제로 인한 것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결국 상황은 달라도 2015년 정신병원 강제입원 사건과 본질은 똑같다. 관리자 입장에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거주인은 정신병원이건 시설 밖이건 쫓아내고 보는 식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영덕사랑마을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장애인 복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로부터 격리수용하는 공간, 개개인의 욕구와 자유가 박탈되고 집단관리의 규율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는 공간. 이것이 바로 수용시설인 영덕사랑마을의 본질이다. 손이 많이 간다고, 말을 안 듣는다고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것, 훈육을 이유로 체벌하고 학대하는 힘을 휘두를 수 있는 것, 그것이 시설이 가진 권력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당사자들이 ‘시설은 감옥’이라고 절규하는 이유가, ‘제도적 학대’라고 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바로 ‘탈시설’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시설 측은 현재까지도 거주인의 자립의사에 따라 퇴소조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탈시설은 단지 시설 바깥으로의 물리적인 이동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탈시설은 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환경을 바꾸는 일이고, 누구든 다시 시설로 흘러가지 않도록 ‘시설 사회’ 자체를 바꾸는 모든 과정이다. 그 때문에 탈시설을 핑계로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려는 시설은 저열하고, 자립생활 지원 역할을 방기해 거주인을 학대로 내몬 영덕군은 무능력·무책임하다. 

다시 시작된 싸움

지역사회는 좁고, 지방 행정권력과 사회복지법인의 힘은 크다. 그동안 공익제보자와 영덕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영덕군수, 주민복지과 공무원, 법인 이사장 등 할 것 없이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영덕군청을 쫓아가 항의하고,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형사사건은 매번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되기 일쑤였고, 영덕군은 차일피일 조치를 미루며 법인에 시간을 벌어다 줬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설 문제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압도적으로 스피커가 큰 저들에 맞서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끈질기게 싸우는 것뿐이다. 지역 대책위와 단체들은 15일 또다시 고발을 진행했다. 학대조사를 방해한 공무원을 철저히 수사해달라는 요구다. 고발장을 접수한 후, 해당 공무원은 뒤늦게 시설과 관계된 각종 위원직에 대해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번 사건은 또 어떻게 전개될지, 수사기관이 과연 적극적으로 조사를 진행할지 알 수 없지만 어떤 결과이건 우리의 싸움이 이어질 것만은 분명하다. 이 질긴 한 걸음 한 걸음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영덕군이여, 기대하시라!

* 필자 소개 _ 박재희.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