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순 산재사망 416일 만에 사업주 공개 사과

박상종 조선우드 대표 옥중 사과문 보내와 12일, 유족과 박 대표 아내 기자회견에서 밝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개정 등 산업재해 대책 마련해야

2021-07-12     허현덕 기자
작년 5월 15일, 고 김재순 씨가 상부(호퍼)에서 분쇄기를 가동해 점검하고 있고, 사수의 역할을 한 배부장이 아래에서 굴착기로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고 김재순 산재사망 사고 진상조사 2차 중간보고서

조선우드에서 일하다 산재로 사망한 중증 지적장애인 고 김재순 씨 사망 416일 만에 사업주가 공개사과했다.   

김재순 씨는 지난 2020년 5월 22일 홀로 합성수지 파쇄기에 올라가 폐기물을 제거하다 미끄러져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다발성 분쇄손상’으로 사망했다. 당시 그는 25세였다. 

그러나 사업주인 박상종 조선우드 대표는 사고 직후부터 줄곧 사과는커녕 ‘김재순 씨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가 사고가 났다’며 변명으로 일관해왔다. 유족은 사업주 사죄와 손해배상을 기다리다 70일 만에 장례를 치렀다.  

법원은 박상종 대표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 28일, 광주지방법원은 박상종 대표에 징역 1년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에 대한 혐의가 인정됐다. 박 대표는 선고 당일 법정구속됐고,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 상태다.  

7월 9일 박 대표는 유족과 고인이 된 김재순 씨에게 사과의 마음을 담은 자필 편지를 각각 1통씩 보냈다. 유족에게는 배상도 약속했다. 사죄 편지는 12일 오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가 민주노총 광주본부 교육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공개됐다. 김재순 씨가 사망한 지 416일 만이다. 구속된 박 대표를 대신해 아내가 사죄 편지를 읽었다.

박상종 조선우드 대표가 광주교도소에서 쓴 자필 사과문. 사과문에는 "다 자란 자식을 황망히 떠나보내야 하는 두 분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아파하실지, 감히 입에 담기에도 죄송할 따름입니다. (중략) 사고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아 사망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어머님 아버님께 마음으로 깊이 사죄를 드립니다. (중략) 앞으로는 안전설비 했던 것도 더 꼼꼼히 챙겨 이런 일이 다시 없도록 하겠습니다. (후략)."이라고 써 있다. 사진 유족 제공

다 자란 자식을 황망히 떠나보내야 하는 두 분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아파하실지, 감히 입에 담기에도 죄송할 따름입니다. (중략) 사고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아 사망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어머님 아버님께 마음으로 깊이 사죄를 드립니다. (중략) 앞으로는 안전설비 했던 것도 더 꼼꼼히 챙겨 이런 일이 다시 없도록 하겠습니다. (후략) 

_ 박상종 조선우드 대표가 광주교도소에서 쓴 자필 사과문 일부

김재순 씨의 아버지 김선양 씨는 “사죄문이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계속 용서하지 않고 간다면 스스로 힘들 것 같아 용서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선양 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산업현장 어디선가 노동자가 다치고 죽어 나가고 있다. 제 아들처럼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청년 노동자들이 노동의 권리를 찾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함께하겠다.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업주가 유족에 사죄와 배상을 했지만 문제는 남았다. 산재사망사고의 7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조선우드는 10인 사업장이다. 7년 전에도 조선우드에서는 한 노동자가 파쇄기에 빨려들어간 산재사망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박 대표는 집행유예 선고에 그쳤다. 솜방망이처벌이다. 더욱이 고용노동부는 현장점검도 하지 않았고, 김재순 사망 이후 공동조사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죄 편지는 12일 오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가 민주노총 광주본부 교육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공개됐다. 김재순 씨가 사망한 지 416일 만이다. 구속된 박 대표를 대신해 아내가 사죄 편지를 읽었다. 사진 유족 제공

사죄문에서는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발방지하겠다는 내용은 제시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에서 박 대표 아내도 “안전설비 갖출 것은 다 갖췄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재순 씨가 자발적으로 일하다 사망했다는 사측 주장에 대한 물음에도 답변을 회피하면서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커다란 물음표를 남겼다.  

한편,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산업재해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궁극적으로는 실효성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에 △위험작업 2인1조 보장 △과로사 방지를 위한 적정인력 보장 △하청, 특수고용노동자 예방대책 직접 책임 명시 △뇌심혈관계, 직업성 암등 직업별 전체 적용 △화학물질 시민피해 적용물질, 적용대상 예외 없이 전면 적용 △광주 학동건물 붕괴 참사와 같은 시민피해 적용대상 확대와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