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누리콜, 고용승계는커녕 채용 응시도 막아… 단식 돌입

세종도시교통공사, 누리콜 운전원 채용에만 지나치게 높은 경력 요구 세종시 누리콜 운전원, 22명 중 절반은 채용 응시도 못할 위기 누리콜 공공운영 요구 운전원들 솎아내려는 시도? 단식 투쟁 돌입

2021-05-20     허현덕 기자

세종시가 ‘특별교통수단 누리콜 운전원 채용 자격기준’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면서 고용승계를 요구했던 기존 운전원 절반이 채용 응시도 못하고 실직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누리콜 운전원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세종충남본부와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일 오후 2시, 세종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직후 강태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세종충남본부 누리콜 지회장이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세종충남본부,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일 오후 2시, 세종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직후 강태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세종충남본부 누리콜 지회장이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세종시, ‘6개월짜리 누리콜 운전원 고용’에 정규직보다 높은 기준 요구

세종도시교통공사는 지난 14일, 누리콜 운전원 채용공고를 냈다. 공고에는 약 6개월간 일할 기간제 운전원 22명을 뽑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응시자격 기준에 ‘세종시 관내 택시운전자격 경력 또는 장애인콜택시 운전 경력을 합하여 3년 이상인 자’로 못 박았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이라면 누리콜 운전원 노동자 22명 중 11명은 채용에 응시조차 할 수 없다.

애초 협상 시에 세종도시교통공사와 세종시가 제안했던 것은 ‘세종시 관내 택시운전자격 경력 3년 이상 또는 장애인콜택시 운전 경력자’였다. 따라서 누리콜 민간위탁 운영에 문제제기했던 운전원을 솎아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번 채용공고대로라면 누리콜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2년 넘게 투쟁했던 운전원인 강태훈 지회장, 부위원장, 사무국장 등 노조임원은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사가 올린 다른 운전원 채용공고를 보면 이는 단지 ‘의혹’에 그치지 않는다. 세종도시교통공사가 불과 한 달 전 올린, 마을버스 운전원 채용에는 ‘16인승 이상 승합차(버스) 운전경력이 6개월 이상인 자’, 또는 ‘노선버스 운전원 양성을 목적으로 공사가 운영 또는 승인한 교육과정을 수료한 자’로 명시돼 있다. 해당 채용공고에서는 정규직 10명, 기간제 9명을 뽑는다. 여기선 오히려 누리콜 운전원보다 낮은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누리콜은 고작 6개월간 일할 운전원을 뽑으면서 정규직보다 더 긴 경력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세종도시교통공사는 세종시청과 협의 하에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운전원 채용과 비교해 경력 기준이 높은 이유에 대해 물었으나, 서진석 세종도시교통공사 사업기획팀장은 끝내 답을 회피했다. 

김동중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세종충남본부 조직국장은 “세종도시교통공사는 채용절차에 관해서는 의견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고, 세종시에서는 그동안 협상에서 제시했던 내용이라고 발뺌하고 있다”라며 “협상 시에는 분명히 택시운전자격 경력 3년 이상 또는 장애인콜택시 운전 경력자였다. ‘3년 이상’이 문장 뒤로 가면서 완전히 내용이 바뀌었다. 협상에는 늘 강태훈 지회장이 참여했는데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건 억지다”라고 분노했다.

세종도시교통공사가 5월 14일 올린 누리콜 운전원 채용공고. 응시자격 기준에 ‘세종시 관내 택시운전자격 경력 또는 장애인콜택시 운전 경력을 합하여 3년 이상인 자’로 못 박았다. 이런 기준이라면 누리콜 운전원 노동자 22명 중 11명은 채용에 응시조차 할 수 없다. 사진 세종도시교통공사 채용공고 캡처
세종도시교통공사가 4월 16일 올린 마을버스 운전원 채용공고. 응시자격 기준에 ‘16인승 이상 승합차(버스) 운전경력이 6개월 이상인 자’, 또는 ‘노선버스 운전원 양성을 목적으로 공사가 운영 또는 승인한 교육과정을 수료한 자’로 명시돼 있다. 해당 채용공고에서는 정규직 10명, 기간제 9명을 뽑는다. 사진 세종도시교통공사 채용공고 캡처

- 정부의 민간위탁 가이드라인 무시에 노골적인 노조 탄압까지

현재 공고에 명시된 채용기준은 지금까지 세종도시교통공사가 했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기도 한다. 지난 4월 20일 세종도시교통공사 배준석 사장은 누리콜 운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지금 일하는 누리콜 노동자를 굳이 자를 이유가 없다. 고용승계 100% 보장이라는 약속은 못하더라도, 채용 기준을 완화해 현재 누리콜 노동자를 우대하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을 믿을 수 없어 노동자들은 정부의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용승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속해서 주장해왔다. 그러나 세종시와 세종도시교통공사는 끝내 수용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납득할 수 없었지만 ‘서류, 인성검사, 실기시험, 면접시험’ 등으로 이뤄진 세종시 안을 모두 수용했다. 세종도시교통공사가 그간의 누리콜 민간위탁 문제를 해소해줄 것이라고 믿었고, 그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결국 세종시와 세종도시교통공사는 노조의 요구를 묵살하고 채용에 응시조차 못하도록 만들었다. 

장애계와 노동계는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과 공공성 강화, 나아가 노동권리를 위해 싸웠던 노동자의 밥줄을 끊는 보복이다. 채용공고 진행을 즉각 중단하고 재직 중인 누리콜 운전원이 모두 채용에 응시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세종시와 세종도시교통공사를 향해 전면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선포했다.  

한편, 세종장차연과 누리콜 운전원들은 지난해부터 민간위탁 기관 변경에 따른 100%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세종시청 앞에서 159일째(20일 기준)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한 강태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세종충남본부 누리콜 지회장.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