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하철 시위할 것 같아서” 장애인 탑승 저지

박경석 대표, 한성대입구역에서 열차 탑승 저지당해 경찰 “계속된 지하철 점거 불법행위 막으려 한 것” 휠체어에서 떨어져 지하철 연착… 일부 언론 ‘점거’로 잘못 보도

2022-01-28     허현덕·강혜민 기자

경찰이 ‘지하철 시위를 예방하겠다’는 이유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지하철 탑승을 무리하게 막다가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대표는 28일 오전 7시 15분경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혜화역 방향 지하철을 타려다가 경찰에 탑승을 저지당했다. 

당시 현장엔 박 대표와 활동지원사 1명, 일행 1명이 동행했다. 활동지원사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단순 이동목적이었는데도 경찰이 저지했다”라고 밝혔다.

이들 일행은 경찰의 저지로 열차 한 대를 놓쳤다. 다음 열차를 탈 때도 경찰과의 마찰이 빚어졌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박 대표의 수동휠체어를 밀고 있던 활동지원사를 강제로 분리시켰다. 그로 인해 박 대표가 혼자 지하철에 승차하던 중 휠체어 앞바퀴가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끼이게 되었다. 뒤에서 잡아주는 사람 없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박 대표는 그대로 지하철 바닥에 고꾸라졌다.

경찰이 ‘지하철 시위를 예방하겠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지하철 탑승을 무리하게 막다가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휠체어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박경석 대표의 모습. 신발 한 짝도 벗겨져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텅 빈 휠체어는 지하철 문 사이에 끼이고, 박 대표는 지하철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신발 한 짝도 벗겨졌다. 하반신 마비라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음에도 경찰은 “다리요, 다리”라면서 지하철 문이 닫힐 수 있도록 다리를 안쪽으로 넣으라는 주문만을 반복했다.  

1분 30초가량이 지난 후에야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경찰은 “구급차 불러 드려요?”라고 재차 물었고 바닥에 떨어진 박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 대표가 장애로 인해 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경찰은 “선생님들 행위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해하잖아요”라고 핀잔을 주었고, 열차 운행이 지연되자 주변에선 시민들의 욕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사고 후 5분가량이 지나서야 활동지원사와 한 시민의 도움으로 박 대표는 휠체어에 다시 앉을 수 있었다. 박 대표가 휠체어에 앉자마자 지하철이 출발하면서 119 후송 등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박재화 서울성북경찰서 경비계장은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를 들며 박 대표의 열차 탑승을 제지했다고 밝혔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에는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目前)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단순히 이동을 하려는 의도였는지, 시위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저지가 아니냐는 물음에 박재화 경비계장은 “그동안 박 대표는 지하철 점거를 하며 지하철 방해와 불법행위를 계속해왔고, (한성대역 근처에서) 거주하는 분도 아니었기에 합리적인 판단이다”라며 “2~3분 지체된 것뿐이고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무리한 저지로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벌어져 지하철이 연착됐음에도 뉴스1을 비롯한 일부 언론에는 ‘오전 7시경부터 박 대표가 지하철을 점거해 연착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런 사고가 벌어져 지하철이 연착됐음에도 뉴스1을 비롯한 일부 언론에는 ‘오전 7시경부터 박 대표가 지하철을 점거해 지하철이 연착됐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경찰은 휠체어에서 떨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방치했다. 그런데도 언론에는 내가 열차를 점거해서 지하철이 연착됐다고 한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성북경찰서의) 열차 탑승 제지에 관해서는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