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탈시설장애인 신정훈 씨, 뇌출혈로 사망
김포 향유의집에서 20년 거주… 2019년 탈시설 “활동지원 24시간 확보되면 전국 여행하겠다” 지원주택에서 자립생활 중 급성 뇌출혈로 사망
김포 향유의집에서 탈시설한 신정훈 씨가 급성 뇌출혈로 9일 오전 10시경 사망했다. 향년 55세다.
고인은 1997년 교통사고로 경추를 다쳐 사지마비 장애를 입었다. 이후 2000년 5월 김포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구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 입소해 20년간 시설에서 살았다. 시설 안에서 석암재단 시설비리 투쟁(2008년)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 2019년 12월, 장안동에 있는 지원주택으로 탈시설했다. 지역사회에서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고인은 서울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하며, 프리웰지원주택센터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탈시설 후, 고인은 활동지원 시간이 급작스레 삭감 당하는 문제를 겪으면서 활동지원 제도의 문제점을 적극 알리는 활동을 했다. 고인은 월 730시간의 활동지원 시간을 받았지만, 곧 100시간이 깎이고 말았다. 투쟁 끝에 다시 730시간을 받을 수 있었지만 사지마비 장애인인 고인에게 활동지원 삭감은 큰 공포로 다가왔다.
지난 2020년 6월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인은 “730시간이라고 해도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는데(현재 활동지원서비스는 급여 기준으로 제공되어 야간·주말 할증이 붙으면 실제 이용시간은 줄어든다), 630시간으로 줄어들어 큰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다. 그마저도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시간은 월 390시간이고, 나머지는 서울시 추가지원이다”라며 정부에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활동지원 24시간을 받는다면 차를 사서 전국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에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다. 탈시설지원법 발의 100일을 맞아 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의원들에게 쓴 편지에서는 자립생활 지원에서 필요한 점을 꼼꼼히 제시했다.
“탈시설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조기정착 하기 위해서는 지원주택과 같은 주거시설이 원만하게 확보되고 시스템과 제도가 갖춰져야 하며,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공일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탈시설지원법이 조속히 제정되어 시설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나와 활동할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해본다.”
고인은 생전 ‘나와 살아도 괜찮아’라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탈시설을 망설이는 장애인에게 “여전히 국가의 복지제도가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탈시설을 결정했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오면 반드시 방법이 있다.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신정훈 씨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서울 종로구 대학로 101) 1층 9호실(상주 신관수)이며, 장례식장 운영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입관은 10일 오전 10시, 발인은 11일 오전 1시다.
10일 오후 7시 추모식이 열리며,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 문의: 임소라 프리웰지원주택센터 팀장(010-4608-8004)
박지숙 프리웰지원주택센터 팀장(010-5239-4856)
- 조의금 계좌: 농협 352-0453-5082-63(예금주: 신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