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결의문] 전국을 전동휠체어 타고 여행 다니고 싶어요 / 김홍기

39차 삭발결의자 김홍기 노들장애인야학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2022-05-25     비마이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8시,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안국역 방향)에서 삭발 투쟁을 했습니다.

5월 6일부터는 장소를 바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기획재정부 답변을 촉구하며 삭발 투쟁을 이어갑니다. 장소는 윤석열 정부의 집무실이 있는 용산에서 가까운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김홍기 노들장애인야학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가 삭발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안녕하세요. 오늘 삭발투쟁을 결의한 노들장애인야학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김홍기입니다.

저는 꽃동네에서 살다가 탈시설 했습니다.

시설에서 나오니 너무 좋아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지금은 느끼고 있어요.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고 있습니다. 가끔 놀러도 가요. 지금은 일도 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시설에서 살 때는 아주 조금 배웠는데, 지금은 야학에서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배우고 있어요.

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 모두 나와 자유를 누리면서 마음먹은 대로 살면 좋겠습니다.

김홍기 노동자가 삭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김홍기 노동자가 삭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이동권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처음 시설에서 나와 다른 곳에 가고 싶어서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는데, 빨리 연결이 안 돼서 5일 동안 못 갔어요. 식당에는 턱이 많아서 밥 먹으러 갈 곳이 거의 없어요. 서울은 그나마 낫지만 서울이 아닌 곳은 쉽게 이동할 수 없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많이 없고 저상버스도 없어서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습니다. 어디 갈 때 생각한 대로 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마음이 아파요.

저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곳을 가면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전국을 전동휠체어 타고 여행 다니고 싶어요.

김홍기 노동자가 삭발하는 모습을 조상지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 이슬하

우리나라 정부 너무합니다. 21년 동안 이동권을 이야기했는데 바뀌지 않는다는 게 슬픕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같은 인간인데 왜 장애인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가 없는지 너무 답답합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가면서 같이 살고 싶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모두 설치돼 이동권이 보장되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아이 모두 함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삭발을 마친 김홍기 노동자가 머리에 “장애인권리예산 쟁취! 민생4법 제개정!”이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 이슬하
김홍기 노동자가 박정수 노들장애인야학 교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 교사 뒤로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 이슬하

우리에게 화를 냈던 사람들이 지금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다니고 있어요. 같이 싸우고 요구해서 모든 국민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고 싶은 곳을 안전하고 자유롭게 다니면 좋겠습니다.

이동권이 아직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이런 현실이 너무 화가 나서 삭발을 합니다. 빨리 이동권이 보장되면 좋겠습니다.

혜화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 김홍기 노동자가 오체투지 중인 조상지 학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이슬하
지하철 바닥을 기고 있는 조상지 학생 앞으로 그를 지켜보는 김홍기 노동자가 보인다. 사진 이슬하