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인 물고문’ 성락원… 경찰조사 6개월째 감감무소식

가해자 10명 중 1명만 검찰 송치… 8명은 근무 중 수사 비웃듯, 성락원 내 거주인 폭행·인권침해 제보 잇달아 경찰서 앞 기자회견 열자, “가해자 검찰 송치하겠다”

2022-02-04     허현덕 기자
장애인 학대가 반복되고 있는 성락원. 사진 뉴스민 제공

성락원 거주인 물고문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6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는 사이 성락원 내에서 폭행과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 가해자 10명 중 1명만 검찰 송치… 8명은 근무 중 

성락원(경북 경산시 소재)은 장애인 150여 명이 사는 초대형 장애인거주시설로, 지난해 5월 거주인 물고문 학대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가해 직원이 퇴사했다는 이유로 긴급구제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그대로 시설에 남았다. 

이처럼 안일한 대처는 또 다른 학대로 이어졌다. 3개월 뒤 또 거주인 물고문 학대 제보가 나왔다. 제보 영상에 따르면 피해자는 닫힌 화장실 문 안에서 가해자에게 “죄송해요”를 외치며 울부짖었다. 피해 장애인은 17살의 청소년이다. 

계속된 물고문 학대에 성락원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피해자 긴급구제를 요구하며, 경산시청 앞 노숙농성을 벌였다. 그 결과 경상북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조사가 진행됐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특정됐다. 피해자로 특정된 1명은 임시보호시설로 분리되었지만, 다른 거주인들은 학대 피해에 대한 후속 조치 없이 시설에 그대로 남아있다. 

경산시는 지난해 8월, 특정된 가해 직원 6명을 경산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이후 전수조사를 통해 가해자 4명이 추가로 특정되어 총 10명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 중 1명만 검찰에 송치됐다. 다른 가해자에 대한 수사는 6개월째 지지부진하다.

- 수사 비웃듯, 성락원 내 거주인 폭행·인권침해 제보 잇달아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성락원은 법인 설립자 운영진이 사퇴하고 새 이사진으로 교체됐다. 책임을 져야 할 주체가 사라진 것이다. 신임 원장을 비롯한 새 이사진 또한 공익제보자의 불법 녹취 건에 대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제보자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해 직원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경찰조사 대상자 10명 중 2명은 퇴사 또는 직무배제 되었지만, 나머지 8명은 성락원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박재희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경찰 수사가 지연되면서 경산시 행정처분 결과도 미뤄지고 있다. 그 사이 성락원 내의 폭행과 인권침해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 수사가) 성락원 내 어떠한 경고나 예방의 메시지도 주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성락원 거주인 물고문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6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는 사이 성락원 내에서 폭행과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성락원대책위는 4일 오전, 경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 경찰서 앞 기자회견 열자, “가해자 검찰 송치하겠다”

대책위는 4일 오전, 경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종한 대책위 상임공동대표는 “경산경찰서 성락원 수사는 6개월째 지지부진하다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연다니까 이제야 가해자를 송치하겠다고 한다”라며 “같은 경산시 관할 장애인거주시설의 거주인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고발 후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검찰에 송치한 것과 비교된다. 성락원 전 이사장의 힘이 이렇게 센 것인지 경산경찰서 서장에게 묻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무근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지부장은 “성락원이라는 시설이 무엇인데 행정권력도 사법권력도 감싸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라며 “특정된 가해자는 물론이고 행정적으로만 판단하는 경찰과 경산시가 성락원 물고문 사건의 절대적인 주범이다”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10년간 성락원에서 벌어진 의문의 죽음 2건에 대해서도 경찰조사를 요구했다.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 센터장은 “성락원에서 지난 10년 동안 많은 죽음이 있었다. 그중 한 장애인은 한 시간 동안 발버둥 치다가 질식사로 죽었다. 또 한 지적장애인은 세숫대야에 코를 박고 죽었다. 이 사건은 반드시 재수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직후, 경산경찰서 측은 대책위와의 면담에서 오는 7일 가해자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의문사 2건에 대해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의 공식적인 신고나 의뢰가 있어야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