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임기 10개월, 양대법안 제정 언제? 장애인들, 이준석·송영길에 면담 요청
국민의힘·민주당 의원 수, 전체 의석의 92% 양대법안 연내 제정하려면 거대양당 의원 노력 절실 양당대표에게 면담요청서 보냈지만 아직 회신 없어
장애인 탈시설지원 등에 관한 법률(아래 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 연내 제정 촉구를 위한 천막농성이 109일을 맞은 가운데, 장애인들이 거대양당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 100여 명은 2일 오전 10시, 서울시 영등포구에 있는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향해 면담요청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두 대표를 만나자고 요구한 것은 양당 소속 국회의원 수가 전체 의석의 90%를 넘기 때문이다. 양대법안이 연내 제정되려면 다수의 국회의원이 소속돼 있는 두 당이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 양대법안 제정 촉구 농성 109일째…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양당 대표
작년 12월 10일, 최혜영 민주당 국회의원 등 국회의명 68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탈시설지원법은 발의한 지 7개월이 지나는 동안 국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현재는 소관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돼 심의절차를 앞두고 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주거지원법안을 준비 중인 이종성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비판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장애인 거주시설의 다양화·소규모화로, ‘시설지원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이종성 의원은 장애인의 진정한 복지에 역행하는 시설협회와 손잡고 법안 제정을 따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반대한다. 탈시설지원법이 원안 그대로 제정되기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준석 대표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장애인은 공정한 기회조차 가져본 적이 없다. 시설 안에 갇혀 있는데 무슨 기회를 받을 수 있겠나”라며 “탈시설지원법 제정하라고 요구하며 우리가 여의도 한복판에서 109일이나 농성했는데 양당 대표 모두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민주당 당사 앞에서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요구가 쏟아졌다.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는 2012년부터 1842일 동안 광화문 지하농성장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투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애등급제 폐지를 복지공약 1호로 내걸고 당선됐다. 문 대통령 당선 석 달 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농성장으로 찾아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약속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장애등급제는 아직도 폐지되지 않았다. 권달주 전장연 대표는 “여당이 이야기한 ‘장애등급제 폐지’는 허구였다. 종합조사표 때문에 활동지원 시간이 오히려 줄어들거나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는 탈락자가 속출했다. 장애인을 등급 매기지 말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한다. 이를 위해선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장애등급제 폐지의 핵심은 모든 장애인이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등급’을 ‘장애정도’라는 말로 바꾼 채 장애등급제를 폐지했다는 건 가짜 폐지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으로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를 쟁취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지난주 이준석·송영길 대표 측에 면담요청서를 보냈으나 아직 답변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