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애인이동권 예산 질문에 “협의하겠다” 하나 마나 한 답변

심상정 “저상버스, 장콜 도입 예산 5300억 원 편성할 건가” 원희룡 “협의하겠다. 적극적으로 관심 두도록 노력하겠다” 국토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 한 번도 안 지켰는데 원희룡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

2022-05-02     하민지 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 SBS 인사청문회 중계방송 캡처

2일 열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원희룡 후보자는 장애인이동권 보장을 위한 예산반영 질의에 “협의하겠다”, “적극적으로 관심 가지겠다”며 하나 마나 한 답변만 반복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밤 10시경 추가질의 시간에 “장애인의 지하철 탑승 투쟁으로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거 누구 책임인가?”라고 물었다. 원희룡 후보자는 “근본적으로는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지 않고) 지금까지 늑장 부린 정부 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 사안을 대다수 시민과 장애인의 갈등으로 다루는 건 반문명적인 발상이다. 장애인은 갈등의 한 축이 될 수 없는 절대적 약자다. 장애인이 21년간 싸운 성과로 임산부, 노약자가 지하철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를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장애인이동권 보장을 대한민국 시민 삶의 기준을 높이는 일로 봐야지 소수자를 위한 ‘배려’의 차원으로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 후보자는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심 의원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판하면서 “원 후보자가 소속된 당의 대표가 ‘장애인이 이참에 한꺼번에 해결하려 한다.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국 장애인복지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0.6%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평균 1.9%다. 한국의 3배다. (한국 정부는) 걸핏하면 ‘세계 10위 경제 선진국’ 이야기하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심 의원은 “저상버스 도입 예산은 연평균 3800억, 장애인콜택시 (운영비) 50%를 국비로 보조하면 1500억, 합치면 5300억이면 된다. (원 후보자는) 교통약자를 위한 주무부처장이 될 분으로서 어떻게 하실 건가?”라고 물었다. 원 후보자는 “더 적극적으로 관심 가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밖에 대답하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답변하고 있다. 사진 SBS 인사청문회 중계방송 캡처

두루뭉술한 대답이 나오자, 심 의원이 재차 “맨날 기획재정부하고 (예산편성 책임을 서로 미루며) 핑퐁 하는데, 추경호 기재부 장관 후보자가 오늘(2일)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를 (국비로) 지원(하도록 보조금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더는 투쟁하지 않도록, 주무부처 장관 될 분이 확실하게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라”라고 물었지만 원 후보자는 “(기재부와) 협의하겠다”고 짧게 대답하는 데 그쳤다.

심 후보가 “협의가 아니고, 의지를 갖고 이번에는 제대로 장애인이동권을 확립하겠다고 말씀하시라”고 질의했지만 원 후보자는 또다시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에 책임이 있는 국토부는 2007년부터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을 5년에 한 번씩 세워 왔지만 단 한 번도 계획을 지키지 않았다. 3차 계획(2017년~2021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저상버스 도입률은 42%를 달성했어야 했지만 전국 평균 도입률은 27.8%에 그쳤다.

올해 교통약자 이동권 예산도 440억 원이 삭감됐다. 국토부에서 1531억 원을 요청했지만 기재부가 예산편성 과정에서 삭감해 장애인이동권 보장은 올해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원 후보자에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에 관해 질의한 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 예산이 20조 원가량 되는데, 그 돈이면 지금 장애계에서 요구하는 탈시설 지원비 786억 원, 활동지원예산 1조 2천억 원, 교육예산 134억 원, 그리고 이동권 예산 5300억 원을 전부 충당하고도 남는다. 현재보다 연간 2조 원만 더 편성하면 장애인이 더는 시위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