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장애인 자기결정권 침해 규정 ‘철회’… 장애계 “환영”

LG유플러스, 차별 규정 철회하고 장애계와 가이드라인 협의하기로  [2021 국감] 휴대폰 개통 시 장애인 자기결정권 보장하는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2021-10-06     이가연 기자
9월 7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등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김동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피켓에는  '사기 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기치는 사람이 문제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 이가연

장애계의 요구 끝에, LG유플러스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지적됐던 내부 규정을 철회했다. 국회에서도 장애인의 휴대폰 개통 시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공통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1일부터 정신적 장애가 있거나 언어장애 등이 있는 장애인은 홀로 상품에 가입하지 못하게 막는 ‘장애인 고객 개통 시 사전 검증 프로세스 지침’을 만들어 시행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을 비롯한 장애인권단체들이 해당 규정을 ‘차별 규정’이라고 항의하자, LG유플러스는 뒤늦게 규정을 바꿔 7월 16일부터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에게만 해당 규정을 적용했다.

장추련 등은 ‘발달장애인의 사기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가장 우선적으로 소속 대리점의 사기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가 고려되어야 함에도, 장애인의 기본권리를 침해했다’며 해당 규정을 완전히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가 수차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LG유플러스에 대한 차별진정을 제기했지만, LG유플러스는 묵묵부답을 유지했다. 이에 지난 9월 7일 피해 당사자들이 인권위에 다시 차별진정을 제기하고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으며, 이후 본사 측과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쟁의 결과, 마침내 LG유플러스는 지난 1일, 장추련 등에 해당 규정 철회 소식을 알렸다. 장추련 등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면담에서 LG유플러스는 관련 사안에 대한 양해와 함께 향후 개선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하기로 했으며, 관련한 조치 내용을 보내왔다”며 주요 개선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의사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발달장애(지적, 자폐성장애) 고객을 대상으로 부당영업을 하는 지점의 제재조치를 강화하며 비정상 영업에 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용어로 설명하고, 의사소통 조력이 필요한 경우에만 보호자의 연락 또는 동행을 당사자의 동의하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러한 개선 방안은 10월 내 시행을 목표로 한다. 

장추련 등은 LG유플러스의 규정 철회를 환영하며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기피해를 방지하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발전적 협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장애인에 대한 휴대폰 사기 피해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호객행위를 통해 휴대폰을 줄줄이 개통한 사례가 6천 건이 넘는다”면서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휴대폰 판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아래 과기부)의 일이라고 여기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장애인의 권익옹호를 책임지는 복지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과기부는 복지부와 논의를 통해 장애인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공통된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출하겠다고 보고했다. 통신사들도 이번 기회에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공감대가 두텁게 형성된 만큼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그동안 복지부가 (해당 사안에 대해) 소홀히 했다고 생각한다.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장애인이 (휴대폰 개통 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의견을 담아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