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회안전망 강화 위한 사회복지 예산 확대 촉구

사회안전망·공적인프라 부족 드러낸 코로나19 정부 복지정책은 재난지원금 지급에 그쳐 한국 사회복지 지출, OECD 가입국의 절반뿐 코로나19 극복하려면 사회안전망 강화에 예산 투자해야

2021-04-26     하민지 기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등은 2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극복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내년에 대대적인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장애인 예산과 관련해서는 탈시설 관련 예산 확충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활동가가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시민이 직접 제안하는 2022년도 예산안. 코로나19 극복 예산, 사회안전망 강화 예산, 소득보장, 주거복지 강화, 사회서비스, 보건의료 강화, 공적연금 강화. 대한민국 시민’이라고 적혀 있다. 다른 활동가가 피켓에 커다란 싸인펜으로 ‘시민’이라고 싸인을 하고 있다. 사진 참여연대

- 사회복지 지출, 한국은 OECD 가입국의 절반뿐

코로나19 시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돼 있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속출했고, 발달장애인의 돌봄부담은 가족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져 가족이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지공약 1호였던 부양의무자기준은 아직도 폐지되지 않아 가난한 사람들은 심각한 사회적 고립에 처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지원금 등을 지원하긴 했지만 일시적인 현금지급에서 그쳤을 뿐, 보건의료, 돌봄지원 등 사회안전망이 확충된 것은 아니었다. 또한 거리홈리스의 72.6%는 이마저도 받지 못했다.

현재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은 OECD 가입국 평균 20%의 절반을 웃도는 11% 수준이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이를 지적하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회안전망 강화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이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도중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참여연대

- “탈시설 예산 확충하고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하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장애인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탈시설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장애인거주시설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온상이 돼 왔다. 2019년을 기준으로 장애인거주시설 1,557개소에 2만 9,662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1개 생활실당 5명이 초과하여 생활하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정책은 장애인거주시설에선 무용지물이다.

1,000명의 장애인이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자립한다고 가정하면, 장애인지원주택·자립주택과 같은 개인별 주택은 700개소 정도가 공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20억 원의 예산과 약 100억 원의 자립지원금이 필요하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국장은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은 코로나19 감염의 위험뿐 아니라 빈곤의 위기, 돌봄공백의 위협이라는 삼중고에 노출돼 왔다”며 “장애인의 부양부담을 가족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장애인거주시설에 장애인을 집단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개인별 지원체계로서의 탈시설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정책국장은 또 “장애로 인해 소득활동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제대로 된 장애인 소득보장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따라서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기존의 1급~중복 3급에만 지급하던 장애인연금을 등록장애인(소득기준 70% 이하)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총 3조 9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나아가 실질적 소득 보장을 위해 장애인연금 급여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현재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월 38만 원의 장애인연금을 받는다.

김윤영 활동가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활동가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기준중위소득 인상 위한 예산을 마련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사진 참여연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부양의무자기준이 하루빨리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양의무자기준이 완화되긴 했지만 아예 폐지된 것은 아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비수급빈곤층은 여전히 큰 위험에 처해 있다. 부양의무자기준에 걸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다가 숨진 채 발견된 ‘방배동 김 씨’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2년 이후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할 경우 2023년에 약 3조 4,00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될 거라 예상했다. 이를 위한 즉각적인 예산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윤영 활동가는 “문재인 정부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전 장관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관한 내용은 빠졌다. 그러는 동안 코로나19 시기에 많은 빈민이 부양의무자기준 사각지대에서 죽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 활동가는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포함해 70여 개 복지제도에 사용되는 기준이다. 이를 대폭 인상해 복지기준선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수급자·차상위계층의 지속적인 근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자활일자리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빈곤층에게 질 좋은 일자리, 최소한 최저임금은 넘는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2700억 원의 추가 예산만 있으면 자활참여자의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보장할 수 있다.

김흥수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성위원장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시민의 삶을 지키는 필수노동자를 국가가 확실히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필수노동자는 감염위험, 업무증가에 따른 과로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상당수가 고용불안,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필수서비스 유지를 위한 국고지원, 필수서비스 영역의 공공운영, 장애인활동지원사·보육교사·사회복지시설 인력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해 필수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